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협 12월 기업경기전망 98.7 제조업·비제조업 간 체감경기 격차제조업 내부 양극화 뚜렷, 반도체만 호조중국과 경쟁 심화로 한국 제조업 입지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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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부산 남구 신선대부두 야적장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다.ⓒ뉴시스
국내 기업들의 향후 경기 전망은 여전히 부정적이지만, 제조업과 비제조업 간 체감경기 양극화는 점점 뚜렷해지고 있다. 제조업은 전망이 더 악화된 반면, 비제조업은 일정 수준의 회복이 기대된다. 제조업 내부에서도 양극화가 나타나고 있다. 반도체 관련 업종은 비교적 호조를 보이는 반면, 석유·화학 등 주요 업종은 여전히 전망이 밝지 않다.30일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 10월 전산업생산 지수(계절조정)는 112.9(2020년=100)로 전달보다 2.5% 감소했다. 지난 2020년 2월(-2.9%) 이후로 최대 감소폭이다.산업생산이 마이너스를 기록한 이유는 반도체 생산이 26.5% 급감했기 때문이다. 지난 1982년 10월(-33.3%) 이후로 43년만에 최대폭으로 감소했다.이두원 데이터처 경제동향통계심의관은 "반도체 지수가 9월 역대 최고였던 기저효과와 최근 반도체 가격 상승으로 물량지수를 끌어내린 효과 등이 반영됐다"며 "(일시적 하락에도) 반도체 업황은 앞으로 크게 괜찮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통계적 착시가 작용했다는 의미지만, 이는 곧 한국경제가 반도체에 지나치게 의존한 취약성도 드러낸 것이다.반도체 착시를 걷어 내면 제조업의 불황이 선명해진다. 한국경제인협회는 12월 기업경기전망에서 반도체 호황으로 관련 산업에서 일부 회복세가 예상되지만, 부동산 경기 둔화로 인한 비금속 소재·제품 업종 부진, 철강 관세로 인한 금속 및 금속가공 업황 악화로 '제조업 전반'의 기업 심리가 위축되고 있다고 진단했다.한경협이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경기실사지수(BSI)를 조사한 결과 12월 BSI 전망치는 기준선 100을 하회한 98.7을 기록했다.BSI 전망치는 2022년 4월(99.1)부터 3년 9개월 연속 기준선 100을 하회하고 있다. 이는 제조업 부진이 발목을 잡고 있기 때문이다.12월 제조업 BSI는 전월(96.8) 대비 4.9포인트 하락한 91.9다. 지난해 4월부터 1년 9개월 연속으로 부진이 이어지고 있다. 비제조업 BSI(105.2)는 전월(92.8) 대비 12.4포인트 상승해 5개월 만에 다시 기준선 100을 상회했다.제조업 내부에서도 양극화가 뚜렷하다. 반도체 장비가 포함된 일반·정밀 기계 및 장비(119.0), 반도체가 속한 전자·통신장비(111.1)는 호조를 보이는 반면, 비금속 소재·제품(69.2), 의약품(75.0), 금속·금속가공(78.6), 석유정제·화학(80.0), 자동차·기타 운송장비(97.1) 등 나머지 7개 업종은 모두 부진하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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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 수출국 다변화 노력↑… 한국 제조업 입지 위태미국 관세를 피해 공격적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확장하는 중국 탓에 한국의 제조업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한국은행은 '최근 중국의 수출국 다변화 가속화 현상 평가' 보고서에서 중국이 미국과 관세 전쟁 등으로 수출 대상 국가의 변화를 꾀하면서, 오히려 중국 제조업의 지배력이 커져 한국 등 경쟁국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경고했다.당초 중국 수출은 미국의 관세 정책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예상됐지만, 대미 수출 급감을 미국 외 국가로 수출을 늘려 완충하고 있다는 게 한은의 분석이다.전세계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서 지난해 국내 배터리 3사의 점유율이 전년보다 7%p 넘게 떨어졌고 올해 들어서도 입지는 점점 좁아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중국의 CATL과 BYD에 밀려 2위에서 3위로 순위가 내려 앉았다.조선업에서도 한국은 중국과 1위 자리를 놓고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수주 점유율은 37%로 중국(49%)에 이어 2위였다. 비록 2018년 이후 최고 점유율이지만, 중국에 1위 탈환이 쉽지 않다. 반도체 산업 역시 한국이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경쟁 심화 속에 언제든 판도가 뒤바뀔 수 있다는 우려도 존재한다.한은은 "미국 관세정책이 완화하더라도 미·중 경쟁은 이어질 가능성이 크고, 앞으로도 중국은 수출국 다변화 노력을 지속할 것"이라며 "수출국 다변화는 단기적으로 대(對)미국 수출 감소를 완충할 뿐 아니라, 중장기적으로는 신흥시장 등 미국 외 국가에서 '메이드 인 차이나(Made in China)'의 영향력을 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