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매출·영업익 역대 최고치 달성 전망엑스코프리 3분기 매출, 작년 회사 전체 매출 추월美 시장서 성장 가속에 적응증 확대 등 시장 확장 드라이브'포스트 엑스코프리' 중추신경계 질환 도입 등 혁신 신약 확보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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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동훈 SK바이오팜 대표이사. ⓒSK바이오팜
SK바이오팜의 효자 제품 '엑스코프리'가 미국 내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면서 이동훈 대표이사의 임기를 연장시켰다. 이어지는 성장세에 적응증 확대 연구 지속 등을 고려하면 엑스코프리를 기반한 SK바이오팜의 실적은 고공행진을 이어갈 것이라는 관측이 중론이다.업계에서는 엑스코프리에 대한 높은 의존도와 후속타의 부재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하지만 이동훈 대표는 엑스코프리의 연장선으로 볼 수도 있는 중추신경게(CNS) 질환 후보물질을 이미 '포스트 엑스코프리'로 염두에 두고 있다.계획대로 엑스코프리가 캐시카우 역할을 하는 가운데 포스트 엑스코프리가 연착륙한다면 '연 매출 1조' 달성도 멀지 않은 얘기로 보인다.1일 금융투자업계 컨센서스 분석 결과 SK바이오팜은 올해 매출 7116억원, 영업이익 2109억원의 영업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추산됐다.매출은 전년 5475억원에 비해 29.9% 증가해 실적이 공개된 2018년 이후 최대 실적을 달성할 전망이다. 영업이익은 같은 기간 963억원에서 118% 급증하면서 역대 최고 실적을 눈앞에 뒀다.역대 최대 실적을 견인한 것은 뇌전증 혁신 신약 세노바메이트(제품명 엑스코프리)다. 뇌전증은 별다른 신체적 이상 없이도 뇌 신경세포의 과도한 흥분으로 반복적인 발작을 일으키는 질환으로, 엑스코프리는 이를 억제하는 SK바이오팜의 주력 제품이다.3분기까지 엑스코프리 매출은 모두 4596억원으로, 지난해 회사 매출액 3846억원을 이미 넘어섰다. 전년동기 3094억원에 비해 48.5% 늘어났으며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80.4%에서 89.6%로 증가했다.소비자 직접 광고(DTC), 처방 차수를 앞당기는 캠페인 등 마케팅 강화의 성과로 월별 처방 수(TRx) 가속 성장, 신규환자 처방 수(NBRx) 레벨업 등 3분기 실적에서 확인된 만큼 4분기에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정이수 IBK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과거 2년간 4분기 매출이 3분기대비 우상향한 패턴을 고려하고, 원/달러 환율 상승효과도 반영해 연초 제시한 연간 매출 가이던스(4억2000만~4억5000만달러) 상단은 충분히 달성 가능할 전망"이라고 내다봤다.특히 10월 공시를 보면 SK바이오팜은 미국 자회사 SK라이프사이언스와 1093억원 규모의 엑스코프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내부거래이기 때문에 연결기준 매출로는 잡히지 않지만, 미국 시장 내 수요 확대 흐름을 보여주는 지표로 해석된다.SK바이오팜의 공급구조는 본사에서 생산된 제품을 SK라이프사이언스를 거쳐 현지 도매상과 약국으로 공급하는 형태다. 자회사 재고가 일정 수준 이하로 떨어질 경우 본사에서 추가 물량을 선제적으로 출하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이번 계약은 이 같은 공급체계를 기반으로 한 정기 물량조정 차원에서 이뤄졌다.SK바이오팜 측은 "일부 유통채널 내 재고정책이나 물류 일정에 따른 조정요인은 있으나, 이번 계약의 주된 목적은 미국 내 수요 증가에 대응하고 안정적인 공급을 유지하기 위한 계획적 조치"라며 "평균적으로 6개월 이상 판매를 커버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재고를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이 같은 실적 랠리 지속 기대감으로 이 대표도 연임이 확정됐다. 내년 초까지 임기가 예정됐던 이 대표는 10월 말 단행된 SK그룹 사장단 인사에서 교체되지 않았다. 내년부터 두 번째 임기를 시작하게 된 것이다.이 대표의 연임에는 미국 판매망 구축이라는 SK바이오팜의 최우선 과제를 완성했다는 평가가 뒤따른다. 그는 2019년 말 SK그룹 투자3센터장으로 영입된 뒤 2020년 바이오투자센터장을 맡아 바이오 투자사업 전반을 이끌었고, 2023년 3월 Sk바이오팜 대표에 올라 직접 미국 현장을 뛰며 유통망 구축에 나섰다.SK바이오팜은 이 과정에서 국내 제약·바이오기업 중 최초로 미국 내 독자 직판 라인을 구축했다.무엇보다 기존 조정우 전 대표가 R&D 중심 리더였다면 이 대표는 투자·사업개발 전문가라는 점에서 엑스코프리의 확장과 안착에 역할을 톡톡히 했다는 평이다. -
- ▲ SK바이오팜 엑스코프리. ⓒSK바이오팜
관건은 다음 스텝이다. 매출의 90%가량을 책임지는 엑스코프리 이후 후속타에 대한 기대에 부응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당장은 엑스코프리의 적응증 및 연령 확대를 통해 시장 확장을 노리고 있다.9월에는 연초 계획보다 빠르게 일차성 전신 강직-간대발작(PGTC)으로의 적응증 확장에 대한 임상 3상 탑라인 결과를 확보하면서 약효와 안전성을 입증했다. 임상 세부 결과는 5일부터 미국 애틀랜타에서 열리는 '2025 미국뇌전증학회(AES) 연례학술대회'에서 발표할 예정이다.처방 연령층 확대를 위한 소아연령 확장 안전성 임상환자모집도 최근 완료했다. 또 경구 현탁액 제형에 대한 신약승인신청서(NDA)를 연내 제출할 계획이다.지난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엑스코프리가 품목허가를 받으면서 올해 말부터 내년에 걸쳐 한국·중국·일본 동아시아 3국으로의 진출도 가시화될 것으로 보인다. 중국에서는 제품 승인에 따른 기술료를, 일본에선 허가과정 중 단계별 기술료와 판매에 따른 로열티를 수령한다.SK바이오팜 측은 "작년 말 이그니스 테라퓨틱스의 중국 NDA 제출에 이어 9월 일본 파트너사 오노약품공업이 일본 NDA 제출을 마쳤다. 올해 말부터 내년에 걸쳐 중국과 일본 진출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말했다.이와 함께 SK바이오팜은 다양한 형태의 협력을 통해 엑스코프리의 뒤를 이을 혁신 신약 확보에 힘쓰고 있다.미국 시장 내 직판 체계와 강력한 시너지를 발휘할 '세컨드 프로덕트'의 도입을 추진 중이다. 엑스코프리로 다져놓은 미국 유통망에 타사 제품을 태워서 판매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를 빅바이오텍으로 성장을 위해 필요한 조건 중 하나로 제시하기도 했다.세컨드 프로덕트로는 중추신경계(CNS) 질환 후보물질이 꼽힌다. 6월 미국 보스턴에서 열린 '바이오 USA' 행사에서 이 대표는 "CNS 치료제에서 '넥스트 엑스코프리'가 나올 가능성이 있다"며 "CNS 후보물질을 도입하고 앞으로 5년간 뇌전증을 비롯해 CNS, 항암분야에서 포트폴리오를 갖출 방침"이라고 밝혔다.SK바이오팜이 CNS 질환 후보물질을 세컨드 프로덕트로 선정한 이유는 엑스코프리와의 연계성 때문이다. 엑스코프리는 CNS 질환 중 하나인 부분발작 치료제로, 뇌의 흥분성 신호를 전달하는 나트륨 채널을 차단해 신경세포의 흥분성과 억제성 균형을 정상화하는 기전을 갖고 있다.결국 엑스코프리 개발을 통해 축적해온 CNS분야 역량을 기반으로 후속 파이프라인 개발 리스크를 줄이고 시장 확장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앞서 SK바이오팜은 올해 초 열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하반기 내 세컨드 프로덕트 도입 관련 성과를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시장 기대감은 높아졌지만, 아직 구체적인 결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SK바이오팜 측은 "현재 신약후보물질 발굴부터 허가 및 글로벌 상업화까지 전 과정을 독자적으로 수행한 국내 유일의 제약사"라며 "오픈 이노베이션을 기반으로 넥스트 CNS 전략을 가속하고 글로벌 시장에서 치료영역과 파이프라인을 지속 확장해 나가겠다"고 말했다.한편 SK바이오팜이 포스트 엑스코프리에 필요한 R&D 자금 운용에는 문제가 없다는 것으로 나타났다.3분기 보고서 분석 결과 SK바이오팜의 유동비율은 242%로 전년동기 162%에서 크게 개선됐다.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111%에서 49.3%로 낮아지면서 재무완충력을 확보했다는 평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