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동경영 속 지분 재편 진행 … 표면 안정-내부 긴장 공존허일섭 지분 확대-장남 CFO 전진 배치 … 3세 경영 축 부상사촌간 지분 격차 제한적 … 증여시 지배력 판도 변화할 수도공익재단-방계-연금 등 변수 얽혀 … '무분쟁 승계' 여부 시험대
  • ▲ 허일섭 GC녹십자그룹 회장. ⓒGC녹십자
    ▲ 허일섭 GC녹십자그룹 회장. ⓒGC녹십자
    GC녹십자그룹이 2017년 이후 유지해온 '숙부-조카 공동경영'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 겉으로는 안정적인 구조가 유지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지분구조 재편과 3세 경영 진입이 맞물리며 긴장감이 감지된다.

    6일 녹십자홀딩스 공시를 보면 허일섭 회장의 지분율은 12.28%로, 과거 대비 소폭 상승했다. 수치 자체는 크지 않지만, 최대주주 지위를 더욱 공고히 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시장에서는 이를 단순한 지분 증가가 아닌 향후 승계 구도와 연결된 신호로 해석하는 분위기다.

    허 회장은 2009년 故 허영섭 회장 타계 이후 그룹 경영을 맡아왔다. 이후 2017년부터는 허영섭 회장의 자녀인 허은철 녹십자 대표와 허용준 녹십자홀딩스 대표가 경영에 참여하면서 현재의 공동경영 체제가 형성됐다.

    이 체제는 지금까지 큰 충돌 없이 유지됐다. 다만 후계 구도가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로 시간이 흐르면서 경영권을 둘러싼 잠재적 변수는 오히려 누적되고 있다는 평가다.

    최근 변화의 중심에는 허일섭 회장의 자녀들이 있다. 장남 허진성 녹십자홀딩스 경영관리본부장은 2024년 말부터 최고재무책임자(CFO)를 맡으며 그룹 핵심 의사결정 구조에 진입했다.

    이 자리는 과거 허용준 대표가 대표이사로 오르기 직전 맡았던 요직이다. 재무·투자·회계 전반을 총괄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단순한 보직 이상의 의미가 있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3세 경영 전면 등판의 신호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허진성 본부장은 그동안 북미 시장 진출 등 주요 사업에도 관여해 왔다. 핵심 사업과 재무를 동시에 경험하고 있다는 점에서 경영 승계 준비가 본격화됐다는 해석도 나온다.

    차남 허진훈 팀장 역시 그룹의 핵심 수익원인 면역글로불린 혈액제제 '알리글로' 해외사업을 담당하고 있다. 아직 임원급은 아니지만, 실무 전면에서 경험을 축적하며 경영수업을 이어가는 단계다.

    문제는 지분구조다. 현재 허은철·용준 형제와 허진성·진훈 형제간 지분 격차는 크지 않다. 허은철 대표와 허용준 대표의 지분율은 각각 2.68%, 2.91% 수준이다.

    반면 허진성 본부장과 허진훈 팀장은 각각 0.77%, 0.72%로 낮지만, 최근 10년간 보유 주식 수를 크게 늘리며 기반을 확대하고 있다.

    지금은 균형 상태에 가깝지만, 향후 허일섭 회장의 지분이 어느 쪽으로 이전되느냐에 따라 지배력 구도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증여가 이뤄질 경우 사촌간 지분 역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 ▲ GC녹집가그룹 오너가 현황. ⓒ뉴데일리
    ▲ GC녹집가그룹 오너가 현황. ⓒ뉴데일리
    공익재단 역시 핵심 변수로 꼽힌다. 목암생명과학연구소, 미래나눔재단, 목암과학장학재단 등이 보유한 지분은 총 15.20%로, 허일섭 회장 일가 지분을 웃도는 수준이다.

    공정거래법상 공익법인의 의결권 행사에는 제한이 있지만, 주요 의사결정 국면에서는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다.

    특히 이들 재단의 이사진에 허은철 대표와 허용준 대표가 참여하고 있어 의결권 행사의 방향성이 향후 경영권 안정성과 직결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와 함께 한일시멘트그룹 등 방계 지분 약 8.78%, 국민연금 지분 6.04%도 변수로 작용한다. 외부 주주까지 포함할 경우 의결권 지형은 더욱 복잡해진다.

    결국 GC녹십자의 지배구조는 단순한 가족간 승계 문제가 아니라 공익재단과 외부 주주까지 얽힌 다층적 구조로 재편되고 있다.

    현재까지는 갈등이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았다. 다만 이는 구조적 안정이라기보다 이해관계가 충돌하지 않은 상태에 가깝다는 평가도 있다.

    향후 변수는 명확하다. 허일섭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는 시점과 지분을 어떤 방식으로 이전하느냐다. 이 과정에서 '사촌경영'으로의 연착륙이 가능할지 아니면 경영권 분쟁으로 이어질지는 아직 단정하기 어렵다.

    업계에서는 세대간 나이 차와 지분구조를 고려할 때 완전한 사촌경영체제로 보기에는 이르다는 시선이 적지 않다.

    업계 한 관계자는 "경영권 문제는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순간 언제든 수면 위로 떠 오를 수 있다"며 "과거 사례를 보더라도 장기간 잠재돼 있던 갈등이 특정 시점을 계기로 표출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결국 GC녹십자는 현재 '안정과 긴장'이 공존하는 과도기에 놓여 있다. 표면적인 공동경영 체제와 달리 지배구조의 방향성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경영권 분쟁 없는 승계'가 가능할지는 앞으로의 지분 이동과 의결권 선택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