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에 7만㎡ 규모 신캠퍼스 준공SK하이닉스, 하이 NA EUV 장비 도입삼성·SK 연쇄 회동 … 반도체 협력 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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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기업 ASML의 크리스토프 푸케 최고경영자(CEO)가 12일 한국을 찾았다. 세계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기업으로 꼽히는 ASML 수장이 방한한 것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양대 메모리 기업과의 전략 협력을 강화하기 위한 행보로 해석된다. 재계 안팎에서는 푸케 CEO가 이번 일정 중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잇따라 만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푸케 CEO는 이날 오전 경기도 화성 송동에서 열린 ‘ASML 화성캠퍼스 준공식’에 참석한 뒤, 전영현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부문장(부회장)과 오찬을 함께하며 업무 논의를 이어갔다. 전날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ASML은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기업으로, 삼성전자·SK하이닉스·TSMC 등 글로벌 반도체 제조사의 필수 파트너다. 특히 최근에는 하이 NA(High-NA) EUV라 불리는 차세대 노광장비 확보전이 글로벌 반도체 기술 경쟁의 최전선이 됐다. 이 장비는 기존 EUV보다 해상도가 높아 2나노 이하 시스템 반도체나 고성능 D램 생산에 필수적이다.

    한국은 ASML에게 핵심 시장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9월 경기도 이천 M16 공장에 하이 NA EUV 장비를 도입해 메모리 업계 최초로 양산용 장비를 확보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3월 연구개발용 장비를 국내 최초로 설치했고, 내년 상반기까지 양산용 장비 추가 투입을 추진 중이다.

    업계에서는 “ASML이 공급 물량이 한정된 하이 NA EUV의 주요 고객사로 한국 기업을 우선순위에 두고 있다”며 “AI 반도체 수요 폭증 속에 기술·장비 협력도 장기적 동맹 형태로 발전할 수 있다”고 본다.

    ASML이 이날 준공한 화성캠퍼스는 이런 흐름을 상징한다. 지난 2022년 직접투자를 결정해 착공한 동탄 신사옥은 지하 4층, 지상 11층 규모로, 총 연면적이 7만4418㎡에 달한다. 신사옥에는 재(再)제조센터(Repair Center)와 DUV·EUV 트레이닝센터가 함께 들어섰다. 부품을 국내에서 조달, 수리할 수 있게 돼 장비 문제 발생 시 대응 속도가 빨라졌고 트레이닝센터는 국내 기술 인력의 EUV 전문성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ASML의 하이 NA EUV는 연간 7~8대만 생산된다. 인텔은 이미 지난해 해당 장비를 확보해 2나노 공정 반도체 양산을 선언했고 TSMC도 파운드리 업계 최초로 하이 NA EUV를 도입해 내년 양산 공정에 투입할 계획이다. 공급 제한 속에서도 한국 기업들이 초기 도입에 성공한 것은 ASML과의 긴밀한 협력 관계를 보여주는 사례로 평가된다.

    양측은 이미 공동 연구개발 체계도 구축 중이다. 삼성전자와 ASML은 지난해 12월 수도권에 EUV 연구소(조인트랩)를 설립하기로 하고, 하이 NA EUV를 활용한 2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 기술 개발을 위해 약 1조2000억 원을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이번 푸케 CEO의 방한을 계기로 이 프로젝트가 한층 속도를 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이번에 푸케 CEO가 이재용 회장과 최태원 회장을 직접 만날 경우, 단순한 기술 협력 이상의 의미가 될 것이란 해석도 제기된다. 두 그룹 총수 모두 최근 몇 년간 ASML과의 관계 강화에 공을 들여왔다. 이 회장은 지난해 4월 독일 자이스 본사를 방문해 푸케 CEO와 협력 방안을 논의했고, 유럽 출장 때마다 ASML 본사를 방문했다. 최 회장 역시 지난해 12월 네덜란드 ASML 본사를 찾아 협력 확대 방안을 논의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