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급등 속 IT 제조사 비용 부담 심화수익성 악화 우려에 과열 조짐 우려도 나와"슈퍼사이클 이제 시작 단계" 전망도 많아가격 인상폭 수용 여부 관건 … 속도조절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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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CHAT GPT로 생성한 이미지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단기간에 급등하면서 IT 완제품 업체들의 비용 부담이 역대급으로 높아지고 있다. 최근 DDR5와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사양 메모리 가격 상승이 두드러지는 가운데 일부 범용 제품까지 상승세에 동참하면서 스마트폰·PC·서버 제조사의 수익성이 직격탄을 맞을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시장에서는 가격 급등이 오히려 수요를 위축시켜 메모리 슈퍼사이클이 지속되는데 제동을 걸 수 있다는 경계심이 고개를 들었다. 지금의 메모리 사이클이 앞으로도 성장 여지가 많이 남은 '초입부'에 있는지, 아니면 빠르게 막바지로 치닫는 것인지를 두고 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19일 반도체업계와 글로벌 투자시장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투자은행(IB) 모건스탠리가 델(Dell)이나 HP 같은 PC 제조사들이 고공행진하는 메모리 가격 압박으로 마진 리스크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고 지적하면서, 이 같은 수요단의 상황이 향후 메모리 사이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모건스탠리는 지난 11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메모리 가격 상승 흐름이 예상보다 가파르고 IT 기기 제조사의 원가 충격이 내년 상반기 실적에 직접 반영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가격 인상이 소비자 판매가로 전가될 경우 수요 조정 압력이 먼저 나타날 수 있다"며 사이클 둔화 가능성을 언급했다.이에 앞서 이미 시장에선 AI 투자 과열 현상을 지적하며 'AI 거품론'까지 거론되는 상황이다. 여기에 전통적인 메모리 수요처인 주요 PC업체들이나 스마트폰 제조사들의 수익성 전망에까지 빨간불이 켜지면서 몇 년만의 슈퍼호황에 들어선 메모리 반도체 시장에까지 불똥이 튈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으로 보인다.◇ "슈퍼사이클 이제 시작" … 여전히 힘 받는 '장기 슈퍼사이클' 전망다만 메모리업계에선 이번 슈퍼사이클이 과거와는 달리 고부가 고성능 제품 중심으로 전환되는 구조적 변화를 맞으면서 최소 4년 이상 장기사이클로 이어질 것이란 전망에 여전히 힘을 싣고 있다.노무라증권은 이달 초 발표한 전망에서 "이번 메모리 슈퍼사이클은 과거와 달리 기술 전환에 기반해 2026년 이후 최소 4년 이상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며 장기 성장성을 강조한 것도 이런 기대를 뒷받침한다.실제로 AI 서버 중심 수요는 이미 2027년 이후 선계약 논의까지 확산되며 구조적 증가세가 유지되는 분위기다. 반도체업계에서는 과거처럼 재고 사이클에 따른 급등락이 아니라 성능 강화 요구에 따라 꾸준히 수요가 발생하는 국면이라는 평가도 내놓는다.가격 상승세가 지속되는 가운데도 메모리 업체들은 HBM과 DDR5 등 고부가 제품 중심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주요 고객사와 이미 내년과 내후년 물량까지 선계약 협의가 진행 중인 점은 과거 사이클과 가장 큰 차별점으로 꼽힌다. 생산 전환에 시간이 필요한 만큼 단기 공급 확대가 쉽지 않아 수요가 일부 둔화하더라도 공급 과잉에 따른 급락 가능성은 낮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
- ▲ 삼성전자 DDR5 제품 이미지 ⓒ삼성전자
◇ "메모리 가격상승 속도 너무 빨라" … 사이클 고점 조기 도래 가능성그러나 가격 상승 속도가 지나치게 빠를 경우 이런 성장 곡선이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완만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무시하기 어려워 보인다. 스마트폰, PC 등 전통적 IT 제조사들이 메모리 단가를 감당하지 못하고 탑재량 조정이나 제품 라인업 축소에 나서기 시작하면 고부가형 수요와 달리 범용 메모리 수요는 먼저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다.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시장 구조가 성장 단계에 들어선 것은 맞지만 가격 부담을 견디지 못한 완제품 업체들이 수요를 줄이기 시작하면 사이클의 체감 고점은 생각보다 빨리 찾아올 수도 있다"며 "이번 상승세가 지속되려면 단기 속도 조절이 오히려 필요할 수 있다"고 말했다.실제로 시장분석기관들에선 스마트폰과 PC 등 전통적 IT 시장의 회복세가 당초 예상보다 더디다는 점을 지적한다. 트렌드포스는 내년 스마트폰 출하량 증가율 전망치를 기존 플러스(+) 0.1%에서 마이너스(-) 2%로 낮추며 "메모리 가격이 추가로 오를 경우 제조사들이 사양 조정이나 일부 모델 단종을 검토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완제품 시장이 뒷받침되지 못할 경우 고사양 중심 수요는 유지되더라도 범용 메모리 수요는 예상보다 빨리 둔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시장에서는 AI 투자 열기가 이미 주가와 설비 계획에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점도 메모리 분야의 잠재적 리스크로 지목한다. 실제 메모리 수요나 수익 창출이 기대만큼 빠르게 실현되지 않을 경우 투자 심리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기대 대비 실적이 뒤따르지 않을 경우 투자자와 완제품 제조사 모두 주문 계획을 보수적으로 조정하면서 수요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글로벌 리서치업체 모닝스타는 최근 보고서에서 "AI 관련 수요가 실제 실적에 아직 충분히 반영되지 않고 있다"며 "투자 확대가 예상보다 앞서가고 있다는 점은 사이클 고점 가능성을 주의 깊게 볼 필요가 있다"고 경고했다.공급 측면에서도 유의해야 할 위험은 있다. AI 전환 기대감만을 기반으로 메모리 생산 설비나 캐파 투자가 무리하게 확대될 경우 오히려 공급이 수요보다 먼저 증가하면서 가격 조정 압력으로 돌아올 수 있다. 차세대 메모리 구조 도입이나 일부 경쟁사의 저가 공세 등 기술·경쟁 요인으로 수요가 전환할 가능성도 지적된다.메모리업계는 이미 이번 사이클이 '방향성 검증 구간'에 진입했다고 입을 모은다. AI 전환 흐름이 실제 메모리 주문으로 이어진다면 상승세는 완만하게 지속될 수 있지만 가격 과열이 수요 감소로 이어질 경우 사이클 고점은 기대보다 빨리 찾아올 수 있다는 평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