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상장폐지 개혁방안' 조기 시행코스닥 초소형주 투매 릴레이시총 200억 미만·주가 1000원 미만 벼랑 끝금년 퇴출 대상 150곳 달할 듯
  • ▲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금융위
    ▲ 권대영 금융위 부위원장ⓒ금융위
    코스닥 시장에 그야말로 '상장폐지 칼바람'이 불어닥치고 있다. 정부가 혁신기업을 육성하고 부실기업은 신속하게 퇴출하는 '다산다사(多産多死)' 구조로의 전면 전환을 선언하면서, 상장 유지 턱걸이에 있던 초소형주와 동전주들이 직격탄을 맞고 있다.

    19일 설 연휴 이후 첫 거래일의 '불장'에서 시가총액 200억 원 미만의 코스닥 초소형주들은 일제히 급락세를 연출했다. 설 연휴 사이 증시 퇴출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극도로 고조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날 시장에서 모아라이프플러스는 전 거래일 대비 21.76% 폭락했으며, 인베니아(-21.61%), 엠젠솔루션(-19.62%), 모아데이타(-15.47%) 등도 투매에 가까운 하락세를 보였다. 시가총액 100억 원대 안팎인 케스피온(-11.26%)과 판타지오(-11.34%) 역시 두 자릿수 급락을 면치 못했다.

    이러한 시장의 패닉은 지난 12일 금융위원회와 한국거래소가 전격 발표한 '부실기업 신속·엄정 퇴출을 위한 상장폐지 개혁방안'에서 비롯됐다. 상장폐지 범위를 대폭 넓히고, 당초 예정됐던 시행 계획마저 앞당기는 것이 이번 개혁안의 핵심이다.

    가장 먼저 시장을 옥죄는 것은 시가총액 요건의 조기 상향이다. 기존 계획을 반기씩 앞당겨 당장 올해 7월부터 시가총액 150억 원 기준이 200억 원으로 강화되며, 내년 1월에는 300억 원으로 높아진다. 일시적인 '주가 띄우기' 꼼수도 원천 차단된다. 관리종목 지정 후 90일 동안 연속 45일간 시가총액 기준을 넘기지 못하면 즉각 상장폐지 수순을 밟게 된다.

    주가 1,000원 미만의 '동전주' 상장폐지 요건도 신설됐다. 동전주들이 액면병합을 통해 꼼수로 요건을 회피하는 것을 막기 위해 병합 후 주가가 액면가를 밑도는 경우에도 상장폐지 대상에 포함시켰다. 세부적으로는 30거래일 연속 주가가 1000원 미만일 경우 관리종목으로 지정되며, 이후 90거래일 중 45거래일 연속 1000원을 회복하지 못하면 최종 퇴출당한다.

    이 밖에도 재무건전성 및 투명성 요건이 대폭 강화됐다. 기존에는 사업연도말 기준 '완전자본잠식'만 상장폐지 요건이었으나, 이제는 반기 기준 완전자본잠식도 실질심사 요건으로 추가됐다. 또한, 공시위반에 따른 상장폐지 기준 누적 벌점은 15점에서 10점으로 낮아졌으며, 중대하고 고의적인 공시위반은 단 한 번만 발생해도 즉각 상장폐지 심사 대상에 오르게 된다.

    칼을 빼든 당국의 실행 의지도 굳건하다. 한국거래소는 부이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코스닥 집중관리단을 꾸리고 기존 3개 팀에 신설 1개 팀을 더해 총 4개 팀, 20명으로 인력을 확충했다. 상장폐지 실질심사 시 부여하던 최대 개선기간도 1.5년에서 1년으로 단축해 '좀비 기업'의 연명을 차단했다.

    현재 한국거래소가 강화된 4대 요건(시가총액, 동전주, 완전자본잠식, 공시위반)을 적용해 단순 시뮬레이션을 돌려본 결과, 올해 코스닥 상장폐지 대상 기업은 당초 예상치(50개 내외)를 훌쩍 뛰어넘는 약 150개사(100~220여 개사)에 달할 것으로 추산됐다.

    지난 20년간 코스닥 시장은 1353개사가 진입하는 동안 단 415개사만 퇴출당하는 '다산소사(多産少死)'의 기형적 구조를 이어왔다. 다가오는 3월 감사보고서 제출 시즌과 7월 요건 강화 조기 시행이 맞물리면서, 체력이 부족한 코스닥 한계기업들에게 올봄은 그 어느 때보다 잔인한 계절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