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강자 부진 속 신흥 플레이어 부상 … K-뷰티 권력 이동 가속패션은 F&B·공간 투자, 화장품은 IPO·해외 공략으로 성장 축 전환구조조정·품질 논란·지배구조 싸움까지 … 산업 신뢰 흔들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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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5년 패션·화장품업계는 성장보다 생존이 핵심 화두가 된 한 해였다. 수출 호황 속에서도 대기업 구조조정, 권력 이동, 신흥 플레이어 부상 등 산업의 지형이 요동쳤다. 내수 부진과 소비 변화는 체질 개선을 압박했고 패션은 공간·식음료(F&B)로 외연을 넓히고 화장품은 기업공개(IPO)·해외 공략으로 새 성장축을 찾았다. 올 한해 패션·화장품업계를 관통한 10대 이슈를 짚어봤다.

    ◇ 콜마그룹 경영권 분쟁 윤상현 체제 사실상 확립

    지난 5월부터 시작된 콜마그룹의 경영권 분쟁이 장남 윤상현 부회장의 우세로 사실상 정리 국면에 접어들었다. 분쟁은 콜마비앤에이치 실적 부진을 이유로 윤 부회장이 이사회 개편을 요구하면서 촉발됐다. 이후 콜마비앤에이치 임시주총에서 윤 부회장이 사내이사로 선임되며 경영 권한 확보의 첫 관문을 통과했고 뒤이어 열린 콜마홀딩스 주총에서도 창업주 윤동한 회장의 이사 선임이 부결되며 윤상현 중심의 그룹 체제가 굳혀지는 흐름이 형성됐다.

    다만 법적 절차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 윤동한 회장이 아들에게 증여했던 지분 반환을 요구하며 제기한 주식 반환 소송이 남아 있어 최종 지배구조 확정의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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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뷰티 수출 호황 … 사상 최대 실적 경신 유력

    한국 화장품 수출은 글로벌 시장에서 역대 최고 수준의 성장세를 이어가며 K-뷰티의 위상을 확인했다. 올해 1~3분기 누적 수출액은 약 85억2000만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5.4%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3분기만 해도 수출액이 약 30억달러에 달해 분기 기준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성장 탄력은 뚜렷했다. 9월까지 누적 수출액은 약 85억달러로 전년보다 두 자릿수 이상 증가하며 연간 수출도 사상 최대 실적 경신이 유력한 상황이다. 이 같은 성과는 글로벌 시장 다변화와 205개국에 이르는 수출 확대로 수출 기반 자체가 넓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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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모레·생건 화장품 전통 강자 생존 모드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동시에 긴축·조직 축소에 돌입하며 K-뷰티 대표 기업들마저 생존 모드에 들어갔다는 위기 신호가 확실해졌다. 아모레퍼시픽은 5년 만에 희망퇴직을 시행했고 근속 15년 이상 또는 45세 이상 경력직을 대상으로 위로금을 지급하며 인력 감축을 진행했다.

    LG생활건강 역시 부문별 구조조정과 인력 효율화 작업이 이어졌고 일부 브랜드 철수·조정, 영업조직 리사이징 등이 병행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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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에이피알, 화장품 시총 1위 등극

    에이피알이 상장사 기준 국내 뷰티 시가총액 1위에 오르며 기존 대기업을 추월하는 구조 변화가 현실화됐다. 올해 상반기까지 2조원대였던 시총은 5월 이후 급등해 6월에는 LG생활건강을, 8월에는 아모레퍼시픽을 제치고 업계 1위에 올랐다. 설립 11년, 상장 1년 반 만에 10조원을 돌파한 사례는 K-뷰티 역사에서 전례가 거의 없다는 평가다.

    에이피알은 D2C 기반 구조, 기술형 마케팅, 데이터·리뷰 중심 신제품 전략 등 전통 뷰티사와 다른 운영 방식을 앞세웠고, 이 모델이 글로벌 시장에서도 유효하다는 성과가 확인되면서 사업 방식과 조직 설계 자체가 산업을 재편할 수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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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K-뷰티, IPO로 외형 확대

    올해 들어 국내 K-뷰티 기업들의 IPO 도전이 활발해지며 산업 구도가 재편되됐다. 지난해 얼어붙은 IPO 시장을 깨운 대어로 꼽힌 에이피알은 증시 입성 이후 빠르게 몸집을 키우며 업계 롤모델로 자리 잡았다.

    달바글로벌이 올해 5월 상장하며 뒤를 이었고 시가총액은 1조6000억원대를 유지하며 견조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제2의 에이피알 후보로 구다이글로벌을 주목하고 있다. 구다이글로벌은 약 8000억원 규모 전환사채(CB)를 발행해 대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또 비나우도 IPO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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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리브영 K-헬스&뷰티 절대강자로

    CJ올리브영이 K-뷰티 수출 통로 역할을 넘어서 해외 리테일 시장 공략에 나서며 체급 전환을 본격화하고 있다. 올해 기준 매출 규모는 3조5000억~4조원대로 추산되고 방한 외국인 소비가 1조원을 돌파하면서 국내 H&B 시장을 사실상 독점했다. 

    아울러 올리브영은 올해부터 미국 시장 진입 프로젝트를 가동했고 현지 파트너십·물류 설계·브랜드 포트폴리오 검증 작업에 착수했다. 올리브영은 내년 5월 미국 캘리포니아주 패서디나(Pasadena)에 미국 1호 매장을 개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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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션업계 F&B 강화 … '밥 먹여야 팔린다' 시대 

    패션업계가 식음료(F&B) 사업 확장 경쟁에 본격 뛰어들며 사업 영역을 재편하고 있다. 루이비통은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아시아 세 번째 상설 레스토랑과 초콜릿 매장을 결합한 비저너리 저니 서울’을 오픈했다. 이 밖에도 루이비통 메종 서울 카페·구찌 오스테리아 다 마시모 보투라 서울·에르메스 신사동 카페 마당·디올 카페 등이 서울 주요 상권에서 운영되고 있다.

    한섬의 타임은 청담 플래그십스토어에 브런치·버거·와인 등을 제공하는 자체 카페를 마련했고 아디다스는 성수동에 베이커리·음료·공연·전시가 결합된 복합 카페를 열었다. 자라도 명동점 리뉴얼과 함께 로컬 콘셉트의 카페를 도입해 고객 접점을 넓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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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션 대기업 실적 경고등 … 팬데믹 이후 첫 역성장

    삼성물산 패션부문, 한섬, LF, 신세계인터내셔날, 코오롱FnC 등 주요 패션 대기업 5곳이 올해 3분기까지 나란히 역성장을 기록했다. 팬데믹 이후 처음으로 업계 전반이 마이너스 흐름을 보인 것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3분기 매출이 4450억원으로 소폭 늘었지만 영업이익은 120억원으로 43% 급감, 3분기 누적 실적도 매출 1조4590억원(-0.3%), 영업이익 790억원(-37.8%)으로 뒷걸음질쳤다.

    LF 역시 부진했다. 3분기 연결 매출 3986억원(-17.1%), 영업이익 161억원(-70%)을 기록했고 누적 영업이익도 약 10% 줄었다. 한섬·신세계인터내셔날·코오롱FnC도 상황은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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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온라인 넘어 오프라인·옴니채널 확장 … 무신사, 패션 공룡의 진화

    지난해 연간 기준 무신사의 매출은 1조원대를 넘어섰고 올해 1조5000억원대까지 확대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무신사는 온라인 중심 성장에서 벗어나 옴니채널 전략으로 오프라인 영역을 대폭 강화했다. 하반기에도 강남·일산·성수 등 대형 매장 추가 오픈뿐 아니라 글로벌 전략의 일환으로 중국·일본 등 해외 매장 개설 계획을 추진하는 등 오프라인 확장과 해외 진출 두 축을 동시에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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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션업계 선택과 집중 … 비효율 브랜드 정리 가속

    고금리·소비 침체가 장기화하면서 국내 패션시장이 1~2%대 저성장에 머무는 가운데, 업계는 비효율 브랜드를 과감히 정리하고 핵심 역량에 집중하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패션연구소와 시장조사기관 리서치는 올해 국내 패션시장 성장률이 1~2%대에 머물 것이라고 전망하는 등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이에 따라 한섬은 여성 영캐주얼 브랜드 SJYP의 운영 중단을 검토하고 있으며 삼성물산 패션부문은 여름 시즌 이후 코텔로 사업을 정리, LF는 편집형 향수 브랜드인 조보이의 오프라인 사업 철수를 단행했다. 미스토홀딩스도 최근 케즈의 국내 라이선스 계약이 종료됨에 따라 오프라인 매장을 순차적으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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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패션업계 가짜 구스패딩 논란 지속

    패션업계가 이른바 가짜 구스패딩 논란에 휘말리며 소비자 신뢰 훼손 우려가 커지고 있다. 온라인 플랫폼에서 거위털 80% 이상을 내세우며 고가 전략을 취한 패딩 제품 중 일부가 실제로는 오리털 제품이거나 함량이 기준에 미달하는 사례가 확인됐기 때문이다.

    한국소비자원이 더블유컨셉·무신사·에이블리·지그재그 등 4개 패션 플랫폼에서 판매되는 구스다운 패딩 24개 제품을 조사한 결과 5개 제품이 KS 기준을 충족하지 못했다. 조사 대상 중 일부는 거위털 비율이 6%대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줬다.

    대기업·중소기업 가릴 것 없이 자체 품질 검사에서 문제가 드러나며 업계는 관리 부실 비판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