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빈 워시 지명에 ‘은(銀)의 블랙 먼데이, 46년만 28% 대폭락서학개미, 지난주 순매수 1위가 은 ETF … 고점 매수 직격탄폭락 전날 보유잔고 1.2조, 하루 평가손실 3600억 ‘패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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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로이터연합
    안전자산이라 믿고 사 모았던 은(Silver) 관련 ETF가 하루 만에 30% 가까이 폭락하며 서학개미가 막대한 평가 손실을 입은 것으로 드러났다. 

    2일 한국예탁결제원 증권정보포털(SEIBro)에 따르면, 은 가격 폭락 전날인 지난달 29일 기준 국내 투자자들이 보유한 ‘아이쉐어즈 실버 트러스트(iShares Silver Trust, 티커명 SLV)’ 보관 금액은 총 8억 5032만 달러(약 1조 2150억 원)에 달했다. 

    이는 서학개미가 보유한 전체 해외 주식 중 상위 30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하지만 지난달 30일 SLV 가격이 하루 만에 28.54% 폭락하면서 상황은 급변했다. 

    국내 투자자들의 보유 잔고를 기준으로 단순 계산했을 때, 불과 하루 사이에 약 2억 4200만 달러(약 3600억 원)가 공중분해된 셈이다. 이는 46년 만에 기록된 은 가격 최대 낙폭의 충격을 서학개미들이 고스란히 떠안았음을 보여준다.

    ◇ 테슬라·엔비디아 제치고 샀는데 … ‘상투’ 잡았다

    더 뼈아픈 대목은 국내 투자자들이 이번 폭락 직전에 은 ETF를 집중적으로 사들였다는 점이다. 예탁결제원 결제 내역을 분석한 결과, 지난달 26일부터 30일까지 일주일 동안 국내 투자자가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 1위는 테슬라도, 엔비디아도 아닌 은 ETF인 ‘SLV’였다.

    이 기간 서학개미들은 SLV를 1억 4861만 달러(약 2100억 원)어치 순매수했다. 이는 같은 기간 순매수 2위인 알파벳(1억 3155만 달러), 3위 아이온큐(1억 1717만 달러)를 훌쩍 뛰어넘는 수치다. 

    심지어 은 가격의 2배를 추종하는 레버리지 상품인 ‘프로셰어즈 울트라 실버 ETF(AGQ)’ 역시 순매수 상위 15위에 오르며 3300만 달러(약 470억 원)가 유입됐다.

    ◇ ‘워시 쇼크’에 마진콜 겹쳐 … 투매가 투매 불렀다

    이 같은 참사는 차기 연준 의장 지명 이슈에서 비롯됐다. 시장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완화적 인물을 지명할 것이라 예상하고 달러 약세에 베팅하며 은을 매수해왔다. 하지만 매파(통화 긴축 선호) 성향인 케빈 워시 전 이사가 지명되자 달러 가치가 급등했고, 반대로 귀금속 가격은 곤두박질쳤다.

    여기에 마진콜(증거금 추가 납부 요구) 공포가 기름을 부었다. 은 가격이 급락하자 레버리지 투자를 했던 투자자들이 강제 청산을 당하며 투매 물량이 쏟아졌고, 이것이 다시 가격 하락을 부추기는 악순환이 발생했다. 

    밀러 타박의 맷 말리 분석가는 “최근 은이 단기 투자자에게 가장 인기 있는 자산이었던 탓에 레버리지가 누적됐고, 가격 급락 시 마진콜이 발생해 낙폭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당분간 시장의 변동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다. 헤라우스귀금속의 도미닉 스페르젤 트레이딩 책임자는 “심리적 저항선이 무너진 만큼 롤러코스터 같은 변동성이 계속될 것에 대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