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배터리·ESS, 반중 무역 속 대규모 수주입도선매로 공급망 확보 움직임도향후 탈중국 흐름 가속…한국산 수혜 전망
  • ▲ 포스코퓨처엠 세종 음극재공장ⓒ포스코퓨처엠
    ▲ 포스코퓨처엠 세종 음극재공장ⓒ포스코퓨처엠
    트럼프 대통령의 반중(反中) 무역 기조 속에 중국산 대신 한국산 배터리와 태양광 제품을 찾는 ‘탈중국’ 수요가 본격화하고 있다. 한국 기업들의 대규모 수주 낭보가 연이어 날아들면서 중국 기업들의 빈자리를 채우고 있다. 특히 몸값이 높아지면서 입도선매 계약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퓨처엠은 6710억원 규모의 자동차 배터리용 천연흑연 음극재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은 포스코퓨처엠이 2011년 음극재 사업을 시작한 이후 가장 큰 규모의 천연흑연 공급 계약이다. 2024년 매출 대비 18.1%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회사는 경영상 비밀 유지를 이유로 계약 상대방을 공개하지 않았지만, 초대형 규모인 만큼 향후 실적 향상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된다.

    계약 기간은 2027년부터 2031년까지 4년이지만, 유보 기간이 2037년까지로 설정돼 있어 실제로는 최장 10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전체 계약 규모는 약 1조7000억원으로 추산된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 7월 5조9442억원 규모의 ESS LFP 배터리 공급 계약을 맺었다. 지난해 매출 대비 23.2%에 달하는 규모로, 단일 계약 기준 역대 최대 ESS 수주다. 계약 기간은 2027년 8월부터 3년간이다. 미국 현지 공장에서 수주 물량을 생산한다. 

    SK온 역시 지난 9월 미국 재생에너지 기업 플랫아이언 에너지 개발과 2조원 규모의 ESS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추가로 플랫아이언이 2030년까지 미국 매사추세츠주 등에서 추진하는 6.2GWh 규모 프로젝트에 대한 우선협상권(Right of First Offer)도 확보했다.

    삼성SDI는 지난 3월 미국 넥스트라 에너지와 4370억원 규모의 ESS배터리 수주에 성공한 이후 오는 11월까지 공급을 진행 중이다. 넥스트라의 프로젝트가 여러 건으로 나뉘어 추진되는 만큼, 추가 계약 가능성도 높다. 삼성SDI는 이달부터 미국 스텔란티스와의 합작공장 내 ESS 전용 생산 라인을 가동해 향후 수주 물량에 대응할 계획이다.

    눈에 띄는 점은 입도선매다. 포스코퓨처엠의 수주건은 포스코인터내셔널이 최근 매장량 기준 세계 2위 규모의 탄자니아 흑연 광산 개발에 막 착수한 상황에서 체결됐다. 이곳에서 확보된 흑연은 2027년 가동 예정인 전북 새만금 공장에서 가공돼 ‘한국산 음극재’로 완성될 예정이다.

    SK온도 미국 공장에 ESS 생산라인을 확보하기 전부터 선(先)수주에 성공했다. 내년 하반기부터 조지아주 공장 일부 라인을 ESS 양산으로 전환할 계획이다.

    미국을 비롯한 글로벌 기업들의 탈(脫)중국 움직임이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OCI홀딩스는 이 같은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이달 말 완공을 앞둔 베트남 태양광 웨이퍼 공장 지분 65%를 인수했다. 미국 시장 공략을 본격화하겠다는 포석이다. 내년 초부터 ‘비 금지외국기관(Non-PFE)’ 태양광용 웨이퍼를 생산해 즉각적인 수익 창출이 기대된다.

    지난 7월 트럼프 대통령이 서명한 '하나의 크고 아름다운 법안(OBBB)'에는 중국을 금지외국기관(PEF)으로 선정했다. 내년부터 중국산 원재료 비율이 40%를 넘길 경우, 세액공제 등 각종 인센티브 지급에서 제외한다. 비중국산 원재료 비율은 내년 60%에서 단계적으로 증가해 오는 2030년 이후부터는 85% 이상이어야 한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의 반중 무역정책이 오히려 한국 기업에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며 "이러한 수요는 향후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