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율무기·드론 확산…방산 투자 2.4배 증가팔란티어·안두릴 등 미국 국방 AI 기업 급성장유비파이·파블로항공…국내 방산 스타트업 투자조달·보안 규제에 실증 부족…생태계 확대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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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공지능(AI)과 드론이 전장을 바꾸면서 벤처캐피털(VC) 자금이 방산으로 몰리고 있다. ⓒOpenAI
인공지능(AI)과 드론이 전장의 판도를 바꾸면서 벤처캐피털(VC) 자금이 방산으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 정부가 ‘방산 스타트업 100개 육성’ 계획을 내놓은 가운데 국내에서도 관련 투자 움직임이 본격화하는 분위기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 군사적 긴장까지 고조되면서 방산이 새로운 투자 테마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6일 VC 업계에 따르면 최근 벤처 투자자들은 드론과 무인 차량, 무인 해상 장비 등 전장 무인화 기술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 관련 분야 투자도 빠르게 늘어나는 추세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피치북은 지난해 관련 투자가 176건, 121억달러로 전년보다 약 2.4배 증가했다고 분석했다.업계에서는 전장의 양상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점을 투자 확대의 배경으로 지목한다. 과거 전투기와 전차 같은 대형 무기체계 중심에서 벗어나 드론과 무인 장비를 연결해 운용하는 기술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AI를 활용한 데이터 분석 기술이 결합되면서 정찰과 감시, 작전 수행까지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평가다.글로벌 방산 시장에서 민간 기업이 국방 분야로 진입하는 사례는 늘고 있다. 미국 AI 방산·보안업체 팔란티어가 대표적이다. 팔란티어는 적 탐지부터 타격까지의 과정을 데이터로 연결하는 '킬 체인(Kill Chain)' 소프트웨어로 주목받고 있다. 킬 체인은 정찰·감시를 통해 표적을 찾고 분석을 거쳐 타격까지 이어지는 군 작전 체계를 의미한다. 최근 미국과 이란 간 충돌 국면에서도 관련 기술이 부각되며 주가가 반등하기도 했다.미국 방산 스타트업 안두릴은 생산시설 확대와 AI 무기 개발을 위한 대규모 투자를 유치하며 사업 확장에 속도를 내고 있다. 전장 데이터를 통합 분석하는 소프트웨어 플랫폼 '라티스(Lattice)'를 중심으로 드론과 감시 시스템, 자율 무기 등을 개발해 기존 방산 기업과 차별화된 기술 중심 전략을 펼치고 있다.최근 중동 정세 불안도 방산 투자 확대를 자극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과 이란 간 군사 충돌 등 전쟁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각국이 군사 기술 투자 확대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지정학적 긴장이 높아질수록 방산 분야로 벤처 자금 유입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국내에서도 방산 기술을 보유한 스타트업을 중심으로 투자 움직임이 감지된다. 드론 전문 기업 유비파이는 크릿벤처스 등 VC와 넥슨 지주사 등으로부터 약 600억원 규모 투자를 유치했다. 군집 비행 기술을 기반으로 항공·방산 플랫폼을 개발하는 파블로항공도 상장을 앞둔 투자 라운드에서 110억원 규모 자금을 확보했다.지정학적 리스크와 기술 변화가 맞물리면서 방산 투자가 중장기적으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 VC 관계자는 "과거 방산은 대형 기업 중심 산업이었지만 최근에는 AI 기술이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며 "드론과 자율무기, 데이터 분석 같은 기술은 스타트업도 충분히 경쟁력을 가질 수 있어 VC들이 새로운 투자 분야로 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정부도 방산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에 속도를 내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030년까지 방산 스타트업 100개와 기업가치 1000억원 이상의 방산 벤처 30개를 육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이를 위해 정책 펀드와 방산 수출 펀드를 통해 투자 기반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다.다만 방산 분야는 규제와 보안 심사 등 절차가 많아 일반 스타트업보다 성장 과정이 길다는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무기 관련 투자를 제한하는 ESG 기준 역시 벤처 자금 유입을 제약하는 요인이다. 방산 스타트업의 인수 후보가 전통 방산 기업으로 제한되는 경우가 많아 엑시트 경로가 좁다는 점도 투자 부담으로 꼽힌다.또 다른 문제는 데이터 접근이다. 방산 기술은 실제 군 데이터를 통해 성능을 검증해야 하지만 보안 문제로 데이터 활용이 제한되는 경우가 많다. 실증 기회가 부족하면 기술 고도화 속도가 느려지고 매출 창출에도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한 방산업계 관계자는 "방산 스타트업은 기술력이 있어도 군 조달과 실증 과정이 길어 사업화까지 시간이 많이 걸린다"며 "데이터 활용과 테스트베드 같은 실증 환경이 마련되지 않으면 민간 투자만으로는 산업 생태계가 빠르게 커지기 어렵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