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진료 법제화 … 하위법령에 달린 탈모약의 운명처방약·처방일수 제한 논의에 젊은 탈모 환자들 '불안'급여화 기대와 달리 접근성은 후퇴할 수 있다는 지적
  • ▲ 탈모. ⓒ연합뉴스
    ▲ 탈모. ⓒ연합뉴스
    #김 모씨(30)는 3개월에 한 번씩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통해 탈모약을 처방받는다. 직장인인 그는 평일 낮에 탈모약의 성지로 불리는 종로 일대 병원과 약국을 동시에 방문하는 게 쉽지 않다. 플랫폼을 통해 처방을 받고 탈모약 가격을 비교해 가까운 약국에서 구매한다. 여의치 않은 경우 배송을 받는 게 현실적인 선택지다.

    하지만 최근 김씨처럼 비대면 진료로 탈모약을 처방받아 온 환자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정부가 비대면 진료를 정식으로 제도화하는 과정에서 장기간 복용이 필수적인 탈모약의 접근성이 오히려 낮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어서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지난 23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친 의료법 일부개정법을 공포했다. 이번 개정안은 시범사업 형태로 운영돼 온 비대면 진료를 법제화하는 내용으로, 1년 뒤인 2026년 12월 24일부터 정식으로 시행된다. 

    법에 명시된 비대면 진료의 기본 원칙은 재진 환자 중심, 의원급 의료기관 중심이다. 초진 환자도 비대면 진료를 받을 수는 있지만 거주 지역 제한과 함께 처방 가능한 의약품 종류와 처방일 수에 제한을 받는다. 비대면 진료에 한해 전자처방전 사용도 제도화됐다.

    다만 실제 현장에서 어떤 환자가, 어떤 약을, 어느 범위까지 비대면으로 처방받을 수 있을지는 향후 마련될 시행령·시행규칙(하위법령)에 달려 있다. 특히 탈모약과 비만약 등 비급여 의약품이 제한 대상에 포함될지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탈모약은 젊은 남성 환자들이 비대면 진료를 통해 정기적으로 처방받는 대표 의약품이다. 기존에 대면 진료 이력이 없는 병원이라면 비대면 진료에서는 모두 '초진'으로 분류된다.

    업계 관계자는 "초진 환자에게 처방 가능한 약 종류나 처방일 수가 제한될 경우 탈모약은 사실상 비대면 진료에서 의미를 잃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는 한 달 또는 3개월, 길게는 6개월 단위 처방도 가능하지만, 향후 비대면 진료에서 탈모약 처방이 제한되거나 처방일 수가 5일 수준으로 줄어들 경우 진료비 부담만 반복적으로 늘어나는 구조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탈모약은 단기간 복용으로 끝나는 약이 아니라 평생 관리가 필요한 약인데 5일·7일 단위 처방은 현실성이 없다"고 덧붙였다.

    약사회 일각에서는 탈모약 등과 같은 비급여 의약품을 비대면 진료에서 제한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표면적인 이유는 약물 안전성 때문이다. 특히 탈모 치료제는 여성의 임신 가능성과 관련한 주의사항이 있어 대면 복약지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를 시장 구조 문제로 해석하는 시각이 적지 않다. 비대면 진료가 활성화되면서 환자들이 약국별 가격을 비교하고 선택할 수 있게 되자 비급여 의약품을 통한 약국 수익 구조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는 환자에게 약국 정보와 가격을 공개하는 구조"라며 "경쟁이 심화되면 자연스럽게 가격 인하 압박이 생길 수밖에 없고 이 때문에 탈모약 등 처방에 제한을 둬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비대면 진료 플랫폼을 통해 환자들은 어떤 약국에 어떤 약이 있는지, 가격은 얼마인지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반대로 이해관계로 인해 특정 의약품이 비대면 처방 제한 목록에 포함되거나, 약국 정보가 불투명해질 경우 환자 불편은 오히려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지방 거주 탈모 환자들은 "비대면 처방이 막히면 결국 종로까지 가서 6개월~1년 치 약을 한꺼번에 받아오는 수밖에 없다"고 말한다. 장기간 보관에 따른 약물 안전성 문제, 이동 비용, 약값 부담까지 모두 환자 몫이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업무보고에서 탈모약 급여화 가능성을 언급하며 정책 논의의 불씨를 지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비대면 진료 제도화 과정에서 접근성이 후퇴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