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방한 때는 SK그룹 먼저 만나올해는 배터리 보다 전장 협력 집중한국 전장 생태계 높게 평가했단 방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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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그룹 AG 이사회 의장 겸 CEO가 14일 인천 영종도 파라다이스시티 스튜디오에서 열린 메르세데스-벤츠 미래 전략 콘퍼런스에서 LG, 삼성 등의 협력 강화와 함께 신차를 소개하고 있다.ⓒ벤츠코리아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이 최근 방한 이후 잇따라 국내 삼성, LG 등 국내 주요 기업들과 만나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행보를 보인 가운데 SK와 공식적인 만남을 갖지 않으면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칼레니우스 회장은 2년 전 방한 때는 SK그룹과 먼저 만나 전기차 협력 방안을 논의한 바 있어서다.17일 업계에 따르면 올라 칼레니우스 메르세데스-벤츠 회장은 지난 13~14일 LG, 삼성, HS효성 경영진과 연이어 회동을 하며 전장 부품 등 미래 모빌리티 기술 관련 협력 방안을 모색했다.칼레니우스 벤츠 회장은 "이번 방한을 통해 LG, 삼성 등과 매우 생산적인 미팅을 가졌다"며 "구체적인 내용을 밝힐 수 없지만, 3~4년 이후 앞으로 무엇을 함께 혁신할지에 대해 논의했다"고 말했다.다만 이번 일정에는 SK와의 공식 만남이 포함되지 않았다. SK그룹은 벤츠의 공급 파트너다. SK온은 지난 2017년부터 벤츠에 전기차용 배터리를 납품해 왔다. 2023년 칼레니우스 회장의 방한 당시에는 첫 일정으로 SK그룹을 찾았던 만큼 의문이 제기됐다.일각에서는 동맹 약화 우려 가능성도 제기됐지만 업계에서는 이번 방한의 초점이 배터리 보다 디스플레이 등 전장(자동차 전자·전기 장비) 부품에 맞춰지면서 자연스럽게 일정에서 빠졌다는 분석이 나온다.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SK온은 벤츠를 포함해 현대차, 포드, 폭스바겐 등 주요 완성차 업체에 배터리를 공급 중이고, 벤츠와도 수주 계약을 지속적으로 갱신해 오고 있다"며 "이번 일정은 전장 협력 중심의 스케줄로 보인다"고 말했다.이번 방한 일정에서 칼레니우스 회장이 가장 먼저 찾은 곳은 LG였다. LG디스플레이·LG전자·LG에너지솔루션·LG이노텍 경영진을 만나 차량용 디스플레이와 전장 부품 등의 협력을 논의했다. 2년 전 방한 당시에도 LG디스플레이를 방문한 바 있다.이번 회동은 성과로 이어지는 모습이다. LG디스플레이가 2026년형 메르세데스 벤츠 GLC 전기차에 40인치 차량용 디스플레이를 공급할 것으로 전해진다. LG에너지솔루션도 지난 9월 벤츠와 15조원 규모로 차세대 원통형 배터리 추정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유럽 물량은 2028년부터 7년간, 미국 물량은 2029년부터 8년간 벤츠 전기차에 공급된다. 이번 양사 간 회동으로 20여년간 이어진 양사 간 동맹이 더욱 공고해진 분위기다.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과의 만남도 전장 협력 확대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특히 삼성전자는 배터리·반도체·디스플레이·소프트웨어(SW)를 모두 갖춘 기업이라는 점에서, 기존 하만의 인포테인먼트 시스템과 전자 디지털키를 넘어 삼성SDI 배터리 등까지 협력이 넓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HS효성도 탄소섬유, 배터리소재, 에어백, 타이어코드 등 핵심 소재 분야에서 전략적 파트너십 강화를 기대하고 있다.벤츠는 실제로 한국의 전장 생태계와 공급망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벤츠는 내년 1월 서울 본사 내에 아시아 제조·구매 허브 조직을 신설할 계획이다. 그동안 한국에는 판매·영업과 R&D 조직만 있었지만, 본사에 있는 핵심 제조·구매 조직 기능이 한국으로 오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벤츠코리아 관계자는 "아시아 제조·구매 허브는 한국을 포함해 일본, 태국 등 아시아 지역 전장 파트너사를 발굴하고 품질과 사업 개발을 총괄하는 핵심 거점 역할을 맡게 된다"고 설명했다.벤츠가 한국을 찾고 협력 범위를 넓히는 이유는 한국이 이미 전장 공급망의 핵심 시장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이다. 켈레니우스 회장은 방한 일정을 소화하면서 지속적으로 한국의 혁신 생태계를 극찬했다.칼레니우스 회장은 지난 14일 인천 파라다이스시티에서 열린 미래 전략 간담회에서 "한국 혁신 생태계는 벤츠에 매우 중요하다. 이제는 벤츠 차량에서 한국 기술이 빠진 모델을 찾기 어려울 정도"라고 강조했다. 이어 "삼성과 LG는 이미 글로벌 챔피언이며, 전장 분야에서도 놀라운 혁신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