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소통 없다” … 그러나 발언은 정치적 해석 평가채권·환율·증시 출렁, 한은 커뮤니케이션 위기시장 “인하 종료다” … 연준보다 매파적 한은 비판도“자주성인가 돌출행동인가” … 금통위 신뢰 시험대
  • ▲ ⓒ뉴데일리
    ▲ ⓒ뉴데일리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의 발언이 연일 금융 시장을 흔들고 있다. 최근 “금리 정책은 데이터에 달려 있다”는 인터뷰 한 줄로 국채 금리와 환율, 증시까지 요동하자 투자자 불안은 가중됐다. 특히 시장은 “추가 인하 철회”로 해석하며 사실상 내년까지 통화정책 완화 기대를 접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 총재의 발언이 단순한 전망 제시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대미 금리 차 확대, 부동산 불안, 외환시장 긴장 등 민감한 시점에서 ‘정책 신호’에 가까운 멘트를 공개적으로 쏟아내고 있다. 이 때문에 금융권 안팎에서는 “중앙은행 수장의 커뮤니케이션 리스크가 극대화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총재는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연임 여부를 묻는 질문에 “대통령실과 논의는 없었다”며 선을 그었다. 지방선거나 보궐 출마 제안도 없었으며, 본인 역시 “선출직 의향은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 총재의 남은 임기는 내년 4월까지다. 

    그러나 시장이 보는 시선은 여전히 복잡하다. 경제 컨트롤타워에서 물러난 뒤 정계 진입 가능성에 대한 관측이 꾸준히 제기돼 왔기 때문이다. 한 야권 인사는 “이력서에 지역 출신이 강조된 점을 보면 향후 행보를 염두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고, 정치권에서는 이미 이 총재의 차기 행보를 두고 해석 경쟁이 이어진다.

    이 총재 발언의 직설적 톤도 도마에 올랐다. 최근 그는 “서울 주택가격이 예상보다 앞서가고 있다”며 금리 인상 가능성을 암시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금융시장은 이를 즉각 매파 신호로 받아들였다. 채권금리는 단숨에 급등했고, 외국인은 국채와 주식을 동반 매도하며 ‘셀 코리아’ 분위기가 강해졌다.

    여권 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이언주 민주당 최고위원은 “한은 총재의 경솔한 발언 한마디가 시장을 뒤흔들었다”며 “기재부 장관처럼 외환시장 발언에 나선 것은 선 넘은 행동”이라고 직격했다. 그간 이 총재가 교육·부동산 등 금리 외 이슈에 잦은 논평을 내온 점도 도마 위에 올랐다.

    시장에서는 그의 소신 발언을 반길 수도 있지만, 지금은 타이밍이 문제라는 평가가 나온다. 미국 연준도 12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50% 아래로 떨어지는 등 ‘인내의 구간’에 진입한 상황에서 한국 시장 불안 요소가 더 커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정책 공조도 매끄럽지 않다. 이 총재가 외환시장 개입 언급까지 하면서 금융당국의 역할 구분이 모호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중앙은행 독립성”을 강조하면서도 다른 행정부 영역에 말을 얹는 모습은 정책 신뢰도를 낮출 수 있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향후 한은의 모든 발언과 메시지가 시장의 급격한 반응을 촉발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고금리·고환율 장기화로 가계와 기업 차입 부담이 커지는 가운데, 한은의 커뮤니케이션 실패는 실물경제에 직접적인 충격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한 경제연구소 관계자는 “이 총재의 정책 메시지는 시장을 다독이기보다 ‘충격 테스트’에 가깝다”며 “정확한 방향성 제시보다 발언 파급력을 고려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