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노동경제학회,야간 택배 근로자 실태조사 발표 하루평균 9.58시간 일하며 월평균 581만원 벌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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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노동경제학회가 심야 배송을 제한하는 규제가 택배기사 생계와 국민 편익에 부정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국회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3차 회의에서도 새벽배송 금지 여부를 둘러싼 논쟁만 재확인한 채 명확한 결론을 내지 못하면서, 규제 방향을 둘러싼 공방이 장기전으로 흐르는 분위기다. 

    한국노동경제학회는 한성대 경제학과 박영범 교수를 책임연구자로 한 '야간택배 근로자 실태 조사 및 개선방안 연구'를 1일 발표했다. 

    한국리서치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한 이번 연구에서 야간택배 기사들의 월평균 소득은 약 581만원으로 집계됐다. 주 5일 근무 비중이 76.2%였고, 하루 평균 9.58시간 일하면서 1인당 약 290건을 배송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응답자의 53%가 소득에 '만족 이상'이라고 답했고, 66.3%는 야간 배송 시작 후 "생계가 나아졌다"고 응답했다.

    야간배송을 택한 이유로는 '수입이 좋아서'가 51.5%로 가장 많았고, '교통이 원활하고 방해가 적어 업무 효율이 높다'는 응답(1순위 65.8%, 1·2순위 합산 85.6%)도 두드러졌다. 직무 만족도는 5점 만점에 3.7점, 향후에도 야간배송을 계속하겠다는 응답은 78.2%였다. 박 교수는 "야간배송은 근로자가 자발적으로 선택한 고수익 일자리"라고 평가했다.

    심야배송 규제에 대한 반대 여론은 뚜렷했다. 야간택배 기사 83.7%는 정부가 건강권 보호를 이유로 심야시간대 배송을 제한하는 데 반대했고, 주·야간 교대제 도입에도 90.6%가 반대했다. 소득이 줄더라도 휴무일을 늘릴 의향이 "없다"고 답한 비율은 70.3%에 달했다. 연구진은 "휴식 확대보다 소득 유지가 직업 선택의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만약 심야배송이 금지될 경우 예상되는 가장 큰 영향으로는 '소득 감소로 인한 생계 어려움'(64.9%, 복수응답)이 꼽혔다. '소득 보전을 위한 업무 시간 증가'(39.6%) 응답도 적지 않았다. 야간업이 막힐 경우 53%는 주간배송이 아닌 다른 물류 야간업종으로 이동하겠다고 답해, 고수익이 가능한 야간노동 자체에 대한 선호가 강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근무시간 규제가 투잡·삼잡을 부추겨 오히려 총 노동시간을 늘리고 건강권을 악화시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최근 국회에서 열린 '택배 사회적 대화기구' 3차 회의에서도 같은 논점이 부각됐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가 주도하는 이 회의체는 28일 3차 회의에서 2021년 '택배기사 과로방지 1·2차 사회적 합의'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특히 쿠팡의 분류작업 전가·사회보험료 부담 문제를 놓고 공방을 벌였다. 새벽배송(0시~오전 5시) 금지 여부에 대해서는 고용노동부의 심야노동 건강영향 연구 용역 결과가 나오는 연말 이후로 논의를 미루기로 하는 등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국회 국민동의청원 게시판에는 ‘새벽배송 금지 및 제한 반대’ 청원이 올라와 2만명 이상 동의를 받는 등 소비자·맞벌이 가정을 중심으로 한 반대 여론도 커지고 있다. 
     
    산업계에서는 주 7일·새벽배송이 제한되면 추가 인력 충원과 물류비 상승이 불가피하고, 이 비용이 전자상거래·소상공인·소비자에게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박 교수는 "야간배송 근로자들은 현 일자리에서 높은 만족도를 보이고 있는데, 충분한 의견 수렴 없이 일괄 규제가 도입될 경우 생계 기반이 흔들릴 수 있다"며 "현장에서 제기하는 핵심 과제는 분류작업 부담, 안전시설 부족 등 배송 환경 문제인 만큼, 명분 위주의 시간 규제보다는 건강·안전과 생계가 조화를 이루는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