HBM3E 대비 대역폭 2배 늘어… 전력 효율 40% ↑AI 서비스 성능 최대 69%까지 향상시켜 고객 일정 맞춰 공급…경쟁 우위 실현
  • ▲ SK하이닉스 HBM4.ⓒSK하이닉스
    ▲ SK하이닉스 HBM4.ⓒSK하이닉스
    SK하이닉스가 세계 최초로 6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4) 양산 체제 구축에 성공하면서,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초격차 전략’이 다시금 신의 한 수로 평가받고 있다. 최 회장은 지난 2011년 승산 없는 베팅이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SK하이닉스 인수를 밀어붙였고, 그 결단이 10여 년 뒤 AI 시대 글로벌 반도체 판도를 바꾸는 토대가 됐다. 

    SK하이닉스는 초고성능 인공지능(AI)용 메모리 신제품인 HBM4 개발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하고, 양산 체제를 세계 최초로 구축했다고 12일 밝혔다. 올해 3월 SK하이닉스가 HBM4 12단 샘플을 세계 최초로 주요 고객사에 조기 공급한지 6개월 여 만이다. 

    새롭게 양산 체제를 갖춘 HBM4는 이전 세대보다 2배 늘어난 2048개의 데이터 전송 통로(I/O)를 적용해 대역폭을 2배로 확대하고 전력 효율은 40% 이상 끌어올렸다. 세계 최고 수준의 데이터 처리 속도와 전력 효율을 실현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해당 제품을 고객 시스템에 도입 시 AI 서비스 성능을 최대 69%까지 향상시킬 수 있어, 데이터 병목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소하는 동시에 데이터센터 전력 비용도 크게 줄일 것으로 예상된다. 

    해당 제품에는 10Gbps(초당 10기가비트) 이상의 동작 속도가 구현돼, HBM4의 국제반도체표준협의기구(JEDEC) 표준 동작 속도인 8Gbps를 크게 뛰어넘었다. HBM4 개발에 시장에서 안정성이 검증된 자사 고유의 어드밴스드 MR-MUF 공정과 10나노급 5세대(1bnm) D램 기술을 적용해 양산 과정의 리스크도 최소화했다.

    MR-MUF는 반도체 칩을 쌓아 올린 뒤 칩과 칩 사이 회로를 보호하기 위해 액체 형태의 보호재를 공간 사이에 주입하고, 굳히는 공정을 말한다. 칩을 하나씩 쌓을 때마다 필름형 소재를 깔아주는 방식 대비 공정이 효율적이고, 열 방출에도 효과적이라는 평가다. 

    특히 SK하이닉스의 어드밴스드 MR-MUF는 기존 공정보다 칩을 쌓을 때 가해지는 압력을 줄이고, 휨 현상 제어도 향상해 HBM 공급 생태계 내에서 안정적인 양산성을 확보하는 데 핵심이 되고 있다. 

    김주선 SK하이닉스 AI 인프라 사장은 ”세계 최초로 양산 체제 구축을 공식 발표한 HBM4는 AI 인프라의 한계를 뛰어넘는 상징적인 전환점으로, AI 시대 기술 난제를 해결할 핵심 제품“이라면서 ”당사는 AI 시대가 요구하는 최고 품질과 다양한 성능의 메모리를 적시에 공급하여 풀 스택 AI 메모리 프로바이더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세계 최초 HBM4 양산 구축에 성공하면서 SK하이닉스는 AI 반도체 업계에서 새로운 역사를 쓰게 됐다.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 성과를 두고 최태원 회장의 ‘초격차 전략’이 다시 한번 입증된 사례로 평가한다. 최 회장은 2011년 경영권 위기 속에서 과감히 하이닉스를 인수하며 위기를 기회로 삼았다. 당시 하이닉스는 누적 적자와 워크아웃으로 휘청이던 기업이었고, 업계 안팎에서는 ‘승산 없는 모험’이라는 우려가 거셌다. 그러나 최 회장은 이를 밀어붙였고, 인수 직후 3조8500억원이 넘는 투자도 단행했다. 당시 하이닉스 몸값이 3조4000억원 수준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매우 과감한 결정이었다.

    이 인수를 통해 SK그룹은 정유·화학·통신 위주의 내수 중심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반도체라는 글로벌 성장 동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하이닉스 편입은 SK그룹을 글로벌 기업으로 도약하게 하는 전환점이 된 셈이다.

    지난달 이천포럼에서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 또한 “문 닫기 직전까지 갔던 회사가 SK를 만나면서 세계 최초 HBM 개발, 글로벌 D램 시장 1위, 시총 200조원 달성 등 도약을 이뤄냈다. 이 모든 과정은 SK의 과감한 투자, 미래를 내다보는 안목 덕분이었다”고 언급한 바 있다.

    그 결과 SK하이닉스는 D램·낸드플래시뿐 아니라 HBM 시장에서 글로벌 선두로 자리매김했다. 올해 들어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반도체 3세대 연속 시장 1위, 글로벌 D램 시장 1위, 시가총액 200조원 돌파 등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다. 이번 HBM4 양산 체제 구축은 최 회장이 강조해온 ‘선제 투자와 기술 초격차’ 전략이 그대로 이어지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해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