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發 관세 위협 속 정치 리스크 덮쳐 경제 혼란 내수 진작·성장률 상향·증시 활황 속 리스크도 산적 계속되는 원화 약세·부동산 불안·편중된 수출 구조 등"단기 부양책보다 구조개혁 통한 체질 개선 이뤄져야"
  • ▲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 부산항 신선대부두에 컨테이너가 가득 쌓여 있는 모습. ⓒ연합뉴스
    지난해 12·3 비상계엄 선포로 우리 경제는 혼란에 빠졌다. 국정 책임자가 공백 상태에 놓인 가운데 '권한 대행'과 사상 초유의 '대행의 대행'이라는 초불확실성의 정치 상황에 놓이면서다. 여기에 트럼프발(發) 관세 위협까지 덮치며 국정 컨트롤타워의 부담은 가중됐다. 

    정권 교체로 이재명 정부가 출범했지만 대외 환경은 더욱 요동쳤다. 한미 관세 협상 장기화로 시장의 불안이 커졌고 원화 가치는 연일 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경제가 격변의 중심에 서 있는 와중에도 정치권은 '내란 청산' 공방에 몰두해 실질적 해법 마련은 뒷전으로 밀려나, 한국 경제는 여전히 불확실성의 터널을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제 한국 경제는 고령화와 생산성 하락과 같은 구조적 난제를 극복하는 것을 넘어 보호무역주의로 재편되는 글로벌 경제·안보 환경 속에서 새로운 돌파구를 찾아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비상계엄 사태는 단 하루 만에 해제됐지만 한국 경제 전반에 충격을 줬다. 당시 국제신용평가사들은 비상계엄 선포 사태의 후폭풍이 적시에 해소되지 않으면 정부 역량이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경계심을 풀지 않았다. 

    소비심리 악화로 올해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직전 분기 대비 0.2% 떨어졌다. 정치적 불확실이 고조되자 외환시장도 불안정한 흐름을 피하지 못했다. 계엄 당일 낮 거래 1402.9원에 마감한 원·달러 환율은 연말·연초에는 1470원을 넘어섰다. 

    국내 정치적 혼란이 야기되면서 '코리아 디스카운트' 문제도 불거졌다. 대통령 탄핵안을 둘러싼 정치권 대치가 장기화하는 사이 코스피는 지난해 12월 9일 장중 2360.18까지 밀려 13개월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다. 

    이후 지난 4월 4일 대통령 파면이 선고되고 새정부가 출범되면서 정치적 불확실성에 흔들리던 국면은 전환점을 맞았다. 

    올해 5월과 7월 두 차례 추가경정예산이 편성되면서 위축됐던 내수 경기도 활력이 돌았다. 소비 활성화와 내수 진작을 목표로 지급된 1·2차 민생회복 소비쿠폰 사용기한이 지난달 30일 자정을 기해 만료된 가운데, 국가데이터처가 집계한 10월 소매판매액 지수는 전월보다 3.5% 증가하며 석 달 만에 플러스로 전환했다. 

    다만 이 같은 소비 개선은 정부의 확장재정 정책에 크게 기대고 있는 만큼 단기적 효과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점은 부담으로 지적된다. 

    최원목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분배 체제가 강화되고 정부의 현금성 지원이 강화되는 현 흐름이 장기화될 경우 국가의 대외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며 "결국 주력은 성장과 효율성 제고로 전통적인 기득권 독점 체제를 국제 경쟁력을 갖춘 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코스피는 반도체 훈풍에 올라 타 4000선 위로 올라섰다. 반도체 대형주를 중심으로 강한 매수세가 유입된 영향이다. 국내 대표 반도체 종목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주가가 나란히 신고가를 기록하기도 했다. 

    성장률도 2분기부터 0.7%로 반등하며 회복 흐름을 타기 시작했고 3분기에는 1.2% 성장을 기록해 1%대에 올라섰다. 한국은행은 내년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1.6%에서 1.8%로 다시 상향했고, 인공지능(AI) 붐이 지속돼 올해와 같은 반도체 수출 증가세가 유지되면 내년 성장률이 2.0%까지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 ▲ 지난달 25일 서울 명동의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 지난달 25일 서울 명동의 환전소에 환율이 표시돼 있다. ⓒ연합뉴스
    수출은 플러스 흐름을 이어가면서 올해 수출 목표치인 7000억달러 달성도 청신호가 켜졌다.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11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수출은 전년 동기보다 3.6% 증가한 595억7000만달러로 지난 6월부터 6개월 연속 플러스 흐름이다. 

    주요 품목 중에서는 반도체 수출이 전년 대비 38.6% 증가한 172억6000만달러로 사상 최대 월간 수출액을 기록했다. 다만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28.3%로 4분의1을 넘어선다는 점에서 편중된 수출 구조에 대한 우려도 제기된다. 

    새정부 출범 이후에도 미국의 관세압박은 지속됐고 관세협상이 장기전 양상으로 흐르면서 우리경제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미국과 협상 결과, 한국이 향후 3500억달러의 대미 투자를 약속하는 대신 한국산 자동차와 부품에 부과되던 관세를 기존 25%에서 15%로 낮추기로 했다. 

    환율도 불안 양상이다. 원·달러 환율은 두 달 넘게 1400원대에 머물며 1500원대를 위협하고 있어서다. 당분간 달러 강세가 지속될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면서, 조속히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최근의 고환율의 배경은 아직 우리 경제 전망이 어둡고 제도와 정책이 자주 바뀌면서 불확실성이 커진데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부가 예측 가능한 정책 운용을 해야 하고 내수경기가 크게 위축된만큼 내수 산업과 연관된 건설업·교통 인프라 확충에 재정을 투입해 건설 경기를 부양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부동산 시장도 새 정부 출범 이후 6·27 대출 규제, 9·7 공급 대책, 10·15 규제지역 확대 등을 내놨지만 만성적인  수급불균형으로 집값 상승세가 꺾이지 않고 있다. 10·15 대책 이후 규제로 묶인 서울 21개구와 경기 12곳의 아파트 전셋값은 한 달 만에 평균 2% 넘게 급등했고, 서울 아파트값은 11월 한 달에만 1.72% 상승해 5년 2개월 만의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이같은 어려움 속에서도 한국 경제가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서는 구조개혁과 기초 체력 강화가 필수적이라고 조언한다. 최원목 교수는 "대외 여건이 어려운 시기에는 결국 국내 구조개혁과 경제의 기초 체력을 얼마나 탄탄히 다지느냐가 승부처"라며 "특히 기초 서비스 분야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비효율성을 줄이기 위한 장기적 계획이 필요하며, 이들 분야의 효율성이 높아지면 그 효과는 경제 전반으로 확산될 것"이라고 했다. 

    국제통화기금(IMF)도 '2025년 한국 연례협의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한국 경제의 과제에 대해 "잠재성장률 3% 달성을 위해서는 구조개혁 노력을 지속해야 하며, 서비스업과 중소기업 규제 완화, AI 도입 등이 장기적인 생산성 향상의 핵심"이라며 "잠재성장률 회복 이후에는 물가 상승 압력 등을 고려해 재정정책 기조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짚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