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분쟁 수단 아니라 사업 필요성 인정 … 유상증자 정당성에 힘 실려미국 정부가 요구한 지분 참여 확인 … 핵심광물·공급망 협력의 전략 파트너 부각경제안보 체계의 한 축로 재조명 … 국가 산업 자산으로 위상 전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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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려아연
    법원이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주며 미국 제련소 투자라는 초대형 프로젝트에 공신력을 부여했다. 경영권 분쟁의 수단이라는 의혹보다 산업·경제안보 차원의 필요성이 더 크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번 결정은 단순히 분쟁의 승패를 넘어 고려아연이 한국 경제에서 갖는 전략적 의미를 다시 보게 만드는 계기가 됐다는 평가다.

    25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제50민사부는 영풍·MBK파트너스가 신청한 고려아연 신주발행금지 가처분을 24일 기각했다. 

    재판부는 "신주 발행이 현저히 불합리하다고 보기 어렵고, 고려아연의 지배권 구도를 결정적으로 바꾼다고 볼 수도 없다"고 판단했다.

    이로써 2조8500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는 예정대로 진행되며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은 지분 10%가 넘는 미국 측 우군을 확보하게 됐다.

    이번 판결이 의미를 갖는 이유는 법원이 이번 유상증자를 단순한 주주 간 힘겨루기가 아니라 미국 정부와의 전략적 협력을 전제로 한 사업 구조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판결문에는 미국 정부가 고려아연의 의결권 있는 지분 소유를 요구한 정황이 언급됐다. 단순 투자나 보조금만으로는 추진이 어려운 사업이며 미국 정부가 파트너로서 고려아연을 필요로 했다는 점이 확인된 셈이다.

    또 법원은 환경 규제와 국가 전략산업 관리, 대규모 인프라 건설이라는 특수성을 함께 고려했다. 판결문에는 독자 추진이 쉽지 않은 사업이지만 이번 거래를 통해 미국 정부의 전폭적 지원 아래 추진될 수 있다는 판단은 이번 투자가 재무적 선택이 아니라 정책·안보·산업 전략이 결합된 프로젝트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것이다.

    이는 고려아연의 가치 평가에도 적지 않은 변화를 가져온다. 고려아연은 세계 최고 수준의 비철금속 제련 역량을 가진 기업으로 공급망 안정과 제조업 경쟁력에 직결된 존재다.

    특히 미국 테네시주에 추진 중인 크루서블 JV 프로젝트는 생산설비 확장을 넘어 미·한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의 상징적인 거점으로 평가받는다. 중국의 자원 무기화 속에서 미국이 안정적 파트너를 찾았고 그 선택지에 한국 기업이 자리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는 점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판결은 고려아연을 분쟁 기업이 아닌 정부와 협력하는 전략 산업 파트너이자 경제안보 체계의 한 축으로 바라보게 만드는 계기를 제공했다"면서 "고려아연은 단순 실적을 넘어 국가 경제와 산업 구조에 기여하는 기업"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