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일반 서버 동시 확대… HBM·낸드·D램 수요 급증공급 증설 제약 속 가격·수익성 동반 상승 전망삼성·SK, HBM 경쟁력 앞세워 내년 실적 우상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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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챗GPT
    내년 글로벌 메모리 시장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낸드플래시·D램 수요가 동시에 급증하는 ‘트리플 슈퍼사이클’이 본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커지고 있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과 글로벌 IT기업의 일반 서버 투자 재개가 맞물리며 메모리 공급이 빠르게 늘지 않을 것으로 예상돼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실적이 내년에도 최고 수준을 기록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글로벌 반도체 수요는 단일 제품 중심의 사이클에서 벗어나, HBM·낸드·D램 등 메모리 전 제품군으로 확대되는 특징을 보이고 있다. 올해는 AI 학습과 추론 수요가 급증하면서 HBM이 주목받았지만, 데이터 처리량이 폭증한 만큼 저장·관리·운영 서버까지 함께 필요해지며, 범용 D램과 낸드 수요도 동반 회복되는 흐름이 나타난다는 설명이다.

    AI 워크로드 증가가 단순 그래픽처리장치(GPU) 확장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서버 전체의 메모리 대역폭과 용량을 높이는 방향으로 이어진 것이 배경으로 꼽힌다. 생성형 AI 도입 확산으로 서버당 HBM 탑재량이 꾸준히 늘고 있고, 실시간 응답 요구가 커지면서 데이터 저장장치와 일반 서버까지 교체·증설 압력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챗봇이나 이미지 생성 서비스는 글자·사진·영상을 대량으로 다룬다. 계산 속도뿐 아니라 작업 공간(메모리)과 저장 공간(낸드)이 동시에 필요해지기 때문에, AI 전용 서버만으로는 서비스 확장에 한계가 발생한다. 업계는 이 같은 구조 변화가 결국 데이터센터 전체를 업그레이드해야 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본다.

    최근 글로벌 IT 기업들이 일반 서버 투자를 다시 늘릴 조짐도 나타나고 있다. 통상 서버 교체 주기는 5~7년으로 알려져 있는데, 코로나19 직후 과열됐던 투자 열기가 2023년 이후 진정된 만큼 2026년 전후로 기존 클라우드·엔터프라이즈 서버 교체가 본격화될 가능성이 크다. 일반 서버 투자가 재개되면 DDR4·DDR5 비중 확대와 함께 데이터 저장장치 도입도 늘어나 결국 낸드 수요가 구조적으로 증가하는 흐름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AI 추론 작업이 확대되면서 고성능 스토리지 수요가 더 빠르게 늘고 있다. 기업용 SSD(eSSD) 수요는 내년에 배 가까이 증가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며, 이는 낸드 재고 감소와 가격 상승으로 직결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공급 측면에서 메모리 시장은 단기간 증설이 어려운 구조다. HBM은 범용 D램보다 웨이퍼 소모량이 많고, 고대역폭 구현을 위한 적층 공정이 복잡해 생산 전환이 쉽지 않다. HBM 생산량을 확대할 경우 자연스럽게 범용 D램 생산분이 줄어들 수 밖에 없다. 클린룸 확충과 신규 라인 구축에도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공급 확대 속도가 수요 증가를 따라잡기 어려운 구조가 형성된다. 

    이번 사이클이 과거와 다른 점은 HBM·D램·낸드가 동시에 오른다는 것이다. 기존 슈퍼사이클이 PC·스마트폰·서버 등 특정 수요가 집중되며 D램 중심으로 전개됐다면, 이번에는 AI 연산(HBM)·범용 작업(D램)·대규모 저장(낸드)이 한꺼번에 필요해지는 구조로 바뀌었다는 평가다.

    일본계 투자은행 노무라증권은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2026년 전 세계 메모리 시장 규모가 4450억 달러로 전년 대비 약 98% 증가하고, 2027년에는 5900억 달러까지 확대될 것으로 전망했다. 내년 D램과 낸드 수요는 각각 30%, HBM은 63% 증가하고, 평균판매가격(ASP)도 D램 46%, 낸드 65% 상승할 수 있다는 전망을 제시했다.

    국내외 투자기관에서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내년 실적 전망치를 앞다퉈 높여 잡고 있다. 두 기업은 글로벌 메모리 톱2 제조사다. 이미 HBM 시장에서 글로벌 경쟁우위를 확보하고 있으며, HBM4와 차세대 고대역폭 제품 양산에서도 핵심 공급사로 자리 잡고 있다. 

    업계는 HBM 수요 증가가 두 기업의 제품 믹스 개선을 가속화하며 수익성 확대로 직결될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 범용 D램과 낸드 시장에서도 공급 부족 현상이 유지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 현재 글로벌 메모리 업체들이 고부가 메모리 중심으로 라인을 전환하면서 범용 제품군의 공급여력이 제한된다는 점, 기술 전환 과정에서 초기 수율이 낮을 수 밖에 없다는 점 등을 원인으로 지목한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는 내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양사의 영업익 합계가 155조원을 넘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삼성전자가 82조원, SK하이닉스가 73조원 수준이다. 올해 양사가 역대 최대 영업이익 달성이 유력한 가운데, 내년은 이보다 높은 수준을 기록할 수 있다는 관측이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메모리 공급이 구조적으로 제한되는 상황에서 AI·클라우드 수요가 동시 확대되면 국내 업체가 글로벌 메모리 산업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더 커질 것”이라며 “트리플 슈퍼사이클 구간에서 국내 업체의 수익성이 장기간 유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