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HBM4, 대형 고객사 선점 … 신규 물량 확보 어려워초기 수율·패키징 병목 겹쳐 상반기까지 공급 부족 지속 전망“HBM3E보다 최대 60% 비쌀 것” … 프리미엄 강화SK하이닉스는 고가 전략, 삼성·마이크론은 점유율 확대형 가격 정책 나설듯
  • ▲ HBM 3사 경쟁구도 ⓒ챗GPT로 형성
    ▲ HBM 3사 경쟁구도 ⓒ챗GPT로 형성
    AI(인공지능) 메모리 시장의 폭발적인 수요가 내년 HBM4(고대역폭메모리) 가격에도 영향을 미칠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주요 고객사들이 내년 생산 물량을 사실상 선점한 가운데 시장에서는 HBM4 단가가 전 세대인 HBM3E보다 최대 60% 높게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온다.

    17일 반도체업계에 따르면 AI 수요 폭증으로 메모리 가격이 빠르게 상승하면서 내년 상반기 이후 본격적으로 시장에 출시될 6세대 HBM인 ‘HBM4’ 가격도 기존 예상보다 높아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앞서 HBM4 단가가 HBM3E 대비 최대 60% 인상될 가능성을 거론했다. 실제로 올해 HBM3E 가격은 평균 20% 이상 상승했으며, 내년부터는 HBM4가 전체 AI용 메모리 시장의 주력 제품으로 전환되면서 가격 프리미엄은 더 높게 책정될 수 밖에 없다는게 업계의 공통적 예상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HBM4는 칩당 용량과 전송속도가 모두 개선된 만큼 프리미엄 가치가 크다”며 “AI 반도체 업체들이 메모리 가격보다 안정적 공급을 우선시하기 때문에 제조사들의 가격 협상력이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AI 가속기와 서버 시장이 확장세를 이어가면서 대형 고객사들의 수요는 이미 올해 생산 가능한 수준을 초과한 상태다. 엔비디아, AMD, 인텔, 테슬라 등 주요 고객사들이 차세대 GPU 및 AI 서버용으로 HBM4 물량을 조기 확보하고 있어 신규 고객의 추가 발주 여력은 크지 않다는 분석이다.

    HBM4는 기술 전환 주기가 짧고 초기 수율 확보가 쉽지 않아 공급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결국 선점한 대형 고객이 가격 협상에서 우위를 점하는 구조가 될 것이라는게 전망에 힘이 실린다. 

    현재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는 HBM4의 본격 양산을 내년 상반기로 계획하고 있다. 하지만 HBM4는 기존 HBM3E 대비 적층층수와 데이터 전송 속도가 대폭 향상된 만큼 TSV(실리콘 관통전극) 및 패키징 공정의 난도가 높아 양산 초기에는 수율이 낮을 수밖에 없다.

    이런 까닭에 HBM4 패키징 라인에서도 병목 현상이 우려된다. 업계에선 일단 내년 상반기까지는 공급이 타이트한 상태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상하고 이 같은 구조적 제약이 곧 단가 인상 압력으로 이어질 것으로 본다. 

    다만 HBM 3사 간에 가격 전략은 각기 다르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SK하이닉스는 기존 HBM3E 시장에서 품질 우위를 인정받은 만큼 ‘프리미엄 전략’을 유지하며 고마진 제품군 중심의 수주에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 

    반면 삼성전자와 마이크론은 점유율 확대를 위해 공격적 단가 전략을 펼칠 가능성이 제기된다. 특히 삼성전자는 HBM3E 시장에서의 점유율 만회를 위해 일부 고객사와 협상 과정에서 가격을 다소 낮춰 공급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마이크론 역시 엔비디아 루빈(Rubin)과 같은 차세대 GPU 대응용 제품을 빠르게 공급해 시장 진입 속도를 높이려는 전략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HBM4 시장의 경쟁 구도는 단순한 기술 경쟁을 넘어 가격·공급 전략 같은 복합전으로 번지고 있다. 내년 상반기까지 이어질 공급 긴장 속에서 누가 먼저 안정적인 양산 체계를 확보하고 시장 신뢰를 얻느냐가 가격 경쟁의 향방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