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연구원 '호르무즈 리스크 시나리오 분석' 보고서유가 180달러·LNG 200% 상승 때 전 산업 비용 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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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근 이란의 허락으로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한 인도의 액화석유가스(LPG) 운반선이 지난 16일(현지시간) 인도 서부 구자라트주 문드라항에 도착한 모습. ⓒ연합뉴스
호르무즈 해협 봉쇄가 장기화될 경우 국내 제조업 전반의 비용 부담이 크게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중동 지역 긴장이 촉발한 에너지·원자재 공급 불안이 산업 전반의 비용 구조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다.19일 산업연구원(KIET)이 발표한 '미국-이란 충돌과 호르무즈 리스크: 공급망 시나리오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해협 봉쇄가 약 3주간 이어지는 단기 상황을 가정할 경우 한국 제조업 생산비는 약 5.4% 상승할 것으로 추정됐다. 이 시나리오는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5~125달러, 액화천연가스(LNG) 가격이 60~90% 오르는 상황을 전제로 한다.반면 봉쇄가 장기화되며 구조적 공급 충격으로 이어질 경우 상황은 더욱 심각해진다. 보고서는 유가가 150~180달러, LNG 가격이 150~200% 상승하는 환경에서 제조업 생산비 증가폭이 최대 11.8%까지 확대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이번 분석은 한국은행 산업연관표를 기반으로 한 레온티에프 가격모형을 활용해 에너지 가격 상승이 산업별 비용에 미치는 영향을 추정한 것이다. 단기 충격 시에는 전 산업 평균 생산비가 4.2%, 제조업은 5.4%, 서비스업은 1.4% 오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공급 충격이 3개월 이상 지속되는 장기 시나리오에서는 전 산업 9.4%, 제조업 11.8%, 서비스업 3.1% 수준까지 비용 상승이 확대되는 것으로 분석됐다.특히 에너지 투입 비중이 높은 산업에서 충격이 집중되는 양상이 뚜렷했다. 석탄·석유제품과 전력·가스 부문은 각각 최대 82.98%, 77.71%에 달하는 비용 상승 압력이 예상됐다. 이러한 충격은 화학, 비금속광물, 1차 금속, 운송 등 에너지 집약 업종으로 빠르게 확산되는 구조다. 경유 의존도가 높은 도로 운송과 농림수산업 역시 상당한 비용 부담 증가가 예상된다.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은 직접적인 에너지 투입 비중이 낮아 모형상 비용 상승폭은 상대적으로 제한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보고서는 원자재 공급 차질이 현실화될 경우 실제 산업 충격은 추정치를 크게 웃돌 수 있다고 지적했다.에너지 가격 급등과 함께 원자재 공급망 전반의 리스크도 동시에 확대되고 있다. 한국은 원유와 LNG뿐 아니라 나프타, 무수암모니아, 헬륨 등 주요 산업 원료를 중동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가격 상승과 물량 부족이 겹칠 경우 복합적인 공급망 충격이 발생할 가능성이 크다.나프타는 석유화학 산업의 핵심 기초 원료로, 에틸렌·프로필렌을 거쳐 플라스틱 제품 가격 상승으로 이어진다. 무수암모니아는 비료와 질산 생산에 활용돼 농업 비용 증가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카타르 생산에 의존하는 헬륨은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특수가스로, 공급 차질 시 웨이퍼 식각과 냉각 등 핵심 공정 전반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산업연구원은 중동 에너지 인프라와 연계된 품목의 구조적 취약성을 지적했다. 빙현지 산업연구원 전문연구원은 "수입 규모나 교역 구조와 관계없이 중동 에너지 인프라와 구조적으로 연계된 품목은 에너지 위기 시 동시다발적 공급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며 "에너지와 산업재를 포괄하는 통합 공급망 모니터링 체계와 조기경보 시스템을 구축하고, 전략 품목 지정 범위를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