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훈풍에 소득세 70조 시대 … 국세비중 12%→18% 급증물가상승에 실질임금 감소 … 하위구간 생색내기 개편으론 '역부족''브래킷 크리프' 현상 만연 … 지선 앞두고 고세율 구간 개편 '기대감'
  • ▲ 출근길 ⓒ연합뉴스
    ▲ 출근길 ⓒ연합뉴스
    이른바 '유리지갑'으로 불리는 직장인의 근로소득세 부담이 최근 10년간 전체 세수 증가 속도를 크게 웃돌면서 과세 체계를 손질해야 할 시점이 도래했단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19일 재정경제부에 따르면 지난해 근소세 수입은 68조4000억원으로 전년보다 7조4000억원(12.1%)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2015년 근소세 수입이 27조1000억원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10년 새 41조3000억원(152.4%) 늘어난 것이다.

    같은 기간 총국세 수입은 217조9000억원에서 373조9000억원으로 156조원(71.6%) 증가했다. 전체 세수 증가율의 두 배가 넘는 속도로 근소세가 불어난 것이다. 이에 따라 국세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2015년 12.4%에서 지난해 18.3%로 뛰었다. 법인세(22.6%), 부가가치세(21.2%)에 이어 세 번째로 큰 세목이다.

    근소세 증가는 취업자 수와 명목임금 상승의 영향을 받는다. 상용근로자는 2015년 1271만6000명에서 2025년 1663만6000명으로 30.8% 늘었고, 월평균 임금도 230만4000원에서 320만5000원으로 39.1% 증가했다. 임금이 오르면 누진세 구조상 더 높은 세율 구간으로 이동하는 '브래킷 크리프' 현상도 발생한다.

    문제는 과세표준 구간이 물가와 임금 상승 속도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2023년 '1200만원 이하' 구간을 '1400만원 이하'로, '1200만~4600만원'을 '1400만~5000만원'으로 일부 하위 구간을 조정했지만, 5000만원 초과 구간에 대해서는 큰 변화가 없어 중산층 이상 근로자의 체감 세 부담은 여전히 높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해 4월 발간한 '최근 근소세 증가 요인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연봉 8000만원 이상을 받는 근로자는 근소세의 76.4%를 부담했다. 이는 2014년(66.0%)보다 10.4%포인트(p) 올라선 규모로 근소세의 하위구간 생색내기 개편으론 역부족이란 목소리가 커지는 배경이 된다.

    올해는 반도체 업황 개선에 따른 성과급 확대가 변수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등 주요 기업들이 ‘반도체 슈퍼사이클’ 기대 속에 실적 개선 흐름을 보이면서 성과급이 늘 경우 근소세도 함께 증가할 가능성이 크다. 정부는 올해 68조5000억원을 예상했지만 70조원 돌파 가능성도 거론된다.

    다만 현행 연 소득별 세율을 보면 △1400만원 이하 6% △1400만원 초과 5000만원 이하 15% △5000만원 초과 8800만원 이하 24% △8800만원 초과 1억5000만원 이하 35% △1억5000만원 초과 3억원 이하 38% △3억원 초과 5억원 이하 40% △5억원 초과 10억원 이하 42% △10억원 초과 45% 등으로 고소득 직장인들의 세금 체감은 더 뚜렷하게 나타날 전망이다.

    이에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비수도권 차등 세제개편'을 비롯해 근소세 개편론이 다시 불붙고 있다. 명목임금 상승이 곧바로 세 부담 증가로 이어지는 현행 구조를 그대로 둘지, 과표 구간과 세율 체계를 손질할지에 대한 정치권에서의 고심이 깊어지는 시점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우리나라 소득세의 과표구간은 장기간에 걸쳐 고정돼 누진세 구조에서 세 부담이 빠르게 늘어나게 하는 경향이 있다"며 "대부분의 선진국 방식처럼 과표구간을 물가만큼 상향 조정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