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스테인리스 강재 일관 제조 현장 방문특수합금, 반도체·해양플랜트·방산·원전 핵심 소재세아, 방산 소재 국산화 이어 'K-우주·방산' 선도"그룹사 시너지로 민간우주 소재 시장 주도할 것"
  • ▲ 세아창원특수강 제강 공장의 60톤 전기로에서 고철 용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세아창원특수강
    ▲ 세아창원특수강 제강 공장의 60톤 전기로에서 고철 용해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세아창원특수강
    창원중앙역에서 버스로 20분 남짓, 도심을 벗어나자 공장 지대가 펼쳐진다. 갑자기 찾아온 서울의 겨울 날씨를 뒤로하고 도착한 세아창원특수강 공장은 그야말로 ‘불의 도시’였다. 1600도를 넘나드는 제강로가 쉴 새 없이 불을 뿜고, 진동하는 단조 프레스가 바닥을 울렸다. 철을 다루는 산업의 가장 깊은 현장을 지난 20일 방문했다.

    1966년 설립된 세아창원특수강은 국내 유일의 스테인리스 선재·봉강·강관의 원료부터 완성품까지 한 공장에서 진행하는 ‘일관 제조’ 공정을 갖추고 있다. 전통적인 조선·중장비·플랜트용 강재는 물론 반도체와 항공·방산·우주 산업용 ‘특수합금’ 시장을 차세대 성장 축으로 삼고 있다.

    이날 가장 먼저 찾은 3제강공장에서는 전기로(EAF)에 투입된 철 스크랩이 1650도의 열에서 ‘쾅쾅’ 귀를 울리는 굉음과 함께 용해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이 작업을 거친 쇳물은 래들로(LF)에서 다양한 합금철 투입과 불순물을 제거, 원하는 제품의 스펙을 갖춘 후 진공정련로(VOD)에서 탄소와 탈탄소 작업을 거쳐 고청정 쇳물로 거듭난다.

    세아창원특수강의 기술력은 이제부터 빛난다. 정련 과정을 거친 용강은 주조(Casting)를 통해 일정한 모양의 볼룸 및 잉곳 등 1차 소재로 만들어지는데, 세아창원특수강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수직 주조기(연주기)를 보유하고 있다. 수직 주조기는 용강이 수평이 아닌 수직으로 통과·응고돼 변형이 거의 없는 고품질 제품을 만들 수 있다.
  • ▲ 최고 수준의 특수합금 청정도를 위해 불순물을 재차 걸러내는 ESR 공정이 진행되고 있다. ⓒ세아창원특수강
    ▲ 최고 수준의 특수합금 청정도를 위해 불순물을 재차 걸러내는 ESR 공정이 진행되고 있다. ⓒ세아창원특수강
    이날 특히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반도체·우주항공 등 첨단산업 소재로 쓰이는 특수강재 생산을 위한 ‘진공 제조 공정’이다. 일반 공기 중에서 용강을 생산하는 전기로와 달리 진공 유도 용해로(VIM)는 고도의 진공 상태에서 용강을 생산한다. 이후 전기 슬래그 재용해로(ESR), 진공 아크 재용해로(VAR)에서 불순물을 극한까지 제거, 최고의 청정도를 갖추게 된다.

    세아창원특수강 관계자는 “잉곳을 산소를 차단한 진공 상태서 녹여 청정도를 극대화하고, 고진공 상태에서 질소와 불순물을 제거해 용해하면서 니켈, 타이타늄, 코발트 등을 사용한 특수합금을 만든다”며 “이렇게 만들어진 특수합금만이 항공우주 소재로 사용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세아창원특수강은 국내 최초로 초내열합금 기술 개발 및 상용화에 성공했다. 섭씨 1650도에서도 금속의 내구성과 내열성을 유지할 수 있는 초내열합금은 니켈, 코발트 등을 주원료로 해 극한의 온도와 압력에 견디는 우주·항공기 엔진, 발전용 가스터빈 등의 핵심 부품 소재로 활용된다. 전체 초내열합금 수요 중 약 50%가 우주·항공 산업에서 발생하고 있다.

    세아창원특수강은 이미 K-방산 소재 분야에선 기술력을 입증했다. K-9, K-2의 포신은 세아창원특수강이 단독 생산해 군수업체에 공급 중이며 총기와 탄체 소재, 다연장포 연소관, 박격포, 자주포 포열 등 소재도 개발해 납품하며 방산 소재의 국산화에 기여했다.
  • ▲ 포신 제품을 약900도까지 가열해서 물로 상온까지 냉각하는 퀜칭 열처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세아창원특수강
    ▲ 포신 제품을 약900도까지 가열해서 물로 상온까지 냉각하는 퀜칭 열처리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세아창원특수강
    이날 K-9 등 자주포에 쓰이는 약 9m 길이의 포신이 한창 제작 중이었다. 포신은 지하 12m 길이의 수직 공간에서 900도에 달하는 열처리를 거친 후 마찬가지로 수직 형태의 물탱크에서 급속 냉각, 강도를 강화하게 된다. 뜨겁게 달아오른 포신이 물탱크에 담기자 물이 사방으로 솟구치는 장관이 연출됐다.

    현장에선 세아창원특수강이 보유한 9000톤급 대형 단조 프레스와 함께 2800톤 방사형(RFM) 단조 프레스, 빠르고 파워풀한 생산에 적합한 2200톤의 단조 프레스도 위용을 뽐냈다. 세아창원특수강은 2027년 말까지 340억원을 투입해 2200톤을 5000톤급으로 교체, 생산 가능한 항공우주 소재 범위를 더욱 다양화한다는 방침이다.

    세아창원특수강은 K-방산을 넘어 글로벌 우주·항공 시장 문을 두드리고 있다. 항공기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er) 시장은 보잉, 에어버스 등이 설계한 항공기 부품이나 완제품을 다른 부품 제조사나 하청업체가 생산해 납품하는 밸류체인을 갖추고 있다. 복잡한 항공기 산업에서 각 분야의 전문성을 활용하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채민석 세아창원특수강 기술연구소장은 “방산소재 기술과 우주·항공은 차원이 다른 영역으로, 우주·항공은 견고한 밸류체인을 비롯해 NADCAP·AS9100 같은 까다로운 글로벌 표준인증과 OEM 및 상위 티어사 승인을 취득해야 하는 등 진입장벽이 매우 높아 소수의 주요 공급자 독과점 구조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 ▲ 단조 9000톤 프레스에서 특수강 소재 성형을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세아창원특수강
    ▲ 단조 9000톤 프레스에서 특수강 소재 성형을 위한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 ⓒ세아창원특수강
    세아창원특수강은 최근 우크라이나 전쟁, 미·중 패권 전쟁 속 이러한 밸류체인에 균열을 파고들어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항공 소재 산업은 엄격한 품질관리 시스템 기반 신뢰가 보장돼야 한다. 세아창원특수강은 항공우주 품질 관리 시스템(QMS)을 고도화하고, 2028년 이내 OEM〮과 엔진메이커사로부터 승인을 취득한다는 목표다.

    세아창원특수강은 미국 특수합금 생산법인인 세아슈퍼알로이테크놀로지(SST), 항공방산용 고강도 알루미늄합금 제조사 세아항공방산소재 등 그룹사와의 협력 시너지를 극대화해 글로벌 항공우주 소재 시장에서의 입지를 강화한다는 방침이다. 미국에 2130억원을 들여 건설 중인 SST는 2026년 6월 본격 가동될 예정으로, 연 6000톤 규모의 특수합금을 생산하게 된다.

    세아창원특수강은 특수합금 소재의 국산화와 우주·항공 시장 진출에 이어 민간우주 소재 시장까지 주도권을 잡겠다는 포부다. 세아창원특수강이 생산한 소재가 하늘을 가르는 항공기, 우주로 향하는 발사체, 영공을 지키는 전투기의 핵심을 이루면서 글로벌 최고 수준의 고부가가치 특수합금 소재 생산 기업으로 비상하는 것이 세아창원특수강이 그리는 미래다.

    채민석 연구소장은 “국내 항공 부품 산업은 핵심 소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고, 국내 부품·장비 업체들은 수개월이 걸리는 긴 납기와 최소 주문 수량 요구에 따른 원가 부담 등으로 경쟁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어왔다”며 “세계 최고 수준의 제조업 경쟁력을 지닌 대한민국이 유독 우주항공·방산 산업의 부품·장비 분야에서는 빛을 발휘하지 못했던 이유”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아창원특수강의 특수합금 소재 국산화는 이러한 구조적 한계를 해소해 국내 부품·장비 업체들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고, 글로벌 입찰 경쟁력 강화 및 관련 투자 활성화를 이끄는 선순환을 촉진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멀게 느껴지는 민간우주 시장도 미리 대비해야 한다. 지금이야말로 ‘K-우주’로 뻗어갈 골든타임”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