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북미 판매 20% 이상 하락 예상현대차·기아 美전기차 판매량도 60% 줄어완성차는 하이브리드, 배터리는 ESS 집중
  • ▲ 미국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종료에 따라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 미국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 종료에 따라 전기차와 배터리 업계가 대응책 마련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연합뉴스
    미국의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이 종료되자 전기차에 이어 배터리 판매 실적에 미치는 영향도 본격화하고 있다. 보조금 폐지로 인한 배터리 판매 감소량이 최대 20%에 이를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7일 시장조사업체 JD파워에 따르면 지난달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5만4700대로 지난해 동기 대비 43.1% 줄었다. 미국의 7500달러(1000만원) 규모 전기차 구매 보조금 지급이 9월 말 종료되면서 수요 둔화가 본격화한 것이다.

    구체적으로 현대자동차와 기아의 미국 전기차 판매량은 지난달 3834대로 1년 전보다 61.6% 급감했다. 현대차(2503대)는 58.5%, 기아(1331대)는 66.4% 각각 감소했다. 특히 아이오닉 5가 이 기간 63.5%, EV6가 70.7% 줄어 현대차와 기아 대표 전기차 판매가 크게 위축됐다.

    미국에서 인기 있는 혼다의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프롤로그도 지난달 1년 전보다 81% 급감한 806대가 팔렸다. 시장조사업체 JD파워는 지난달 미국 전기차 판매가 전년 같은 달보다 43.1% 줄어든 5만4673대에 그쳤을 것으로 추산했다.

    완성차 업계는 전기차 보조금 지급 중지 기조가 변하지 않을 것으로 판단, 전기차 수요 감소세가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이에 미국 1위 점유율 제너럴모터스(GM)는 내년 1월부터 전기차 공장에서 일하는 직원 약 3300명을 감원하기로 했고, 포드는 내년 200만대로 잡은 전기차 생산 목표를 철회했다. 닛산도 2028년부터 미국에서 양산하려던 신형 전기차 2종의 생산을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완성차 업체가 보수적 재고 관리에 돌입하면서 배터리 업계도 직격탄을 맞게 됐다. 이용욱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K-배터리(LG에너지솔루션·삼성SDI·SK온)의 북미 전기차향 판매가 4분기 20% 이상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당분간 전기차 판매량 증가를 기대할만한 요인이 없는 만큼 반등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것이 업계 시각이다. 전기차 구매 수요가 보조금 폐지 전까지 몰리면서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서다.

    K-배터리는 중국 제외 글로벌 시장에서도 점유율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유럽과 동남아시아 지역을 중심으로 시장을 확장 중이다. 9월 K-배터리의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동기 대비 5%p 하락한 38%로 집계됐다.

    완성차 업계가 순수 전기차대신 하이브리드카에 집중할 전망인 가운데 배터리 업계는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에서 성장 돌파구를 마련할 방침이다. 순수 전기차 대비 하이브리드 모델은 배터리 탑재량이 적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 초 미시간 홀랜드 공장을 LFP(리튬인산철) 기반 ESS 전용 생산기지로 전환한 데 이어 스텔란티스와의 캐나다 합작공장 넥스트스타에너지의 일부 전기차용 삼원계 리튬이온 배터리 생산라인을 ESS용 LFP 배터리 라인으로 전환, 연내부터 ESS용 LFP 배터리 양산을 시작할 계획이다.

    삼성SDI와 SK온 역시 기존 전기차 배터리 생산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하며 수익 다각화를 위한 준비에 나섰다. 삼성SDI는 미국 인디애나주에 있는 스텔란티스와의 북미 합작 공장인 스타플러스에너지의 전기차용 생산 라인을 ESS용으로 전환해 지난 10월부터 양산하기 시작했다.

    SK온은 미국 조지아주 SK배터리아메리카(SKBA) 공장의 라인을 전환해 ESS용 배터리를 생산한다. SK온은 미국 플랫아이언 에너지개발로부터 수주한 ESS를 미국 내 기존 생산시설을 활용해 납품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