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요에 메모리 가격 급등 … 원가 부담 확대AMD·엔비디아 내년초 출고가 인상 가능성일각선 "RTX 5090 5000달러까지 갈수도"게임·고사양 PC 환경 전반 비용 상승 압력
-
- ▲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지난 1월 CES 2025 기조연설에서 지포스 RTX 5090 레퍼런스 제품을 선보이고 있다.ⓒAFP연합뉴스
그래픽카드 가격이 추가로 오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면서 고사양 게임 환경의 접근성 저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차세대 플래그십 그래픽카드의 경우 가격이 700만원대까지 거론되며, 최신 게임을 즐기기 위한 비용 부담이 취미의 범위를 넘어섰다는 평가다.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메모리 제조사들의 가격 상승 흐름 속에 인공지능(AI) 서버용 메모리 수요 확대가 맞물리며, 그래픽카드에 탑재되는 비디오 메모리(VRAM) 비용의 부담이 확대되고 있는 점이 배경으로 지목된다.29일 업계에 따르면 해외 유통 채널과 게이밍 하드웨어 시장을 중심으로 AMD는 내년 1월, 엔비디아는 2월을 전후해 그래픽카드 출고가를 인상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가격 인상 흐름은 일부 모델에 국한되기보다 고사양 그래픽카드 전반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일례로 엔비디아의 최신 고사양 그래픽카드 지포스 RTX 5090의 경우 가격이 5000달러까지 거론된다. 단순 현재 환율(1달러 당 1444.50원)로 환산할 경우 약 722만원 수준이다. 올해 초 출시된 RTX 5090의 공식 출시가가 1999달러(290만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가격이 150%나 뛰는 셈이다.단순한 신제품 출시 효과나 초기 수요 쏠림이 아닌 원가 부담 누적에 따른 영향으로 해석된다. 최근 메모리 공급이 제한되면서 이를 사용하는 PC와 스마트폰 등 완제품 가격 전반이 오르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실제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DDR5 16Gb 제품의 9월 가격은 약 6달러에서 11월 24달러로 올랐고, 12월 현재 27달러를 기록하고 있다. 불과 3개월 만에 4배 이상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AI 인프라 확장으로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고용량 DDR5 등 데이터센터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면서, 스마트폰과 PC에 쓰이는 범용 D램과 낸드플래시 생산이 상대적으로 위축된 영향이다.메모리 제조사들이 수익성이 높은 AI 서버용 메모리에 생산 역량을 우선 배정하면서, 그래픽카드에 쓰이는 VRAM 공급 여력 또한 줄어들고 있다.그래픽카드는 구조적으로 메모리 가격 변화에 민감한 제품이다. 업계에 따르면 그래픽카드 원가의 상당 부분은 GPU와 VRAM이 차지하는데 두 부품가격을 합치면 전체의 약 80%에 달한다. 이 때문에 메모리 가격 상승분을 내부에서 흡수하기는 쉽지 않고, 출고가 조정이나 고가 모델 비중 확대 형태로 가격에 반영할 수밖에 없다.이전 세대 그래픽카드의 빠른 단종도 가격 부담을 키우는 요인이다. 과거에는 신제품 가격이 부담스러울 경우 이전 세대 그래픽카드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대안 역할을 했지만, 최근에는 세대 교체와 함께 구형 제품의 생산·공급을 조기 종료하는 추세다. 메모리와 부품 원가 상승으로 구형 모델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된 데다, 제조사들이 신제품 중심으로 라인업을 재편하고 있기 때문이다.문제는 이 같은 가격 상승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향후 수개월에 걸쳐 AMD와 엔비디아가 GPU 가격을 단계적으로 올릴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면서, 그래픽카드 가격도 쉽게 내려가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다.최신 게임들은 고해상도와 레이트레이싱, 고주사율 환경을 전제로 개발되는 경우가 많다. 게임 환경을 온전히 즐기기 위해서는 고성능 그래픽카드가 사실상 필수 요소가 되고 있다. 그러나 그래픽카드 한 장 가격이 수백만 원대를 넘어설 경우, 일반 게이머가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으로 진입 장벽이 높아질 수밖에 없다.영향은 게임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최근 그래픽카드는 AI 기능을 탑재한 PC를 비롯해 영상 편집·그래픽 작업용 고성능 PC, 기업용 컴퓨팅 장비의 핵심 부품으로 활용 범위가 확대되고 있다. 그래픽카드 가격이 오를 경우 완제품 원가 부담이 커지면서, 이들 제품의 판매 가격 역시 함께 상승할 가능성이 크다.완제품 가격 상승은 곧 수요 둔화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IDC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메모리 수급 불균형으로 내년 PC 출하량이 최대 9% 감소하고, 제품 가격은 평균 8%가량 오를 수 있다고 전망했다.업계 관계자는 “최근 게임과 콘텐츠 환경이 고사양 그래픽카드를 전제로 설계되면서, 그래픽카드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 부품에 가까워지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가격이 계속 오를 경우 이용자와 기업 모두 비용 부담을 피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