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스토어 · LG베스트샵 가보니화질 경쟁 저물고 '時 테크' 대세
  • ▲ 삼성스토어.ⓒ김수한 기자
    ▲ 삼성스토어.ⓒ김수한 기자
    바람이 부는 추운 겨울, 서울 시내의 한 대형 가전 매장. 입구 가장 잘 보이는 곳에 배치된 4K 고화질 TV 앞은 한산했다. 안쪽으로 들어가자, 건조기와 로봇청소기 코너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가전 구매를 앞둔 30대 예비 신랑 정 모 씨는 계산을 끝내고 후련한 표정이었다. 그는 "TV보다는 OTT를 주로 보고, 둘 다 야근이 잦아 거실 벽면은 TV 대신 웨딩 사진으로 채우기로 했다"며 "TV 살 돈 아껴서 '3대 이모님'을 모시는 게 퇴근 후 휴식 시간을 확보하는 길이라 판단했다"고 말했다.

    고물가와 맞벌이가 일상화된 지금 신혼 가전의 패러다임이 가사 노동을 획기적으로 줄여주는 일명 '3대 이모님 (건조기·식기세척기·로봇청소기)' 위주로 바뀌어 있었다.

    과거 거실의 중심이 TV였다면, 이제는 각자의 라이프 스타일을 담은 취향과 휴식의 공간으로 변모하고 있다. 현장에서 만난 이들은 TV 예산을 대폭 줄이거나 이동형 스크린(LG 스탠바이미, 삼성 더 무빙 스타일)으로 대체하고 남은 예산을 가사 가전에 쏟는 모습이었다.

    화질 경쟁 저물고 '시테크 가전' 부상 ... 성능 문의 많아 

    한 영업점 관계자는 "과거엔 TV나 냉장고 상담이 주를 이뤘다면, 지금은 부엌 구조에 맞는 식기세척기 빌트인 여부나 로봇청소기 성능 문의가 많다"며 "방문 고객 10명 중 7명은 로봇청소기를 필수 혼수 리스트에 넣어온다"고 설명했다. 이어 "건조기는 이제 외국처럼 선택이 아닌 필수 가전으로 통한다"고 덧붙였다.

    사람들이 일명 '3대 이모님'을 찾는 이유는 단순한 편의를 넘어 가사 노동 시간 축소와 여가 시간 확보를 위한 투자로 분석된다. 맞벌이 부부에게 시간 단축은 곧 삶의 질이자 돈이라는 인식이 확산된 것이다.

    TV 대신 '이모님' ... 견적서 받아보니

    웨딩 업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신혼부부의 평균 혼수 비용은 약 1456만 원. 핵심 가전 몇 개만 골라도 예산의 절반이 훌쩍 넘어가기 때문에 예비부부들은 치열한 '선택과 집중'을 벌일 수밖에 없다.

    매장에서 직접 견적을 받아본 결과, 출고가 기준 진입 장벽은 높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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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삼성전자
    삼성스토어의 경우 '비스포크 AI' 라인업으로 건조기 콤보, 빌트인 식기세척기, 스팀 로봇청소기를 구성하면 약 830만 원, LG베스트샵 역시 '오브제컬렉션' 라인업에 워시콤보와 식기세척기, 코드제로 AI 로봇청소기를 합산하면 840만 원대에 육박했다.

    하지만 결합 할인과 제휴 혜택을 적용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두 브랜드 모두 실구매가를 500~600만 원대까지 낮추며 예비부부들을 공략하고 있다.

    특히 세탁과 건조가 한 번에 해결되는 올인원 제품과 물걸레 스팀 세척까지 알아서 하는 '로봇청소기'의 등장이 구매 욕구를 자극하고 있었다. 매장에서 만난 한 예비 신부는 "신혼부부 커뮤니티를 보면 빌트인 식기세척기나 로봇청소기 사용 전후 삶의 질이 완전히 다르다는 입소문이 자자하다"며 "아예 인테리어 단계부터 식기세척기와 로봇청소기 자리를 미리 확보해 뒀다"고 말했다.

    가전 관계자는 이러한 현상을 '맞벌이의 일상화'와 '시(時)테크 인식 확산'의 결과로 꼽는다.

    2026년의 혼수는 이제 집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노동을 비우는 과정이 됐다. '3대 이모님'은 선택이 아닌 필수이자, 신혼 가전의 주연으로 확실히 자리 잡은 모양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