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설립 후 첫 내부 부사장 요구, 21년 외부 인사 관행 깨나금융공공기관에 부는 내부 출신 바람 … 전문성·연속성 인사 기조 진정성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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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책금융권 인사 지형이 변화하고 있다. 한국산업은행과 한국수출입은행이 잇따라 내부 출신을 수장으로 선임하며 인사 방향 전환을 예고한 가운데, 한국주택금융공사(주금공) 노동조합이 부사장(2인자) 자리에 내부 인사를 임명하라고 공개 요구했다.

    21년간 외부 출신 낙하산 인사의 상징으로 거론돼 온 주금공 부사장 자리를 둘러싸고, 정부가 내세운 ‘전문성·연속성’ 인사 기조와 조직 내부의 세대교체 요구가 맞물리며 이번 인선이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가 나온다. 주금공 부사장 자리는 지난 9월 17일 임기가 끝난 상태다. 

    ◇산은·수은 이어 “주금공도 바뀌어야 한다”

    1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금공 노조는 전날 성명을 통해 “주금공은 2004년 설립 이후 단 한 번도 내부 출신 부사장을 둔 적이 없고, 현재 임원 7명(사장·부사장·감사·상임이사 4명) 가운데 내부 승진 인사는 상임이사 2명에 그친다”고 밝혔다.

    노조는 “부사장직이 오랫동안 한국은행 및 관료 출신 퇴직 인사의 ‘통과의례’처럼 활용돼 왔다”며 “이제는 내부 인사가 조직의 핵심 리더로 설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은행이 창립 71년 만에 첫 내부 출신 박상진 행장을 선임하고, 수출입은행이 황기연 전 전무를 은행장에 임명한 결정은 이러한 변화 흐름의 근거로 읽힌다.

    금융권에서는 “정치권·관료 출신 중심 인사 구조에 균열이 나타나고 있다”는 평가와 함께 “전문성과 조직 연속성을 중시하는 인사 원칙이 일부 정책금융기관 인선에 적용되기 시작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21년 낙하산 고리 끊자" 노조의 세 가지 근거

    노조는 내부 출신 부사장 임명 요구의 근거를 세 가지로 제시했다. 첫째, 주택금융과 보증, 서민금융 등 특수성과 연속성이 중요한 업무 특성상 조직 문화와 현장을 이해한 내부 인사가 적합하다는 점이다. 둘째, 약 2년 단위로 반복된 외부 인사 관행이 중장기 전략과 정책 추진력에 부담을 줬다는 것이고, 셋째, 내부 인재에게 상임이사에 이어 부사장까지 이어지는 실질적 승진·성장 경로를 제시해야 한다는 점이다.

    이혁 주금공 노조위원장은 “내부 출신 부사장 선임은 조직 안정뿐 아니라 후배들에게 공정한 승진 사다리가 존재한다는 신호가 될 것”이라며 “지금이야말로 21년간 누적된 인사 왜곡을 정상화할 기회”라고 밝혔다.

    ◇금융위 선택이 가를 ‘인사 개혁’ 분수령

    관건은 금융위원회의 선택이다. 형식상 부사장 임명은 사장이 제청하지만 실제 후보군 조율과 최종 선임 과정에서 금융위가 사실상 결정권을 행사해 왔다는 것이 금융권의 대체적인 인식이다.

    이에 따라 이번 인선은 개별 기관의 인사 문제를 넘어 정부가 밝힌 ‘전문성·내부 중용’ 인사 기조가 주금공에도 일관되게 적용되는지를 가늠하는 분수령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금융위가 내부 승진을 승인할 경우 주금공은 산은·수은에 이어 내부 출신 중용 기조에 합류하게 된다. 반대로 외부 인사가 다시 부임할 경우 “전문성 강화와 낙하산 관행 개선 약속이 선언에 그친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주금공이 내부 출신을 부사장에 임명한다면 금융공공기관 인사 관행이 구조적으로 전환되는 신호로 받아들여질 것”이라며 “반대로 외부 낙하산 인사가 반복된다면 정부의 인사 개혁 기조에 대한 회의가 다시 확산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