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2026년 신년사환율 1400원대 후반 ‘펀더멘털 괴리’ 지적국민연금 해외투자 구조 재점검 필요성 강조“올해 성장률 1.8%전망 … 반도체 없으면 1.4% 수준”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 ⓒ한국은행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이 1.8%로 지난해보다 높아질 것으로 전망하면서도, 이를 경기 회복의 신호로 해석하는 데는 선을 그었다. 반도체 등 IT 부문을 제외할 경우 성장률은 1.4%에 그쳐 부문 간 회복 격차가 크고, 체감 경기와의 괴리 역시 상당하다는 판단에서다.

    이 총재는 2일 발표한 2026년 신년사에서 “올해 역시 우리 경제를 둘러싼 여건이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중앙은행으로서 냉정한 현실 인식과 책임 있는 정책 판단이 요구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 총재는 신년사에서 지난해 우리 경제가 정치적 불확실성과 글로벌 통상 환경 악화라는 이중의 충격을 겪었다고 평가했다. 

    특히 “예상치 못한 정치적 충격으로 1분기 역성장을 기록했고, 트럼프 행정부의 고강도 관세 조치로 글로벌 통상 여건이 급격히 악화됐다”며 “6월 대선 이후 일부 회복 흐름이 나타났지만, 통상 갈등이 이어지며 경기 회복 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웠다”고 진단했다.

    통화정책과 관련해 그는 “물가가 안정된 가운데 성장세가 둔화되자 상반기 중 기준금리를 두 차례 인하했지만, 하반기 들어 수도권 주택시장 불안과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기준금리를 동결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성장과 금융안정이라는 두 목표 사이의 긴장이 한층 고조됐다는 평가다.

    올해 대외 여건에 대해서는 통상환경과 주요국 통화·재정정책을 핵심 리스크로 꼽았다. 이 총재는 “미국 내 정치·사법적 변수에 따라 관세와 무역정책 불확실성이 다시 확대될 수 있다”며 “G20 회의에서 중점 의제로 논의될 ‘글로벌 불균형’ 이슈로 인해 미·중 간 갈등이 확대될 경우 한국 역시 그 영향에서 자유롭다고 말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대미 투자협정과 관련해서는 “연간 200억 달러는 최대치를 의미하며, 실제 투자 규모는 외환시장 안정을 저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결정될 것”이라며 “한국은행은 정부와 함께 외환시장 안정을 훼손하는 어떠한 결정에도 동의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환율에 대해서는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말 1,400원대 후반까지 상승한 바 있어 시장의 경계감이 여전히 높은 상황”이라며 “최근 1,400원대 후반의 환율은 우리 경제의 펀더멘털과는 괴리가 큰 수준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다만 “환율 상승이 물가 상승압력을 높이고 내수기업 등에 상대적으로 불리하게 작용하여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국민연금 해외투자에 대해서는 강한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이 총재는 “국민연금의 해외투자 규모와 시기, 환헤지 전략이 지나치게 투명하게 노출되면서 환율 절하 기대를 한 방향으로 쏠리게 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연금의 장기 수익률뿐 아니라 국민경제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올해 경제 전망에 대해 그는 “성장률이 1.8%로 작년의 1%에 비해 상당히 높아져 잠재수준에 근접할 것으로 전망된다”면서도 “IT 부문을 제외할 경우 성장률은 1.4%에 그치고 부문 간 회복 격차가 커 체감 경기와는 괴리가 클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회복을 “결코 지속 가능하고 완전한 회복으로 보기 어렵다”고 평가했다. 

    이 총재는 향후 통화정책 운영 방향으로 “불확실성이 큰 만큼 다양한 지표를 면밀히 점검하며 정교하게 정책을 운용하겠다”며 “시장과의 적극적인 소통을 통해 정책 방향을 적시에 설명하는 것이 중앙은행의 책임”이라고 강조했다. 

    기준금리 외에도 금융중개지원대출 개편, 은행 대출채권 적격담보 시스템 도입 등 보완적 정책 수단을 강화하겠다는 방침도 밝혔다.

    이 총재는 신년사를 마무리하며 “중앙은행 직원으로서의 원칙과 사명을 마음에 새기고 오직 우리 경제의 장기적 안정을 생각하고 노력할 때 그 성과는 반드시 평가받을 것”이라며 “뜻을 모아 한마음으로 임한다면 충분히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