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소비엔 도움되지만 노동·생산성·재정건전성 해쳐""받는 데 익숙해지면 경제 활력 약화 … 복지지출, 취약계층 중심 설계돼야"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데일리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 2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기획재정위원회의 한국은행 등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의원들의 질의에 답하고 있다.ⓒ뉴데일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이재명 정부의 현금성 복지와 확장재정 기조에 대해 공개적으로 경고음을 냈다.

    그는 지난 29일 열린 기재위원회 국정감사에서 “국민이 ‘받는 데 익숙해지는’ 경제 구조는 장기적으로 위험하다”며 “현금 지원은 단기 소비 진작에는 도움이 되지만, 노동 의욕과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재정 건전성을 훼손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총재와 야당 의원은 “국채 발행이 늘면 금리 상승과 인플레이션 압력이 커져 통화정책의 독립성에도 부담이 된다”며 신중한 재정 운용을 당부했다.

    ◇“소비는 늘지만 노동·생산성은 위축” … 실험 데이터 인용한 우려

    30일 국회·금융권에 따르면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은 해외·국내 기본소득 실험 결과를 근거로 현금성 복지의 부작용을 제시했다.

    오픈AI 창업자 샘 올트먼이 자금을 지원한 비영리 연구재단 ‘오픈리서치(Open Research)’의 기본소득 실험은 미국 일리노이·텍사스 지역 저소득층 1000명을 대상으로 3년간 매달 1000달러를 지급한 프로젝트다. 그 결과 근로소득이 평균 1700달러 줄고, 노동시장 참여율이 3.9%포인트 하락했으며, 월평균 소비는 310달러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도 서울대 이정민 교수 연구팀이 시행한 ‘디딤돌소득’ 실험(중위소득 50~85% 이하 2076가구 대상)에서 노동소득 25% 감소, 고용률 12%포인트 하락, 식료품·의료비 지출 증가 등 유사한 결과가 확인됐다.

    이 두 실험은 공통적으로 현금지원이 단기 소득 안정과 소비 확대에는 긍정적이지만, 장기적으로는 노동 참여와 생산성 제고에 한계가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

    이 총재는 “경제학자 다수가 같은 견해를 갖고 있다”며 “복지 지출은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선별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설계돼야 한다”고 동의했다.

    그의 발언은 정부가 추진 중인 현금지원 중심의 확장재정 정책에 대한 경계 신호로 풀이된다.
  • ▲ ⓒ박성훈 의원실
    ▲ ⓒ박성훈 의원실
    ◇“기본소득, 기존 지출 위에 얹히면 재정 여력 갉아먹어”

    이 총재는 기본소득 논의의 핵심 문제로 재정 여력 부족을 꼽았다.

    그는 “기본소득의 본래 취지는 여러 보조금을 통합해 효율화하는 것이지만, 실제로는 기존 지출을 그대로 둔 채 기본소득을 추가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럴 경우 국민이 지원에 의존하는 행태가 고착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성훈 의원도 “재정은 한정돼 있고, 단기 인기보다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지출 구조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효율적 재정 집행 없이 현금성 복지를 지속하면 잠재성장률 하락과 재정 부담이 불가피하다”며 “재정은 구조개혁과 성장 기반 확충에 쓰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확장재정은 통화정책과 충돌” … 한은 독립성 강조

    박 의원이 “확장재정이 지속될 경우 정부가 한은에 국채 인수를 요구할 수도 있다”고 묻자, 이 총재는 “법상 인수는 가능하지만 사실상 사문화된 조항으로, 실제 인수한 사례는 없다”고 답했다.

    박 의원은 “국채 발행이 늘면 금리 상승 압력이 커지고, 이는 통화 완화정책과 충돌할 수 있다”며 “통화정책의 독립성은 경제 신뢰의 근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정부의 확장재정이 장기화되면 한은의 금리정책 신뢰가 훼손되고 인플레이션 위험이 다시 부각될 수 있다”며 “재정 효율성과 통화정책의 조화가 중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