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자에도 IPO … 차세대 OLED 집중수요 급증 전망 속 생산능력 선점차세대 OLED 주도권 재편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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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갤럭시XR' 제품.ⓒ삼성전자
중국이 반도체에 이어 디스플레이 분야에서도 기업공개(IPO)를 통한 자금 조달에 나서며 차세대 산업 주도권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수익성이 검증되지 않은 적자 기업이라도 전략적 가치가 높다면 자본시장의 문을 열어주는 '선(先)상장 후(後)성장' 전략을 통해 첨단 기술 자립화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는 평가다.30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확장현실(XR)용 올레도스(OLEDoS·OLED on Silicon) 전문기업인 시야 테크놀로지(Seeya Technology, 이하 시야)는 상하이 증권거래소 커촹반(科創板·과학혁신판) 상장을 위한 최종 심사를 최근 통과했다. 시야는 앞서 올해 6월 IPO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상장심사위원회 통과 이후 추가 보완 요구사항은 없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통상적인 절차를 감안할 때 이르면 내년 1분기 상장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시야는 IPO를 통해 1억 주를 발행해 약 20억1500만 위안(한화 약 4130억원)을 조달할 계획이다. 조달 자금의 약 80%인 16억 위안은 고해상도 올레도스 생산 라인 증설과 공정 고도화에 투입하고, 나머지는 연구개발(R&D) 센터 구축에 사용할 예정이다. 상장에 성공할 경우 시야는 중국기업 가운데 올레도스 단일 사업으로 증시에 입성하는 첫 사례가 된다.시야는 XR 기기용 올레도스 분야에서 글로벌 점유율 2위를 기록하고 있다. 회사 측에 따르면 출하량 기준 점유율은 35.2%로, 일본 소니(50.8%)에 이어 두 번째다. 주요 고객사는 샤오미, 바이트댄스, 인스타360, 레노버 등으로 중국과 글로벌 XR 기기 제조사 전반에 공급망을 구축하고 있다.올레도스는 1인치 안팎의 소형 화면에서 4K 이상의 초고해상도를 구현할 수 있는 마이크로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기술이다. 실리콘 웨이퍼 기판 위에 OLED 소자를 형성해 픽셀 밀도를 극대화할 수 있어, VR·MR 기기에서 요구되는 정밀한 화질 구현이 가능하다. XR 기기의 경량화와 고해상도 수요가 맞물리며 중장기 성장성이 큰 분야로 평가된다.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근안(Near-Eye) 디바이스 시장 확대에 힘입어 올레도스 수요는 올해 160만 개에서 2030년 3150만 개로 급증할 전망이다. 연평균 성장률은 81%에 달한다. 트렌드포스는 2030년 글로벌 VR·MR 시장에서 올레도스가 약 60%의 점유율을 차지할 것으로 내다봤다.향후 시장 확대 가능성이 커지면서 중국은 올레도스를 차세대 전략 디스플레이로 보고 자본 투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직 시장 규모는 크지 않지만, 양산 체제와 공급망을 먼저 확보한 기업이 향후 주도권을 쥘 가능성이 높다는 판단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실제 시야는 몇년간 순이익 적자 상태임에도 불구하고 상장이 허용됐다. 2021년 3억6420만 위안이었던 시야의 순손실액은 2022년 3억4210만 위안, 2023년 2억9450만 위안을 이어갔다. 3개년 누적 적자 규모만 10억 위안, 한화 2050억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상하이증권거래소는 단기 재무 성과보다 기술 경쟁력과 XR 시장의 중장기 성장성을 우선 평가했다.중국은 상하이 증권거래소 내 기술주 전용 시장인 커촹반을 통해 국가 전략 산업에 파격적인 특혜를 부여하고 있다. 시야가 적용받은 상장 규정은 이른바 '제5차 상장 표준'이다. 영업수익(매출)이나 순이익 요건을 아예 삭제하는 대신 기업가치 40억 위안 이상과 독보적인 R&D 역량, 그리고 명확한 기술 상용화 가능성만을 심사 기준으로 삼는다.당장 현금을 벌어들이지 못하더라도 국가 미래를 바꿀 '핵심 전략 기술'을 보유했다면 자본시장에서 무제한에 가까운 자금 조달 길을 열어주겠다는 취지다. 과거 중국이 SMIC나 화홍반도체 등 반도체 기업을 적자 상태에서 상장시켜 단기간에 세계적 수준으로 키워냈던 성공 방정식을 디스플레이 산업에도 적용하겠다는 것으로 풀이된다.시야는 이번 IPO로 확보한 실탄을 투입해 12인치 웨이퍼 기준 월 9000장 수준인 생산 능력을 월 2만7000장까지 3배 확대할 방침이다. 증설이 완료되면 공급량 측면에서 현재 세계 1위인 일본 소니(월 1만 장)를 압도하게 된다. 그간 소니는 애플 비전프로 등에 패널을 독점 공급하며 시장을 주도해왔으나, 신규 설비 투자에는 보수적인 입장을 유지해왔다. 시야는 소니가 주춤한 사이 공격적인 물량 공세로 글로벌 1위 공급사 지위를 탈환하는 것은 물론, 애플·메타 등 글로벌 빅테크 공급망 내 점유율을 대폭 끌어올린다는 복안이다.그간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에는 액정표시장치(LCD)는 중국에 내줬지만, OLED만큼은 한국이 기술과 시장을 선도하고 있다는 인식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올레도스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 영역으로 범위를 넓히면 상황 달라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내 선두주자인 삼성디스플레이가 최근에야 삼성전자의 ‘갤럭시 XR’용 패널 양산을 시작하며 초기 단계에 진입한 상황이다.특히 올레도스는 최첨단 선단 공정보다는 성숙(구형) 공정 활용이 가능한 디스플레이 영역이라는 점에서도 중국에 유리한 구조다. 실리콘 웨이퍼 위에 OLED를 형성하는 공정 특성상 28~90나노미터급 레거시 공정으로도 양산이 가능하다. 초미세 선단 공정에 주력해온 한국과 달리 미국의 제재를 피해 레거시 파운드리를 대대적으로 확충해온 중국이 주도권을 쥘 수 있는 분야다.업계에서는 시야의 IPO가 단순한 개별 기업의 이벤트가 아닌 차세대 디스플레이 패권을 쥐기 위한 중국의 전략 변화를 알리는 신호탄이라고 분석한다. 한국이 기존 OLED 경쟁력에 안주하는 사이 중국은 자본시장과 생산 인프라를 앞세워 신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디스플레이 산업 역시 중장기 전략 재점검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 나온다.업계 관계자는 "OLED는 한국이 독보적이라는 인식은 차세대 시장에서 더 이상 유효하지 않을 수도 있다"면서 "OLED 종주국을 자처해온 국내 디스플레이산업 역시 '기술 격차'라는 환상에서 벗어나 국가 차원의 지원 등 근본적인 전략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