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상법개정안 앞두고 '자사주 다이어트' 급증대웅, 광동제약 이어 유투바이오와도 자사주 맞교환광동제약·일동홀딩스·국제약품·한국유나이티드제약 등도 스와핑우호세력 확보, 지배력 강화 움직임에 '주주 보호 취지 어긋나' 지적한미약품그룹 등 임직원 상여금에 자사주 활용 등 선제 대응 잇달아
  • ▲ 제약 이미지. ⓒ연합뉴스
    ▲ 제약 이미지. ⓒ연합뉴스
    자기주식 의무 소각을 골자로 한 이른바 3차 상법 개정이 임박하면서 상장기업들의 자사주 처분이 급증하는 가운데 제약업계에서도 '자사주 다이어트'에 나서고 있다.

    직원 성과급을 자사주로 지급하거나 전략적 제휴를 명분 삼아 이해관계가 맞는 기업과 자사주를 맞교환하는 등 재무적 부담을 줄이면서 자사주 소각을 피하는 선제 대응이 확산하고 있다.

    다만 이러한 거래는 자사주를 경영권 방어용 또는 대주주 사금고로 악용하는 관행에 제동을 걸고 소각에 따른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법 개정 취지에 대비되는 '꼼수'라는 지적이 나온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상법 개정은 한국 증시의 고질적 저평가 원인인 대주주 중심의 불합리한 지배구조와 주주가치 훼손을 개선하려는 취지다. 이번 개정의 골자인 자사주 소각은 전체 발행 주식 수를 줄여 주당순이익(EPS)이 상승하고 주주의 지분가치가 높아지기 때문에 주주에게 지급하는 배당과 함께 대표적인 주주환원수단으로 꼽힌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3차 상법개정안대로라면 신규로 취득한 자사주는 1년 이내, 기존 자사주는 1년 6개월 이내 소각해야 한다.

    이 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3차 상법 개정이 초읽기에 들어가자 상장제약사들이 선제 대응에 나섰다. 자사주를 직원의 성과급으로 지급하거나 우호적 기업과 상호교환하며 표면적인 자사주를 줄이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소각이 아닌 일종의 '명의 변경'을 택한 셈이다.

    이렇게 되면 발행 주식 수가 줄지 않을뿐더러 오히려 상여금을 자사주로 받은 직원들의 매물 출회시 주가 하락 요소로 작용한다. 기업은 상여금 일부를 자사주로 지급하면 재무적 부담도 줄일 수 있다는 점에서 일거양득 효과지만 주주가치 제고에는 역행하는 셈이다. 상법 개정을 앞둔 꼼수로 비판받는 까닭이다.

    제약 지주사 가운데 가장 높은 자사주 비중(29.7%)을 보유하고 있는 대웅은 최근 자사주 56만4745주를 현물출자방식으로 유투바이오에 처분했다.

    이번 거래로 유투바이오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신주 238만8278주를 발행해 대웅의 자사주를 인수했다. 대웅은 유투바이오 지분 14.99%, 유투바이오는 대웅 주식 0.97%를 각각 보유하게 됐다.

    이에 앞서 대웅(58만1420주)은 지난달 광동제약(230만9151주)과 주식을 상호교환하기도 했다.

    대웅 다음으로 자사주 비율이 높은 광동제약(25.0%)도 지난달 동원시스템즈(200만6688주)와 휴메딕스 232만9567주에 각각 자사주를 처분한다고 공시했다.

    지난해 말 일동홀딩스와 국제약품은 각각 자사주 24만8311주와 79만7330주를 각각 상대방에게 처분하기로 했다. 양사는 자사주 처분 목적으로 전략적 제휴를 통한 사업 시너지 창출 등을 내세웠다.

    양사의 이 같은 거래가 있기 하루 전 한국유나이티드제약(95만4750주)과 환인제약(51만9750주)도 동일한 구조의 자사주 상호교환에 나섰다. 명분은 전략적 제휴를 통한 사업 협력관계 구축이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은 한국바이오켐제약에도 자사주 43만5000주를 넘겼다.

    한국유나이티드제약과 자사주를 맞교환했던 환인제약은 △동국제약 60만주 △진양제약 31만6880주 △경동제약 40만주 등 자사주 131만6880주를 전략적 제휴를 목적으로 각각 상호교환하는 식으로 처분했다.

    제약업계에서는 약가인하가 지속해서 이뤄지면서 살아남기 위한 '몸부림'이라는 반응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제약사는 오너 중심 경영구조가 많은 만큼 자사주를 단순 소각할 경우 일부 중소제약사는 보유지분이 약해져 경영권을 위협받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유사한 상황에 놓인 제약사간 자사주 스왑은 경영안정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사업적 협력 가능성까지 열어두는 현실적인 대안"이라고 말했다.
  • ▲ 상법개정안 이미지. ⓒ연합뉴스
    ▲ 상법개정안 이미지. ⓒ연합뉴스
    그러나 공동개발이나 생산 협력 등 구체적인 업무제휴 없이 단순히 물고 물리는 연쇄적 자사주 교환은 동종업계간 제휴로 받아들이기보다는 회사의 영향력과 경영권 구도를 유지·보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너 중심 지배력 관리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자사주는 회사가 보유하고 있을 때는 의결권이 없지만, 제3자에게 매각하면 의결권이 생긴다. 서로가 보유한 지분으로 상대 오너 일가를 위한 '백기사'로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셈이다.

    나아가 일반 주주의 주주가치를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측은 "자사주 처분으로 인해 기존 주주들의 의결권 지분율이 희석되는 효과가 발생해 주주에 대한 직접 손해로 주장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직원 성과급으로 활용한 사례도 있다. 최근 한미약품은 한미약품(8466주)과 한미정밀화학(1837주) 임직원 대상 생산성 장려금(PI) 주식 지급(RSA)을 위해 자사주 1만303주를 처분하기로 했고, 한미사이언스도 같은 이유로 한미사이언스(3만6304주)와 온라인팜(1만2210주) 임직원에 자사주 4만8514주를 넘길 예정이다.

    지노믹트리도 같은 날 2만7033주를 임직원에게 RSU(양도제한조건부주식) 지급을 위해 처분한다고 밝혔다. 성과 보상의 일환으로 현금 대신 자사주를 활용한 것이다.

    자본시장연구원 관계자는 "개별 기업마다 상황은 다르겠지만, 소액주주의 눈높이에서 보기에는 주주가치 제고라는 정부·여당의 입법 취지와 부합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