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과 유예 연장·종료 모두 침묵 … 다주택자도 실수요자도 멈춰거래는 얼어붙었는데 서울 집값은 ‘슈퍼사이클’ 경고등정책 시그널 실종 속 매물 잠김, 고가 주택만 더 올라
  • ▲ 서울시내 전경. ⓒ뉴데일리DB
    ▲ 서울시내 전경. ⓒ뉴데일리DB
    이재명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여부를 두고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부동산 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 거래는 급격히 위축됐지만, 집값은 오히려 더 가파르게 오르는 기형적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책의 공백이 가격을 밀어 올리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른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9일 발표한 올해 경제성장전략에 부동산 시장 안정 방안을 일부 담았지만, 5월9일 일몰을 앞둔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에 대해서는 끝내 언급하지 않았다. 

    그동안 정부는 매년 경제정책 방향을 통해 유예 연장 방침을 명시해왔지만, 이번에는 “검토 중”이라는 원론적 답변만 내놓은 상태다.

    현재 조정대상지역에서 다주택자가 주택을 매도할 경우 양도세 기본세율(6~45%)에 2주택자는 20%포인트, 3주택 이상은 30%포인트가 가산된다. 

    지방소득세까지 포함하면 3주택자의 최고 실효세율은 82.5%에 달한다. 
    윤석열 정부 시절 시행령 개정으로 매년 유예돼 왔지만, 새 정부 출범 이후 연장 여부가 불투명해지면서 시장의 혼란은 더 커졌다.

    문제는 남은 시간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양도세 중과를 피하려면 5월9일 이전에 매매 계약은 물론 잔금 지급까지 완료해야 한다. 

    그러나 서울 전역과 경기 주요 지역은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있어 계약 이후 잔금까지 최소 2~3개월이 걸린다. 세입자가 있는 경우라면 일정 조율은 더 어렵다. 정책 방향이 늦게 정해질수록 ‘팔고 싶어도 팔 수 없는’ 상황이 되는 셈이다.

    이 같은 불확실성은 거래를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다주택자들은 섣불리 매물을 내놓지 않고 관망에 들어갔고, 실수요자들 역시 정책 변화를 기다리며 움직이지 않는다. 그러나 거래 절벽이 곧 가격 안정으로 이어지지는 않고 있다. 오히려 매물 잠김 현상이 심화되면서 가격은 더 빠르게 오르는 모습이다.

    실제 서울 집값은 이미 글로벌 시장에서도 ‘과열 경고’가 나오는 상황이다. 영국 부동산 컨설팅업체 나이트프랭크는 서울 고가주택 가격이 전년 대비 25% 넘게 상승하며 전 세계 주요 도시 중 최상위권의 상승률을 기록했다고 분석했다. 

    글로벌 투자은행과 해외 금융사들 역시 서울 주택시장이 공급 부족과 자산가 매수세에 힘입어 ‘슈퍼사이클’ 초입에 진입했다고 진단하고 있다.

    국내 지표도 심상치 않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가격은 1년 만에 18% 넘게 오르며 6000만원을 돌파했고, 강남·서초구는 처음으로 평당 1억원을 넘어섰다. 

    강남3구와 용산에 국한됐던 고가 주택 흐름은 성동·마포·양천·광진·강동구로 확산됐다. 반면 중저가 지역은 거래 부진 속에 가격 상승이 둔화되며 양극화는 더욱 심화됐다.

    가격 상승은 자산 규모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지난해 말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시가총액은 1832조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1년 새 200조원 이상 불어난 수치다. 거래량은 줄었지만, 신축과 핵심 입지를 중심으로 가격이 뛰면서 ‘조용한 자산 팽창’이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의 시장을 “정책 신호 실종이 만든 비정상 상태”라고 평가한다. 

    양도세 중과를 다시 적용하든, 유예를 연장하든 조속히 방향을 제시해야 시장 참여자들이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중과와 함께 장기보유특별공제까지 배제할 경우, 다주택자에게는 사실상 ‘팔지 말라’는 신호로 작용해 매물 잠김을 더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주택 거래는 의사결정부터 잔금까지 시간이 걸리는 구조인 만큼 정부가 불확실성을 오래 끌수록 시장 왜곡은 커질 수밖에 없다”며 “정책의 예측 가능성이 집값 안정의 출발점”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