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대통령,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지명 인사 재개인사 지연 배경으로 민영화-전 사장 지우기 등 거론방산 호황속 KAI만 실적 주춤… KF-21 마케팅 속 수장 공백
  • ▲ KAI 차세대 전투기인 KF-21. ⓒKAI
    ▲ KAI 차세대 전투기인 KF-21. ⓒKAI
    청와대 인사 시계가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지만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사장 인선은 사실상 해를 넘기게 됐다. 차재병 대표이사 직무대행 체제가 반년째 이어지는 가운데, 방산 업황 호조 속에서도 KAI는 인사 불확실성을 안은 채 새해를 맞게 됐다.

    29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KAI는 강구영 전 사장이 물러난 이후 6개월째 차재병 대표이사 직무대행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연내 인선 가능성도 거론됐지만 절차가 차일피일 지연되며 사실상 임명 시점은 새해로 넘어가게 됐다. 

    최근 이 대통령이 이혜훈 전 의원을 기획예산처 장관으로 지명하는 등 장·차관급 인사를 재개했다. 하지만 공공·방산 부문 전반의 인사가 늦춰지면서 KAI 사장 인선 역시 후순위로 밀린 상황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인선 지연의 배경으로는 우선 KAI의 지배구조가 거론된다. KAI 최대주주는 지분 26.41%를 보유한 한국수출입은행이다. 수출입은행은 정책금융기관으로, 사실상 정부 영향력이 크게 작용하는 구조다. 여기에 국민연금이 약 8%대 지분을 보유하고 있어 공공 성격 주주 비중이 30%를 웃돈다. 

    업계에서는 민영화 논의와 함께 전임 사장 흔적 지우기 등이 맞물리면서 인선이 지연됐다는 시각이 많다. 

    수장 부재 속 실적 흐름도 녹록지 않다. KAI는 올해 3분기까지 누적 매출 2조2297억원, 영업이익 1922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2%, 3.2% 감소했다. 3분기만 놓고봐도 매출 7021억원, 영업이익 602억원으로,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K-방산 업황이 전반적으로 호조를 보이는 가운데 주요 방산기업 가운데 매출 감소를 기록한 곳은 KAI가 유일해 시장 평가도 한층 까다로워진 분위기다.

    KF-21과 FA-50을 중심으로 한 수출 마케팅이 동시에 진행되는 상황에서 대표이사 직무대행 체제가 길어지면서 의사결정의 민첩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KAI는 현재 FA-50의 추가 수출과 기존 도입국 대상 후속 물량 협상, KF-21의 양산 전환 이후 수출형 모델과 파생형 개발 논의를 병행하고 있다. 이들 사업은 단일 계약 기준으로도 수천억원에서 조 단위로 확대될 수 있는 구조다. 

    즉 가격·성능·현지 생산 조건을 최종 조율하는 과정에서 최고경영자의 직접 판단과 이른바 ‘톱다운 세일즈’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특히 KF-21은 체계개발 마무리 단계에서 양산 체계로 넘어가는 분기점에 놓여 있어 연간 생산 물량 배분과 내수·수출 간 우선순위 설정 등 굵직한 의사결정이 동시에 요구되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 LIG넥스원 등 주요 방산기업들이 모두 기존 경영진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는 것과 달리, KAI만 대표이사 직무대행 체제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대비된다.

    시장에서는 KAI 사장 인선이 지연되면서 통상 12월에 진행돼온 내부 정기인사도 기약없이 밀리고 있다. 

    직무대행 체제가 장기화될 경우 경영 정상화 시점이 더 늦춰질 수 있다는 점에서, 조속한 인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KAI 노조 관계자는 "1월에는 새 대표 인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며 "정부에 여러 경로를 통해 인사 선임의 시급성을 전달했고, 어느 정도 공감대를 이뤘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내부 출신이 가장 좋겠지만 정부와 소통을 이끌 수 있는 힘 있는 인사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