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세청, 17개 업체 4000억 탈루 '정조준' 제품 고급화 빌미로 해외보다 수십% 비싸게70대 부모 유령월급에 자녀 아파트 20억 지원특수관계법인 통해 유통단계마다 이익 빼돌려
  • ▲ 국세청 전경. ⓒ국세청
    ▲ 국세청 전경. ⓒ국세청
    국세청은 담합과 원가 부풀리기로 생필품 가격 폭리를 취하며 서민 부담을 가중시킨 탈세 혐의 업체 17곳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한다고 27일 밝혔다. 생리대와 식품 첨가물, 안경, 물티슈 등 서민 생활과 직결된 품목을 취급하는 기업들이 대상으로 전체 탈루혐의 금액만 4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9월 '생활물가 밀접 업종 탈세자' 55개 업체 세무조사와 지난해 12월 '시장 교란행위 탈세자' 31개 업체 세무조사에 이은 3차 세무조사다. 조사대상자는 △가격담합 등 독·과점 기업(5개) △원가 부풀린 생필품 제조·유통업체(6개) △거래질서 문란 먹거리 유통업체(6개) 등 총 17개 업체다.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생리대 가격이 너무 비싼데, 무상공급까지 검토하라"고 지시하면서 국세청이 생활필수품 제조업체에 대한 세무조사에 나선 것으로 추정된다. 

    우선 국세청은 생활물가 폭등 주범으로 지목된 독과점 기업 5곳에 대해 세무조사에 착수한다. '일상 필수재'라는 점을 악용해 가격 담합과 독과점 횡포를 부린 생활필수품 제조·판매 기업이 대상이다. 

    식품 첨가물을 제조하는 대기업 A사는 담합 업체간 원재료를 시세보다 높게 교차 구매해 매입단가를 끌어올려 가격은 올리고 이익은 축소했다. 담합업체 계열사로부터 담합대가를 챙겨 위장계열사의 가짜 매입세금계산서로 은닉했다. 미국 현지사무소 운영비를 부풀려 사주 자녀들의 체제비로 빼돌린 혐의도 포착됐다. 

    또 생리대 등 위생용품을 생산하는 B사는 '제품 고급화'를 빌미로 해외보다 수십% 높은 가격에 팔았다. 특수관계법인 광고비를 대신 부담하고 판매수수료를 2배 올려 가격 인상을 유도해 이익을 나눠가지기도 했다.  

    수십 년간  특정 시설물에 대한 운영권을 보유하며 특혜를 세습해 온 또 다른 업체는 전 직원 명의의 사업장과 고가 거래로 비용을 부풀리는 한편, 사업장과 원거리에 있는 70대 사주 부모에게 8억원의 허위 인건비를 지급하는 방식으로 소득을 축소 신고했다.

    거짓 매입 등으로 원가를 부풀린 안경·물티슈 등 생필품 제조·유통업체 6곳도 덜미를 잡혔다. 소비 활성화 정책의 최대 수혜를 누렸으면서도 원가 상승을 핑계로 국민에게 돌아갈 몫을 가로채 사익 추구에 몰두한 것으로 나타났다.

    조사 대상 업체들은 고물가·고환율로 원가 상승이 불가피했다는 해명을 내놨지만, 실체도 없는 특수관계법인을 거래 과정에 끼워 넣거나 허위 용역 계약을 맺어 인위적으로 원가를 부풀린 정황이 포착됐다.

    사주 자녀에게 법인자금으로 매입한 20억 원대의 고급 아파트를 무상으로 제공하는 한편, 업무와 무관한 골프장과 유흥업소에서 법인카드를 사용해 법인자금을 부당하게 유용한 것으로 나타났다.

    복잡한 거래구조를 형성해 이익을 빼돌려 유통비용을 상승시킨 먹거리 유통업체 6곳도 조사대상에 포함됐다.

    한 원양업체는 거래 중간에 사주 일가가 지배하는 1인 특수관계법인을 끼워 넣는 수법을 동원해, 기업 이익을 사주 일가 주머니로 옮겼다. 원양어선 조업경비로 가장해 법인 자금 50억원을 해외로 송금했으나 실제로는 사주 자녀 유학비용으로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다른 수산물 유통업체는 사주가 100% 지배하는 특수관계 법인들을 유통과정에 줄줄이 끼워 넣어 유통 단계마다 이익을 챙기며 유통 비용 상승을 유발시켰다. 법인 신용카드를 골프, 해외여행, 자녀 학원비 등 사적으로 사용하고 법인세도 거의 부담하지 않았다.

    국세청은 이번 세무조사를 통해 독과점 지위를 악용하거나 가격담합 등 불공정행위로 생활필수품 가격을 과도하게 인상하고 세금을 탈루한 업체에 대해 철저히 검증한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와 법인자금의 부당 사용 등 불법 행위에 대해 엄정하게 조사하고 유통 과정에서 거래질서를 훼손하는 행태에 대해서는 알시보관과 금융추적 등을 활용해 조사를 집행할 계획이다. 조사과정에서 조세포탈, 거짓 세금계산서 수수 등 범칙행위가 확인될 경우 조세범 처벌법에 따라 형사처벌로 이어지도록 엄정 조치할 방침이다.

    국세청 관계자는 "불공정행위로 서민생활과 밀접한 생활필수품 가격을 인상하며 폭리를 취하고 세금은 줄여 신고하는 업체의 도덕적 해이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세무검증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