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복위임장 확인에 개회 지연 … 시작부터 상호주 의결권 신경전분리감사위원 확대 부결·이사회 5인 안건은 가결주총장 고성 속 긴장감 고조 … 고려아연 '9대 5'로 우세 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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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4일 '제52기 고려아연 정기주주총회'가 열리는 중구 코리아나호텔 앞에서 고려아연 노조가 피켓을 들고 영풍·MBK 경영 참여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뉴데일리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가 열린 24일 오전,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 앞은 주총 시작 전부터 긴장감이 감돌았다. 고려아연 노조는 주총장 입구에서 피켓 시위에 나서 “먹튀 경영, 무책임 경영을 중단하고 국가기간산업에서 철수하라”며 영풍·MBK 측을 비판했다.이번 주총은 2년 넘게 이어진 고려아연과 영풍 간 경영권 분쟁의 분수령으로 꼽히는 만큼, 중복 위임장 확인 절차가 엄격하게 진행됐다. 당초 오전 9시로 예정됐던 주총은 관련 확인 작업으로 약 1시간가량 지연되며 10시께 입장이 시작됐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한 표 차이로 결과가 갈릴 수 있는 만큼 민감도가 높았던 것으로 풀이된다.중복 위임을 정리하면서 정오를 넘겨 의장이 개회를 선언하자마자 상호주 의결권 제한을 둘러싼 고려아연과 영풍·MBK 측 공방이 벌어졌다. 의장인 박기덕 고려아연 대표이사는 자회사 선메탈스홀딩스(SMH)가 영풍 지분 10.03%를 보유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상법상 상호주 의결권 제한 규정을 적용, 영풍이 보유한 고려아연 주식 일부에 대해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밝혔다.이에 영풍 측 주주 대리인은 “SMH는 외국 회사로 상법상 주식회사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명시적 규정 없이 외국 회사를 포함해 의결권을 제한하는 것은 주주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고 반발했다.그러자 박 의장은 “SMH가 영풍 발행주식 총수의 10% 이상을 보유하고 있어 상법 제369조 제3항에 따른 의결권 제한 적용은 명백하다”며 “법원 역시 관련 가처분 사건에서 해당 조치가 위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선을 그었다.고려아연은 이날 주총에 총 3250명의 주주가 참석했으며, 총 발행주식 1858만209주 가운데 의결권 있는 주식의 91.14%가 출석했다고 집계했다. -
- ▲ 24일 서울 중구 코리아나호텔에서 열린 제52기 고려아연 정기 주주총회ⓒ고려아연
◇ 분리 선출 감사위원 1인 유지 … 영풍·MBK 우위주총은 초반 안건은 비교적 순조롭게 처리됐다. 양측의 충돌은 제2-8호 안건인 ‘분리 선출 감사위원 확대를 위한 정관 변경’부터 본격화됐다. 고려아연 측은 오는 9월 시행되는 개정 상법 취지를 반영해 감사위원 분리 선출 인원을 기존 1명에서 2명으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반면 영풍·MBK 측은 시행 시점 이후 반영해도 충분하다며 반대 입장을 고수했다. 표결 결과 해당 안건은 부결되며 영풍·MBK 측에 힘이 실렸다. 이에 9월 이전 임시주총을 통해 추가 감사위원 선임해야 한다.영풍 측이 제안한 이사회 소집 절차 변경을 위한 정관 변경안(제2-13호)도 가결됐다. 고려아연은 최소 3일 전 이사회 소집을 통보 해야 한다.◇ 고려아연 측 제안 이사 5인 선임 가결 … 최윤범 회장 재선임 성공그러나 분위기는 곧 반전됐다. 이번 주총 핵심인 제3호 안건인 이사 선임수에서는 고려아연 측이 주도권을 가져갔다. 고려아연 측이 제안한 이사 5인 선임안이 통과되면서 향후 경영권 향방을 가를 이사수 확보에 양측의 희비가 갈린 것이다. 최 회장 입장에서는 이사 정원을 줄이면 영풍·MBK측의 진입로를 좁히는 방어벽을 세울 수 있다.곧 바로 최윤범 회장 재선임 등을 포함한 안건(제3-2호) 표결이 진행되자 영풍·MBK 측의 항의가 이어지며 주총장 분위기는 격화됐다. 박 의장은 “정숙해 달라”, “소란을 자제해 달라”고 거듭 요청했다.5인 이사수 투표 결과는 고려아연 측의 크루셔블(Crucible) JV의 월터 피트 맥 라라인 후보자가 1561만2555주를 얻어 1위를 기록했다. 최윤범 회장은 1560만8378주로 2위를 차지하며 재선임에 성공했다. 고려아연 측 황덕남(1560만8288주) 후보자까지 3위에 올랐다. 따라서 고려아연 측이 5명 중 3석을 확보하게 되면서 경영권 방어에 수성했다.영풍·MBK 측은 최연석·이선숙 후보자가 이사회에 진입하며 2석을 확보했다. 따라서 이사회 구성이 '11대 4'에서 '9대 5'로 재편돼 최 회장 측 우세 유지됐다.하지만 향후 집중투표 방식을 놓고 양측의 공방이 예상된다. 이 과정에서 영풍·MBK 측은 고려아연 측이 승기를 잡기 위해 기존 집중투표제 표결 기준을 갑작스럽게 변경했다고 지적하며 "절차적 일관성과 주주평등 원칙 측면에서 문제 소지가 크다”고 밝혔다.지난해 고려아연 측은 미행사된 의결권을 별도로 재배분하지 않고, 실제 행사된 표만을 기준으로 결과를 산정하는 방식을 적용했는데, 이번 주총에서는 과소표결된 의결권까지 포함해 비례적으로 재배분하는 ‘프로라타(pro rata)’ 방식을 적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고려아연 측에 투표 투명성을 위해 예탁원 사전투표 결과를 주주들에게 공개해 달라고 요구했지만, 박 의장은 "불가능하다"고 밝히면서 고성이 오갔다. 영풍·MBK 측은 해당 표결 방식이 이번 결과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직무집행정지 등 법적 대응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