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9069대 판매 … 3개월 연속 수입차 1위지자체 전기차 보조금 소진 불구 판매 증가현대차·기아 하락세 … 보조금 의존도 영향보조금 기준 바꿨지만 … 中전기차 판매 늘어
  • ▲ 테슬라 모델 Y ⓒ테슬라
    ▲ 테슬라 모델 Y ⓒ테슬라
    국내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의 존재감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사실상 한 모델로 승부를 거는데도 불구하고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과 함께 수입차 3강 체계를 구축한 데 이어 전기차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는 모양새다.

    특히 테슬라는 전기차 지자체 보조금 소진에도 불구하고 판매 영향을 받지 않고 있어 이목이 쏠린다. 현대차·기아 등 상대적으로 보조금을 많이 받는 국산 전기차에 비해 보조금 영향을 덜 받으면서 오히려 안정적인 판매를 보이고 있다.

    14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KAIDA)에 따르면 테슬라는 지난 9월 한 달간 9069대를 판매, 지난 7월 이후 3개월 연속 수입차 시장 1위 왕좌에 올랐다. 각각 2위·3위에 오른 벤츠(6904대), BMW(6610대)와 2000대 이상의 큰 격차를 벌렸다.

    테슬라는 앞서 올해 2월 2222대를 판매하며 3위에 오른 뒤 BMW, 벤츠와 함께 꾸준히 3강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특히 7월(7362대)과 8월(7979대)에는 수입차 판매량 1위를 기록하며 2위 벤츠와 격차를 빠르게 좁히고 있다. 

    올해 역대 최대 판매량은 물론 첫 연 5만 대 판매 돌파도 가시권에 들었다. 올해 1~9월 테슬라의 누적 판매 대수는 4만3612대로, 작년 연간 판매량(2만9750대)을 이미 뛰어넘었다.

    올해 들어 테슬라 판매가 크게 늘어난 건 주력 모델인 '모델 Y'의 부분 변경 모델이 올 초 출시된 영향이다. 실제 지난달 모델 Y는 8361대 팔리며 전체 수입차의 약 25%를 차지하기도 했다.

    이러한 테슬라의 선전은 국내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전기차 구매 보조금이 거의 남아있지 않은 상황에서 거둔 성과라는 점에서 이목이 쏠린다. 

    통상 국내 전기차 시장은 하반기로 접어들수록 판매량이 줄어드는 양상을 보인다. 전기차에 제공하는 국고 보조금이 줄면 자연스럽게 판매량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특히 올해는 정부가 예년보다 두 달가량 빨리 보조금을 책정하면서 잔액이 빠르게 소진된 상황이다. 지난 7~8월부터 순차적으로 소진되기 시작하면서 현재 전국 지자체 약 50곳은 보조금이 대부분이 바닥 난 상황이다.

    업계에선 테슬라가 보조금 없이도 눈에 띄는 성장세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자체 경쟁력을 입증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보조금이 거의 없더라도 수요가 눈에 띄게 늘어나는 전기차 모델은 국내에서 테슬라 모델 Y가 유일하기 때문이다.

    실제 현대차·기아의 경우 보조금이 바닥을 보이기 시작한 7월 이후 전기차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다.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현대차 ▲아이오닉 5(1618대→1567대) ▲아이오닉 6(676대→160대) ▲아이오닉 9(1236대→887대) 기아 ▲EV3(2307대→1796대) ▲EV4(1569대→1012대) ▲EV6(961대→938대) ▲EV9(187대→87대) 등은 8월 판매량이 전월 대비 일제히 하락했다.

    9월에도 2269대를 판매한 아이오닉 5를 제외하고 테슬라에 버금갈 만한 성장세를 보이는 모델이 전무했다. 현대차의 수익성을 책임져야 할 아이오닉9은 1272대 판매에 그쳤으며, EV3의 9월 판매량은 전년 대비 4.7% 감소한 1927대에 머물렀다. 

    업계에선 테슬라의 성공 요인으로 가격을 최우선으로 꼽고 있다. 국산 전기차보다 국고 보조금은 적지만, 차량 가격 자체가 저렴해 '보조금 없이도 사는 전기차'로서 자리 잡을 수 있게 됐다는 분석이다.

    실제 모델 Y의 RWD 모델은 5299만 원이라는 파격적인 가격으로 동급 국산 전기 SUV와 비슷하거나 저렴하게 출시됐다. 여기에 테슬라의 브랜드 이미지와 첨단 기술력이 더해지면서 수입차임에도 불구하고 '가성비' 차량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보조금이 사라지면 구매 수요가 크게 줄어드는 대부분 국산 모델과 달리 자체 경쟁력을 확보한 것으로 보인다"라며 "국내 브랜드들도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고민을 해야 하는 시점"이라고 말했다.

    일각에선 국내 브랜드와 해외 브랜드의 전기차 보조금 의존도 차이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테슬라와 같이 상대적으로 보조금이 적은 수입차에 비해 국산 전기차는 보조금이 소진되면 판매량이 크게 타격을 받는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관계자는 "국산차의 판매량을 증진하기 위해 정부가 보조금 기준을 바꾸기까지 했지만, 정작 보조금이 금방 소진되면서 수입차에만 유리한 상황만 만들어준 셈"이라며 "지금보다 국고·지자체 보조금 총액을 늘릴 필요성이 있다"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