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12세 이상 허가, 의학적 개입 필요 신호"비만은 질병 … "급여화·인식 개선이 병행돼야"서울역 인근서 노보 노디스크 미디어 세션 개최
  • ▲ 27일 한국 노보 노디스크제약이 개최한 '10년 새 두 배로 증가한 국내 청소년 비만, 올바른 치료 로드맵은?' 미디어 세션 현장. ⓒ박근빈 기자
    ▲ 27일 한국 노보 노디스크제약이 개최한 '10년 새 두 배로 증가한 국내 청소년 비만, 올바른 치료 로드맵은?' 미디어 세션 현장. ⓒ박근빈 기자
    10년 새 국내 청소년 비만율이 두 배로 증가한 가운데 GLP-1 비만치료제 위고비의 12세 이상 청소년 사용이 허가되면서 '오남용'과 '치료 접근성' 사이의 과도기를 맞고 있다.

    27일 서울역 인근서 열린 한국 노보 노디스크제약 미디어 세션 '10년 새 두 배로 증가한 국내 청소년 비만, 올바른 치료 로드맵은?'에서는 청소년 비만의 현황과 조기 개입 필요성, 그리고 사회적 인식 개선 과제가 집중 논의됐다.

    ◆ "12세 이상 약물치료 허가, 오남용 아닌 의료 개입 신호"

    최근 12세 이상 청소년에게 비만치료제가 허가된 것을 주고 전문가들은 이번 허가를 '의학적 개입이 필요한 청소년을 위한 제도적 출발점'으로 평가했다.

    고려대학교병원 이영준 교수(대한소아내분비학회 부회장)는 "청소년 비만치료제 허가는 단순한 신약 도입이 아니라, 의학적 개입이 필요하다는 신호"라며 "그러나 사회적으로 '오남용' 우려만 부각되면서 정작 치료가 필요한 환자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역설이 벌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보건복지부는 "위고비, 마운자로 등 비만치료제가 미용 목적으로 무분별하게 처방되는 실태를 인지하고 있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협의해 이들 약물을 '오남용 우려 의약품'으로 지정·관리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특히 "허가 기준을 벗어난 처방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환자 안전을 위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영준 교수는 이러한 흐름과 관련해 "비만치료제는 미용 목적이 아닌 질병 치료를 위한 약"이라며 "필요한 환자에게 의미 있는 치료임에도 부작용과 오남용만 강조되면 치료 거부 현상이 생긴다"고 우려했다. 

    이어 "전문 자격을 갖춘 의사가 처방하도록 제도화할 필요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며 "결국 의료계와 언론이 협력해 정확한 정보를 확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 청소년 비만의 80%, 성인 비만으로 이어져

    아주대학교병원 소아청소년과 이해상 교수(대한소아내분비학회 홍보이사)는 "2015년부터 2024년까지 국내 중·고등학생 비만율이 약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며 "특히 한국·중국·일본·대만의 5~19세 청소년을 비교했을 때, 한국은 여아 24.6%, 남아 43.0%로 성별을 막론하고 가장 높은 비만율을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청소년 비만의 약 80%가 성인 비만으로 이어진다"며 "비만 아동·청소년의 절반 이상이 당뇨병, 고혈압, 이상지질혈증 등 최소 한 가지 이상의 대사질환을 동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비만은 자존감 저하, 불안, 우울 등 정서적 문제로 이어져 가족과의 관계를 약화시키고 학업·사회적 적응에도 부정적 영향을 준다"며 "성인이 되기 전부터 복합적이고 비가역적인 건강 문제에 노출될 위험이 높다"고 경고했다.

    ◆ "청소년 비만, 개인의 책임 아닌 사회의 질병"

    순천향대학교 부천병원 홍용희 교수(대한소아내분비학회 보건위원회 간사)는 "청소년 비만을 일시적 현상이나 개인의 책임으로만 보는 시각이 치료 개입 시기를 놓치게 한다"며 "비만은 의학적·사회적 문제를 일으키는 만성질환으로 인식하고, 건강한 체중 달성을 치료 목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다.

    홍 교수는 10개국 공동연구인 ACTION Teens 한국 분석 결과를 소개했다.

    홍 교수는 "한국 청소년과 보호자 10명 중 8명 이상이 비만임을 인식하지만, 건강에 미치는 영향을 심각하게 본 비율은 청소년 70%, 보호자 62%로 의료진(87%)보다 낮았다"며 "청소년의 80%가 체중 감량을 개인의 책임으로 여기고 있었고, 이는 해외보다 훨씬 높은 수치"라고 설명했다.

    이어 "우리나라 청소년은 체중 관리를 스스로의 책임으로 인식해 낙인을 내면화할 위험이 있다"며 "이로 인해 가정 내 소통이 단절되고 정서적 지지가 약화돼 생활습관 개선의 실천이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대한비만학회 진료지침을 인용하며 "청소년 비만 치료의 기본은 식사·운동·행동을 포함한 생활습관 교정이며, 건강한 성장과 장기적 체중 관리를 위해 필수적"이라는 그는 "생활습관 개선만으로 조절이 어렵거나 합병증이 동반된 경우 경험 있는 전문의 판단 아래 12세 이상부터 약물치료를 병행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해상 교수는 "비만은 개인의 의지 부족이 아니라 사회적 구조가 만든 문제다. 학교·가정·지역사회가 함께 대응하지 않으면 조기 개입의 타이밍을 놓친다"며 "학회 차원에서도 학교 보건교사 교육과정에 비만 관리 교육을 포함시키는 등 현장 중심의 개선 노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날 임상 전문가들은 최근 대선 공약에 포함된 '소아비만 국가책임제'처럼 청소년 비만은 사회 전체가 책임지고 관리해야 할 질환이라며 "청소년이 낙인 없이 진료받을 수 있는 시스템과 급여 지원 체계가 마련돼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