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30년까지 신차 판매 절반 '전기차·수소차' 가능할까GM·포드·스텔란티스 등 잇달아 전기차 투자 속도 늦춰EU,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 완화 … 내연차 퇴출 미뤄속 타는 완성차 업계 … "친환경차 보급 목표 낮춰야"
  • ▲ 서울 한 대형마트 전기차 충전소. ⓒ연합뉴스
    ▲ 서울 한 대형마트 전기차 충전소. ⓒ연합뉴스
    정부가 오는 2030년까지 신차 판매의 절반을 전기차·수소차로 채우는 내용의 보급 목표를 세우면서 완성차 업계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미국에 이어 친환경차 확산의 선봉장이던 유럽연합(EU)까지 최근 수요보다 앞서간 전기차 집중 전략을 저마다 철회하는 가운데 한국만 이러한 글로벌 흐름에 역주행하면서다. 

    5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와 기후에너지환경부는 2030년부터 국내 신차의 50%를 사실상 ‘저공해차’(전기차·수소차)로 보급한다는 목표를 세우고, 이날 이를 지원하는 내용의 고시를 발표한다고 전일 밝혔다.

    이에 따라 저공해차 보급 목표는 올해 신차 판매의 28%에서 시작해 ▲2027년 32% ▲2028년 36% ▲2029년 43% ▲2030년 50%까지 단계적으로 상향된다. 기존 연간 목표에는 중장기 로드맵이 포함되지 않았으나, 이번 개정안에는 2030년까지 목표가 처음으로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보급 목표는 일정 대수 이상 차량을 판매하는 제조·수입사에 적용된다. 만약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제조·수입사는 일정액의 기여금을 내야 한다. 해당 제조·수입사 차량에는 구매 보조금 지원도 줄어든다.

    정부 목표대로라면 2030년에는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신차 가운데 절반이 전기차·수소차로 채워진다.

    이는 지난해 우리나라 신차 가운데 전기차·수소차 판매 비중이 낮은 수준에 머무른 것을 고려하면 매우 높은 기준이다. 실제 지난해에도 신차 중 전기차 비율이 13.5%(1∼11월 기준)에 그쳤으며, 수소차를 합쳐도 신차 중 비율이 14%에 불과했다.

    기후부는 자동차 판매자와 충분히 소통하며 목표를 높였다는 입장이지만, 완성차 업계는 곤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유럽 등이 저마다 전기차 확대 정책 속도 조절에 나서는 가운데 한국만 반대 흐름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미국 3대 완성차 기업인 제너럴모터스(GM), 포드, 스텔란티스 등도 잇달아 전기차 투자 속도를 늦추고 있다.

    포드가 LG에너지솔루션과의 배터리 공급계약을 파기한 것이 대표적이다. 포드는 앞서 지난달 LG에너지솔루션과 체결했던 9조6000억 원 규모의 배터리 공급계약을 해지했다. 이는 포드가 전기차 사업에서 195억 달러(약 28조6000억 원)의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힌 직후 나온 결정으로, 전기차 사업 축소 기조를 공식화한 행보로 풀이된다.

    포드는 이에 앞선 지난해 11월에도 SK온과 함께 설립한 합작법인 '블루오벌SK' 계약을 해지하고, 공장을 분할하기도 했다.

    GM은 올해부터 리릭·비스틱 등 캐딜락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2종을 만드는 미 테네시주 조립 공장 가동을 지난달 한 달 동안 중단한 바 있다. 지프·푸조 등을 보유한 스텔란티스도 전기 픽업트럭 모델 '램1500' 개발 계획을 지난해 9월 철회하고, 고연비 엔진 생산을 재개했다.

    미국과 유럽의 전기차 정책 변화가 수요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결과로 풀이된다.

    실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해 10월 전기차 구매 시 제공되는 7500달러(약 1100만 원) 세액공제(보조금)를 폐지했다. EU도 오는 2035년부터 시행할 예정이던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규제를 사실상 철회했다. 2035년부터 적용 예정이던 승용차와 밴의 이산화탄소 배출 기준을 사실상 완화하면서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전기차 시장 둔화에 미국과 유럽이 모두 기존 계획을 틀고 속도 조절에 나서는 셈"이라며 "현재 14%에 불과한 전기차·수소차 판매 비중을 5년 만에 50%까지 올리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매년 전기차 보급량 역시 정부 목표치에 미달하는 상황에서 기후부가 지나치게 도전적인 목표를 세웠다"라며 "목표 미달성 시 부과하는 페널티를 없애고 목표치를 수정해야 한다"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