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제약사 9곳 중 4곳 R&D 축소 … 투자 속도조절대웅제약, 매출 대비 R&D 비율 15.8%로 가장 높아JW중외제약, 매출 대비 R&D 비율 증가폭 확대 … 2.4%p↑제네릭 약가 인하로 인한 R&D 투자 위축 우려 확산
  • ▲ 매출 1조원 이상 상위제약사. 왼쪽위부터 유한양행, GC녹십자, 종근당, 대웅제약, 한미약품, 보령, HK이노엔 순. ⓒ각 사
    ▲ 매출 1조원 이상 상위제약사. 왼쪽위부터 유한양행, GC녹십자, 종근당, 대웅제약, 한미약품, 보령, HK이노엔 순. ⓒ각 사
    지난해 국내 주요 제약사들의 연구개발(R&D) 투자 전략이 엇갈린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파이프라인이 상업화 단계에 진입한 기업들은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선 반면 일부 기업들은 미래 성장동력 확보를 위해 투자를 확대했다.

    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 1조원을 넘긴 주요 제약사 9곳 가운데 4곳은 연구개발비 투자를 줄였다. 반면 다른 기업들은 투자 확대에 나서면서 업계 전반에 '선택과 집중' 전략이 뚜렷해지는 모습이다.

    대웅제약은 주요 제약사 중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이 15.81%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또 JW중외제약은 R&D 투자 비율이 11.7%에서 14.1%로 가장 큰 폭(2.4%p)으로 상승했다. 유한양행의 경우 투자 규모 기준 가장 많은 R&D 비용인 2424억원을 집행했다.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은 대웅제약이 15.81%로 가장 높았다. 이어 한미약품(14.80%), 동아에스티(14.50%), JW중외제약(14.10%), 유한양행(11.10%), 종근당(11.0%) 등이 두 자릿수 비율을 유지했다. 

    대웅제약은 R&D 투자 비율이 가장 높았지만 절대적인 투자 규모와 비율은 모두 감소했다. R&D 비용이 2024년 2325억원에서 지난해 2177억원으로 147억원 줄었고 매출액 대비 R&D 비율도 18.5%에서 15.8%로 낮아졌다. 

    이는 위식도역류질환 '펙수클루' 등 주요 신약이 상업화되면서 연구개발 투자보다 시장 확대 등에 자원이 재배분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회사는 현재 안구건조증 치료제와 특발성 폐섬유증 치료제 등을 주요 파이프라인으로 개발하고 있다. 

    유한양행 역시 R&D 비용을 전년 대비 264억원 줄이며 매출 대비 투자 비율이 13%에서 11.1%로 낮아졌다. 폐암 신약 '렉라자'의 글로벌 진출로 후기 임상 비용 부담이 완화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 밖에도 GC녹십자와 HK이노엔 등은 매출 성장에도 불구하고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이 감소하며 보수적인 기조를 보였다. 

    GC녹십자는 2024년 10.4%에서 2025년 8.6%로 줄었다. HK이노엔은 2024년 9.1%에서 8.1%로 낮아졌다. 

    특히 동아에스티는 매출 대비 R&D 비율이 19.20%에서 14.50%로 4.70%p 줄어 주요 제약사 가운데 가장 큰 감소폭을 기록했다. 이는 자회사 메타비아가 지난해 관계사로 변경되면서 연결 재무제표에서 제외됐기 때문이다. 

    반면 한미약품, 종근당, JW중외제약, 보령은 R&D 투자를 확대하며 미래 성장동력 확보에 나섰다.

    한미약품은 지난해 R&D에 전년 대비 192억원 증가한 2290억원을 투자했다. 투자 비율도 기존 14%에서 14.8%로 상승했다. 비만·대사질환 중심의 파이프라인 확대 전략이 핵심으로 GLP-1 계열 치료제, 삼중작용제 등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종근당은 R&D 투자액을 2024년 1574억원에서 2025년 1858억원으로 늘리며 284억원 증가했다. 주요 제약사 중 투자 금액 기준 가장 큰 폭의 증가를 기록했다.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도 9.9%에서 11%로 높아졌다. 회사는 ADC(항체-약물접합체), 세포·유전자치료제 등 차세대 기술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JW중외제약은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이 11.70%에서 14.10%로 2.40%p 상승하며 투자 비율 기준 가장 큰 증가폭을 나타냈다. 또한 지난해 R&D 투자금액이 1079억원으로 처음으로 1000억원을 돌파했다. 회사는 통풍·탈모·안질환 치료제와 STAT6 저해제 기반 염증성 질환 치료제 등 다양한 파이프라인을 동시에 추진하며 투자 확대에 나섰다. 

    보령 역시 항암제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 확대에 나서며 매출 대비 R&D 투자 비율을 2024년 5.5%에서 2025년 6.8%로 끌어올렸다.

    업계에서는 R&D 투자 감소를 단순한 긴축이 아닌 전략적 속도 조절로 보고 있다. 상업화 단계에 진입한 신약의 글로벌 확장과 수익화에 집중하면서 후기 임상 비용이 줄고 자원 배분이 변화했다는 설명이다.

    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도 수익성을 고려할 수밖에 없는 만큼 선택과 집중 전략을 바탕으로 연구개발 투자도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제약업계 전반에 R&D 투자가 축소될 것이라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정부가 제네릭 및 특허만료 의약품의 약가 산정률을 현행 53.55%에서 45% 수준으로 낮추는 약가제도 개편안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약가 인하로 인해 제약사들의 수익성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고 연구개발은 장기간에 걸친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부분이라 안정적인 수익이 확보되지 않으면 투자 확대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