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전세난 극심…임차인 주거비 부담 가중만성적인 주택 공급 부족…"내년 더 오른다"
  • ▲ 서울 시내의 부동산에 붙은 매매 안내문.ⓒ연합뉴스
    ▲ 서울 시내의 부동산에 붙은 매매 안내문.ⓒ연합뉴스
    정부 부동산규제로 서울 전세매물이 줄고 전세값도 상승을 거듭하면서 더 저렴한 전세집을 찾아 이동하는 '전세난민'이 늘고 있다. 특히 '10·15부동산대책' 이후 전세매물 잠김현상이 뚜렷해지고 갱신계약마저 증가하면서 전세값 상승압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부동산플랫폼 아실(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전세 물건은 이날 기준 2만6467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기간 3만2218건과 비교하면 17.85%(5731건) 급감한 수준이다.

    전세물건이 줄어들자 가격은 치솟고 있다. KB부동산 집계를 보면 지난 10월 서울 아파트 중위전세가격은 평균 5억7333만원으로 전월 5억6833만원보다 503만원 상승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5억4667만원과 비교하면 2666만원(4.9%) 올랐고 2022년 11월 5억7667만원 이후 3년 만에 최고치다.

    중위가격은 아파트 전세가격을 순서대로 나열했을 때 가운데에 위치한 값을 의미한다. 평균가격보다 고가·저가 아파트 거래 비율에 영향이 상대적으로 적다.

    전세수급지수도 4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했다. KB부동산이 조사한 지난 10월 서울 전세수급지수는 157.7로 전달 154.2보다 3.5p(포인트) 올라 2021년 10월 162.2이후 가장 높은 수치를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다.

    경기 지역 일부 단지에서도 전세값이 상승하고 있다. 일례로 하남 학암동 '힐스테이트센트럴위례' 전용면적 98㎡ 전세는 지난달 8억원에서 이달 8억5000만원으로 한달 만에 5000만원 상승했다. 

    성남시 수정구 창곡동 '위례센트럴자이' 전용 84㎡ 전세도 지난달 7억7000만원에서 이달 8억원으로 상승한 데 이어 현재 시세는 9억5000만원 수준까지 치솟았다. 

    매물 감소도 심각하다. 아실은 경기 지역 아파트 전세 물건이 2만699건에 그쳐 연초 3만1110건 대비 33.5% 감소한 것으로 집계했다. 

    지역별로는 안양 만안구가 연초 1458건에서 이달초 148건으로 약 90% 쪼그라들었고 용인 처인구도 969건에서 193건으로 80% 급감했다. 광주시는 648건에서 212건으로, 하남시도 722건에서 213건으로 각각 70% 줄었고 안양 동안구도 1273건에서 480건으로 63% 감소했다.

    향후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이 급감하면서 경기 지역 전세난이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올해 경기 신규 아파트 입주물량은 6만6000가구, 내년에는 4만3000가구로 35% 가까이 감소한다.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운 상황이다. 부동산 리서치업체 리얼투데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분석한 결과 10·15대책 시행일인 지난달 16일부터 이달 11일까지 27일간 거래량은 2320건으로 직전 27일(9월18일∼10월15일) 1만254건대비 77.4% 급감했다.

    이번 대책으로 규제지역에선 무주택자와 처분조건부 1주택자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 한도가 70%에서 40%로 강화되고, 주택담보대출 금액 상한은 가격에 따라 15억원미만은 6억원, 15억원초과∼25억원이하는 4억원, 25억원초과 2억원으로 차등적용됐다.

    강화된 대출규제에 더해 토지거래허가구역 지정까지 더해지면서 매수와 매도 수요 모두 크게 위축된 것으로 풀이된다.

    자치구별로 살펴보면 △영등포구 –93.9% △광진구 -90% △성동구 -89.6% △중구 -85.9% △강동구 -85.1% △마포구 -84.9% △동작구 -84.9% △종로구 -83.5% △동대문구 -82.6% 순으로 거래량 감소폭이 컸다.

    이에 따라 높은 집값과 규제로 서울에서 경기도로 이동하는 '탈서울'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법원 등기정보광장 집계를 보면 지난달 서울 거주자가 매수한 경기도 내 집합건물(아파트·다세대·연립·오피스텔)은 3704건으로 집계됐다. 전월 3624건보다 2.2% 증가한 수치다. 올해 들어 가장 많은 거래량이다. 10월 거래분의 신고 기한이 이달 말까지인 점을 고려하면 숫자는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

    올해 들어 지난 5월까지 2000건대를 유지해왔던 경기도 집합건물 매수 건수는 6월 이후 3500건 안팎으로 늘었다. 국가데이터처의 국내인구이동통계를 봐도 매달 2만5000명 안팎의 인구가 서울을 떠나 경기도로 이동했다.
     
    전문가들은 만성적인 주택 공급 부족과 정부의 초강력 규제 대책으로 인한 임차인들의 주거 불안이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권대중 한성대 일반대학원 경제·부동산학과 교수는 "서울에서 시작된 전세대란으로 전세집을 못 구한 임차인들 가운에 일부는 상대적으로 임대료 부담이 적은 경기 지역으로 옮겨가고 있다"면서 "내집마련, 전세 모두 어려운 상황에서 만성적인 주택 수급불균형 문제가 해소되지 않으면서 서울에서 시작된 임차인들의 주거 불안이 경기 지역으로 확산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