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대책에 수도권 착공·분양 위축 불가피건설 경기둔화→철강 수요 위축→감산 '악순환'美·EU 관세 폭탄에 내수 침체 심화까지 '울상'
  • ▲ 경기도 평택항에 쌓여 있는 철강 제품들. ⓒ연합뉴스
    ▲ 경기도 평택항에 쌓여 있는 철강 제품들. ⓒ연합뉴스
    정부가 발표한 ‘10·15 부동산 대책’이 철강업계에 시름을 더하고 있다. 수도권 전역에 걸친 대출 제한은 물론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토지거래허가구역 등 초강력 ‘삼중 규제’ 적용으로 주택시장이 얼어붙을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부동산 경기 침체가 철강 수요 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 고리가 형성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서울 25개구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규제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들 지역은 이날부터 조정대상지역과 투기과열지구로, 20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적용된다. 주택담보대출 한도 축소, 신용대출 규제 강화 등도 포함해 갭투자와 투기 수요를 차단하는데 초점을 뒀다.

    초강력 부동산 대책으로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거래가 급격히 감소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번 조치가 마포·성동·용산 등 한강벨트 지역의 과열을 차단하는 것을 넘어 풍선효과까지 막기 위한 조치라지만, 수도권 대부분을 광범위하게 규제에 나서며 주택시장 전체가 크게 위축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를 지켜본 철강업계는 망연자실하고 있다. 동산 경기 침체가 철강 수요 감소로 직결되기 때문이다.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부실화와 고금리 여파로 이미 건설 착공이 줄어든 상황에서 이번 추가 규제는 신규 개발을 더 지연시킬 수 있다. 건설 경기둔화→철강 수요 위축→철강 감산이란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는 셈이다.

    철강업계에 따르면 국내 철강 내수의 50%가 건설 부문에서 소비된다. 아파트·상가 등 주택건축에는 철근, H형강, 후판 등 봉형강류가 대거 투입된다. 건설 경기둔화의 장기 침체 속에서 올 들어 철근 출하량은 지난해 대비 5% 이상 감소한 상태로, 앞으로 상황이 더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현재도 일부 생산라인의 셧다운과 재가동을 반복하면서 생산량을 조절하고 있는데, 부동산 규제가 길어지면 일부 공장은 가동률은 더 떨어지게 될 것”이라며 “과거 부동산 위기 때 철강 가격이 50% 이상 하락한 바 있다. 감산과 가격 하락에 따른 손익 악화가 불가피하다”고 토로했다.

    3분기 주요 철강사는 중국산 철강 수입 규제(반덤핑 효과)에 힘입어 다소 회복된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다. 포스코홀딩스의 3분기 영업이익은 6700억 가량으로 전년 대비 10% 가량 줄어든 반면, 철강 부문의 영업이익은 30% 이상 개선돼 6000억원대를 달성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현대제철은 전년 동기 대비 120% 가량 증가한 1130억원의 영업이익을 낼 전망이다.

    이러한 장밋빛 관측도 잠시 업계는 울상이다. 업계가 나서 반덤핑 관세를 요청해 그나마 얻은 성과로, 공급과잉 및 저가 공세, 글로벌 관세 충격은 여전하기 때문이다. 미국은 수입산 철강 제품에 대해 최대 50%의 고율 관세를 유지 중이며, EU는 철강 수입 무관세 쿼터를 줄이고, 이를 초과하는 물량에 최대 50%의 고율 관세를 부과키로 했다.

    업계 관계자는 “수요 위축과 대외 리스크가 맞물려 업황 개선 시기가 요원해졌다”며 “정부 지원책이 담긴 K-스틸법이라도 조속히 통과되길 희망한다”고 말했다.

    여야가 공동 발의한 ‘K-스틸법’은 업계의 생존 카드로 지목된다. 이 법안은 대통령 직속 특별위원회 설치, 녹색철강 기술 개발 지원, 포항·광양 ‘녹색철강 특구’ 지정 등을 골자로 한다. 또 감산 및 설비 축소 유도, 공정거래법상 담합 예외 적용, 수입재 관리 강화 등 구조조정 수단까지 담겨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