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SK하이닉스 수조원대 영업이익과 대비저가 계약·보수적 설비투자에 수익성 개선 지연하반기 발주 재개 여부 주목 … 낙수효과 분수령
  • ▲ 반도체 클린룸 전경ⓒ삼성전자
    ▲ 반도체 클린룸 전경ⓒ삼성전자
    메모리 업황이 반등했지만 반도체 생태계의 온도는 균일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전방의 실적은 사상 최고 수준으로 뛰었지만 후방의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업계에는 아직 훈풍이 닿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에선 메모리 가격 상승과 실적 개선이 곧바로 장비 단가 인상과 마진 회복으로 이어지는 선순환은 나타나지 않고 있다는 아우성이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각각 43조611억원, 47조263억원에 달했다. 

    SK하이닉스는 연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사상 최고 기록을 세웠고, 삼성전자는 연간 최대 매출 기록을 경신했다. 4분기 기준으로도 양사는 나란히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최대 실적을 기록하며 가파른 상승세를 이어갔다. 업계에서는 올해 두 회사의 연간 영업이익이 각각 200조원 안팎에 이를 수 있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이는 지난해 실적의 4~5배에 달하는 사상 최고 수준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DDR5 수요 확대에 힘입어 분기 기준 수조원대 영업이익을 회복했다. 메모리 슈퍼사이클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장비·소재 업계는 '빛 좋은 개살구'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실적 흐름은 엇갈린다. 후공정 장비를 주력으로 하는 한미반도체는 매출 증가에도 불구하고 영업이익이 감소했고, 전공정 장비사 주성엔지니어링 역시 이익 규모가 축소됐다. 메모리 업체들의 수익성 급반등과는 대조적이다.

    실제 장비업체들의 실적은 메모리 제조사와 온도 차를 보인다. 한미반도체는 연결 기준 지난해 매출 5767억원, 영업이익 2514억원을 기록했다. 최대 매출을 달성했지만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1.6% 감소했다. 주성엔지니어링의 경우 감소 폭이 더 크다. 지난해 매출은 3106억원으로 전년(4093억원) 대비 987억원(24.1%) 줄었다. 영업이익도 312억원으로 전년(971억원) 대비 659억원(67.8%) 감소했다.

    가장 큰 원인은 계약 구조에 있다. 업황 부진기였던 시절 생존을 위해 감내했던 저가 수주 물량이 여전히 매출의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가동률이 상승해도 과거 단가가 유지되면서 외형 성장 대비 이익 개선 폭은 제한적이다. 한 소재 업체 관계자는 "물량은 늘었지만 예전 계약 단가가 그대로라 수익성 회복 체감이 크지 않다"고 말했다.

    설비투자(CAPEX) 역시 완전한 회복 단계로 보기는 어렵다. 메모리 업체들이 점진적으로 투자를 재개하고 있지만 신규 라인 증설과 대규모 장비 발주는 여전히 선별적으로 진행 중이다. 수주에서 매출 인식까지 수개월의 시차가 존재하는 장비 산업 특성상 현장에서는 아직 '보릿고개'를 지나고 있다는 표현이 나온다.

    실제 메모리 가격 상승은 세트업체와 부품사에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스마트폰·서버·가전 업체들은 높아진 칩 가격을 원가에 반영해야 하는 상황인데 비용 전가가 쉽지 않은 구조에서 밸류체인 전반의 가격 협상은 더욱 치열해졌고, 이는 소부장 업체의 마진 방어에도 부담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하반기로 갈수록 분위기 반전 가능성은 거론된다. 인공지능(AI) 서버 투자 확대와 HBM 증설이 본격화될 경우 그동안 지연됐던 장비 발주가 순차적으로 재개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미세공정 전환과 첨단 패키징 투자가 병행되면 전공정·후공정 장비 수요가 동반 확대될 여지도 있다.

    일각에서는 메모리 실적 개선이 실제 설비투자 집행과 생산능력(CAPA) 확대로 이어지기까지 구조적인 시차가 존재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제조사의 이익 증가가 CAPEX 확대로 연결되고, 장비 반입과 라인 가동이 본격화된 이후에야 소재 투입량과 부품 수요가 단계적으로 늘어나는 '후행 구조'라는 설명이다.

    소부장 기업 관계자는 "지금은 메모리 실적과 우리 실적 사이에 시차가 존재하는 구간"이라며 "하반기 대규모 발주가 현실화되면 그때부터는 숫자로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