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연구개발 중심 개편 … 자율주행 등 과제 산더미신임 노조, 주 35시간 근무 주장 … 생산 유연성 우려연구개발은 절대적 시간 중요 … 벌써 노사갈등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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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올해 9월 현대차 울산공장 본관 앞에서 진행된 현대차 노조 총파업 결의대회. ⓒ현대차
현대자동차그룹이 내년 소프트웨어 중심의 모빌리티 기업으로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연구개발(R&D)과 생산 조직을 강화한 가운데 신임 노조 집행부가 '주 35시간제 도입'을 내세우면서 경영진과의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업계에선 사회적 합의가 아직 이뤄지지 않은 '주 4.5일제, 주 35시간제' 등을 강성 노조가 밀어붙일 태세를 보이면서 노사관계 악화는 물론 우리 기업이 중국 등 주요국과의 경쟁에서 뒤처질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29일 완성차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최근 R&D와 생산 조직을 중심으로 한 인사 쇄신을 단행했다.우선 현대차는 소프트웨어 중심 모빌리티(SDV) 기업으로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최근 성과 부진을 이유로 물러난 송창현 전 사장을 대신해 만프레드 하러 부사장을 연구개발 부문 사장으로 선임했다.또 정준철 제조부문장 부사장을 사장으로 승진하는 등 R&D 및 핵심 기술 경쟁력 강화 중심의 인사를 실시. 성과·실행 중심 인사 기조를 분명히 했다.이는 전 세계 완성차 시장에서 자율주행 기술이 향후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는 판단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이러한 기조는 임원 인사에서도 읽힌다. 올해 현대차그룹 임원 승진자는 총 219명으로, 지난해(239명)보다 20명 줄었다. 승진 규모를 줄이는 대신, 승진 대상자의 약 30%를 R&D 및 주요 기술 분야 인재로 채우며 '기술 중심 경영'을 강조한 것이다.업계에선 현대차가 미래 전략의 중추인 R&D본부와 AVP본부로 분리돼 있던 차량 개발 조직을 장재훈 부회장 산하로 통합해 일원화한 만큼 내년에는 기술 경쟁력 회복에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특히 전문가들은 중국 등과의 기술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노동시간 유연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탄력적이고 유연한 근로시간 운영을 통해 글로벌 전쟁에서 경쟁력을 확보하는 다른 선진국들과 같은 행보가 필요하다는 분석이다.그러나 이와 반대로 현대차 신임 노동조합은 근로조건 개선 요구를 강화할 방침이어서 노사 간 갈등이 우려되고 있다.업계에 따르면 지난 10일 전국금속노동조합 현대차지부 신임 지부장으로 뽑힌 이종철 당선인은 근무 시간 1시간 단축을 골자로 한 주 35시간제, 퇴직금 누진제, 임금피크제 폐지 등을 핵심 공약으로 밀어붙일 전망이다.특히 주 35시간제 공약은 현 정부에서 논의가 진행 중인 주 4.5일제와 맞물려 시행 여부에 관심이 쏠린다. 이 지부장이 당선 즉시 전담팀(TFT)을 꾸리겠다고 밝힌 만큼 향후 사측과 치열한 공방전이 예상된다.주 35시간 근무제 도입은 현재 주 40시간인 근무 시간을 연구·일반직과 전주 공장부터 주 35시간으로 줄이고, 단계적으로 다른 공장으로까지 넓히는 것이 골자다. 연구·일반직부터 주 4.5일제를 도입하고, 기술직(생산직)은 매일 근무 시간이 1시간씩 줄어든다.이는 당장 급격한 외부 변화에 따라 신차 연구개발 및 생산에 대응해야 하는 회사 입장에선 수용하기 쉽지 않을 전망이다.특히 대미 관세 영향을 줄이기 위해 내년 북미 현지 생산 확대를 검토하고 있는 현대차그룹 입장에서 국내 노조의 근로시간 단축 요구까지 겹치면 생산 유연성이 심각하게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한 업계 관계자는 "R&D 부문의 경우 절대적인 시간이 중요하다"라며 "중국 CATL은 R&D 인력에 한해 오전 8시 출근해 오후 9시에 퇴근하고, 주 6일 근무하는 이른바 '8·9·6 근무'를 시행하고 있다"라고 말했다.그는 "특히 지금과 같은 시점에서 노사갈등이 파업으로 이어질 경우, 생산 차질은 물론 실적 부담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