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속재산 10% 초과해 기부하면 상속세액 10% 감면'상속세 연간 1253억~6263억원 감소하지만복지사각지대 메울 민간 공익재원 2.3배 증가여야 협치 입법토론회서 정책 효과 실증 분석
  • ▲ 박훈 교수.ⓒ서울시립대
    ▲ 박훈 교수.ⓒ서울시립대
    서울시립대학교 세무학과 박훈 교수가 유산기부 활성화를 위한 '한국형 레거시 텐(Legacy 10)' 제도 도입의 경제적 효과를 실증 분석한 결과 유산기부액이 연간 최대 1조45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26일 서울시립대에 따르면 상속세제와 공익법인 연구 분야 전문가인 박 교수는 지난 21일 국회의원회관 대회의실에서 열린 '한국형 레거시 10 제도 도입에 관한 정책 토론회'에서 발표자로 나서 제도 도입 때 예상되는 세수 효과와 유산기부 증가 규모를 구체적 수치로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는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 여야 간사인 정태호(더불어민주당)·박수영(국민의힘) 의원이 공동 주최했다. 한국자선단체협의회·한국세법학회·웰다잉문화운동·한국비영리학회 주관으로 국내 복지·자선단체 회원 50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열렸다.

    한국형 레거시 10은 영국의 성공 사례를 벤치마킹한 유산기부 활성화 제도다. 상속재산의 10%를 초과해 공익법인 등에 기부하면 상속세 산출세액의 10%를 감면해 주는 게 핵심 내용이다.

    가령 100억 원의 상속재산에 대해 40억 원의 상속세를 내야 할 때 상속재산의 10%(10억 원)를 초과해 사회에 기부하면 상속세의 10%인 4억 원을 감면받을 수 있다. 유산을 다음 세대와 사회 전체에 물려주자는 의미를 담고 있다.
  • ▲ 토론 장면.ⓒ서울시립대
    ▲ 토론 장면.ⓒ서울시립대
    이날 토론회는 손원익 한국비영리학회 회장(연세대 사회복지전문대학원 객원교수)의 사회로 진행됐다. 박 교수의 정책 연구 발표와 함께 손봉호 서울대 명예교수가 '[기부자 목소리] 사회적 상속- 다음 세대에게 어떤 사회를 상속해 줄 것인가'를 주제로 유산기부의 사회적 의미를 제시했다.

    이어 강남규 법무법인 가온 변호사, 김희정 한국자선단체협의회 사무총장, 이성로 사회복지공동모금회 모금사업본부장, 장세정 중앙일보 논설위원, 김병철 재정경제부 재산소비세정책관 등이 제도 도입의 실효성과 향후 과제에 대해 토론을 펼쳤다.
  • ▲ 발표하는 박훈 교수.ⓒ서울시립대
    ▲ 발표하는 박훈 교수.ⓒ서울시립대
    박 교수의 분석에 따르면 한국형 레거시 10을 도입하면 상속세는 납세자 10분의 1 참여 시 연간 1253억 원, 납세자 절반 참여 시 6263억 원 각각 감소하지만, 유산기부액은 연간 2900억 원에서 최대 1조4500억 원 증가할 것으로 추산됐다. 유산기부 증가 효과가 세수 감소분의 약 2.3배에 달한다.

    박 교수는 "(한국형 레거시 10 도입은) 세수 감소가 아닌, 더 큰 '사회적 자본'을 창출하는 정책 투자"라며 "영국이 레거시 10 시행 10년간 유산기부액을 약 2배 증가시킨 사례처럼 한국도 복지 사각지대를 메우는 민간 공익재원을 확충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또한 "소득격차, 자산격차가 커지는 상황에서 이 제도는 상속 시 자녀에게만 재산을 물려주는 게 아니라 사회와 함께 나누는 동기를 제공한다"며 "제도가 기부·나눔문화를 확실히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은 2024 세계기부지수에서 142개국 중 88위로 '기부 빈국'으로 평가된다. 전체 상속재산에서 유산기부 비중이 1%쯤에 불과하다.

    박 교수는 구체적인 법률 개정안도 제시했다. '상속재산(과세가액)의 100분의 10을 초과해 공익법인 등에 출연한 재산에 대해선 상속세 산출세액의 100분의 10을 상속세 산출세액에서 공제'하는 내용의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0조의2를 신설하자고 했다. 개정안은 오는 2027년 1월 1일부터 시행할 수 있게 설계했다.

    서울시립대 관계자는 "박 교수의 이번 실증 연구는 여·야가 협치로 추진하는 상속세제 개편의 학술적 근거를 제공하고, 정책 효과에 대한 구체적 계량 데이터와 법률 조문까지 제시함으로써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다는 평가를 받는다"고 설명했다.

  • ▲ 서울시립대학교 전경. 우측 상단은 원용걸 총장.ⓒ서울시립대
    ▲ 서울시립대학교 전경. 우측 상단은 원용걸 총장.ⓒ서울시립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