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고용 적신호 11월 인하 확률 당위성 부여부동산·물가 재가열 … 정책 완화 신호 차단환율 1450원대, 외환 불안 여전'동결 vs 인하 + 장기 동결' 가능성 부상
  • 한미 금리차가 좁혀지고 있음에도 한국은행의 ‘고금리 방어전’은 당분간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시장이 예상을 뛰어넘는 회복세를 보이고 있고, 물가와 환율이 다시 압박을 가하면서 정책 완화 신호를 주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국발 경기 둔화 조짐이 뚜렷해지면서 금리 인하의 당위성 역시 점점 커지고 있다. 한미 기준금리 차이는 1.50% 포인트로, 지난해 최대 2.25%포인트까지 벌어졌던 것과 비교하면 좁혀진 상황이다. 11월 금통위를 앞두고 한은의 고민이 깊어지는 대목이다.

    ◆ 美 고용 냉각 … 인하 압박 커지는 연준

    최근 미국의 고용지표는 빠르게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고용정보업체 챌린저·그레이·앤드·크리스마스(CG&C)는 10월 미국 내 일자리가 15만 3074개 줄었다고 밝혔다. 전달보다 감소폭이 183% 급증했으며, 10월 기준으로는 2003년 이후 22년 만의 최대 감소다. 올해 들어 10월까지 누적 일자리 감축 규모는 109만 9500개로, 팬데믹 초기인 2020년 이후 가장 큰 수준이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은 10월 미국 실업률을 4.36%로 추정했다. 이는 2021년 10월 이후 최고치다. 이에 따라 연준 내부에서도 금리 인하 압박이 커지고 있다. 마이클 바 연준 이사는 “낮은 채용률은 AI 도입 등 구조적 변화의 결과”라며 “노동시장이 견조하도록 보장하는 방향의 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금리 완화 필요성을 시사한 셈이다.

    또 다른 스티븐 마이런 연준 이사 역시 “노동 수요는 기대보다 약하며, 기준금리는 현재보다 낮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시장의 연준 0.25%포인트 인하 전망 확률은 하루 새 8% 포인트 오른 약 70%에 달했다.

    이처럼 미국발 인하 기대가 커지면서 한국은행이 ‘선제 대응’을 고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글로벌 통화정책이 완화로 돌아설 조짐 속에 한국만 긴축을 지속할 경우 경기 하방 압력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 집값·가계부채 동반 증가 … 물가·환율 압박에 정책 긴장 고조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세는 2주 연속 둔화했지만, 금리 인하 기대감이 부동산 심리를 다시 자극하고 있다. 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매수세가 붙고, 전월세 시장은 공급 부족과 이사 수요가 겹치며 보증금과 월세 모두 상승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가계부채는 2325조 8980억원으로 전넌 대비 두 배를 웃도는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가계부채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89.7%로 세계 최고수준에 이르렀다. 부동산과 부채가 동시에 꿈틀대는 만큼, 한은이 완화 시그널을 잘못 줄 경우 시장 과열로 이어질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려운 대목이다.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2.4%로 9월(2.1%)보다 0.3%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7월(2.2%)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수치다. 한은은 올해 연말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 내외로 다시 안정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놨지만, 둔화 조짐이 뚜렷하지 않다.

    외환시장 불안도 부담이다. 원·달러 환율은 최근 1450원대를 넘어섰다. 국고채 3년물 금리 역시 기준금리를 웃돌며 2.74% 수준까지 상승했다. 세계 경기 둔화 우려와 지정학 리스크, 미 국채금리 변동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 11월 '동결 vs 인하+동결' … 정책 방향 가늠할 마지막 회의

    이달 11월 열리는 금융통화위원회는 사실상 올해 마지막 정책 분기점이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금리 동결을 택한다는 의견과 금리를 한 차례 인하한 뒤 장기 동결에 들어가는 절충안을 택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맞서고 있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성장률 전망이 잠재성장률 수준으로 상향될 경우, 한은은 인하 종료를 시사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반면, 한은이 '인하 + 장기 동결' 시나리오가 현실화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정책 완화 기대를 누르면서도 경기 둔화 위험을 최소한으로 관리하는 중간 해법이라는 분석이다.

    우리금융경영연구소는 “금통위가 금리 인하를 통해 과도한 시장금리 상승세를 진정시키고 내수 회복을 지원할 가능성이 높다”며 “이번 인하를 마지막으로 통화정책의 방향을 완화에서 중립으로 바꿀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