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까지 가계대출 증가율 3.3% … 내년엔 2% 유지도 어려워"銀, 기업·IB·비이자수익으로 활로 모색 … 소비자 자금조달 혼란전문가들 "시장 예측 가능성 높여야 … 실수요자 보호 병행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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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부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규제가 은행과 소비자 모두에게 충격파를 안기고 있다. 은행은 대출 성장 둔화로 수익성 악화와 ‘보릿고개’에 직면했고, 소비자들은 예상치 못한 대출 한도 축소로 자금 조달에 실패하며 ‘대출난민’으로 내몰리고 있다.

    18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가계부채 관리 강화를 위해 ▲규제지역 주택담보대출(LTV) 상한을 40%로 제한하고 ▲수도권 및 규제지역 내 임대사업자 주담대 신규 취급을 막았으며 ▲1주택자의 전세대출 한도를 2억원으로 일원화했다.

    당국은 필요시 전세대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적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있다.

    올해 8월까지 4대 은행의 가계대출 성장률은 3.3%에 그쳤다. 당국은 내년 이후 연간 2% 이상 유지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최정욱 하나증권 연구원은 한 보고서에서 “이번 대책에 전세대출 DSR 적용이나 보증액 추가 축소는 포함되지 않았지만, 시장 불안이 지속될 경우 추가 규제가 나올 수 있다”며 “가계대출 성장률은 2%를 넘기기 힘들고 기업대출이 총대출 흐름을 좌우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은행들은 기업대출·투자금융(IB)·비이자 수익으로 활로를 모색하고 있으나 경기 둔화와 금리 인하 국면으로 사면초가에 몰린 상황이다.

    특히 순이자마진(NIM)이 줄어드는 가운데 최근 대기업 대출만 늘고 중소기업·자영업자 대출은 위축되는 ‘대출 양극화’ 현상까지 심화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정책이 가계대출을 죄면 은행 입장에서는 선택과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실수요자 혼란은 더 크다. 전세 계약을 앞둔 1주택자들은 대출 한도가 최대 1억원 줄면서 자금 조달 계획이 무너졌다. 일부는 2금융권 고금리 전세대출로 발길을 돌리거나, 부족분을 신용대출로 메우고 있다. 

    시중은행 창구에는 “이미 접수한 전세대출이 규제 대상이냐”는 문의가 하루 종일 이어졌다는 게 은행 관계자의 전언이다. 온라인 커뮤니티에도 “서울 발령으로 전세를 구하다가 한도 축소로 곤란해졌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정부는 전세대출이 집값 상승을 자극하고 가계부채 급증을 부추겼다고 보고 있다. 실제 전세대출 규모는 2015년 46조원에서 지난해 200조원으로 9년 만에 5배 가까이 불었다.

    하지만 규제의 역설도 크다. 전세대출 축소로 전세자금 마련이 어려워지자 월세나 반전세 전환이 늘고 있다. 6·27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전세 물량은 줄고, 월세 물량은 오히려 증가했다. 이는 서민 주거비 부담을 가중시키고, 주거 안정성을 약화시키는 부작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전문가들은 이번 규제가 단기적으로는 가계부채 증가세를 억제하겠지만 동시에 ▲은행권 수익성 악화 ▲서민 주거비 부담 증가 ▲대출시장 양극화 심화라는 후폭풍을 불러올 것으로 내다본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습적인 규제 발표가 반복되면 은행도 실수요자도 대응이 어렵다”며 “시장 예측 가능성을 높이고 실수요자 보호 장치를 병행하는 정교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