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수요, HBM 넘어 서버D램·eSSD·낸드 전반으로 확산빅테크 물량 확보전 가열 … 장기공급계약 논의도 속도공급 제약과 LTA 맞물리며 메모리 고수익 구조 장기화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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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하이닉스의 2026년 1분기 영업이익률 72%는 단순한 가격 급등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 AI(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라 메모리 수요가 HBM(고대역폭메모리)을 넘어 서버D램, 엔터프라이즈 SSD, 낸드 전반으로 번진 데다 주요 고객사들이 가격보다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우선하는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어서다. 여기에 장기공급계약(LTA) 논의까지 빨라지면서 메모리 업체들이 과거보다 높은 수요 가시성과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할 수 있는 국면에 들어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4일 2026년 1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메모리 공급 부족이 장기화되면서 고객사들의 중장기 물량 확보 요구가 크게 늘고 있다고 밝혔다. 고객 입장에서는 향후 가격과 공급 불확실성이 사업 리스크로 커졌고, 공급업체 입장에서는 LTA를 통해 수요 가시성과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SK하이닉스는 LTA가 고객에게는 공급 안정성을, 자사에는 수요 가시성과 수익 안정성을 제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과거 LTA와 달리 다양한 방식과 구조적 대안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밝혔다. 다만 현재 공급 제약으로 모든 고객 요청을 수용하기는 어렵다고 했다. 이는 장기계약 확대가 공급업체의 협상력 약화가 아니라 수익성 방어 장치로 작동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영업이익률 72% … 고부가 제품 믹스가 실적 견인

    SK하이닉스는 1분기 매출 52조6000억원, 영업이익 37조6000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률은 72%로 분기 기준 사상 최고 수준이다. D램과 낸드 전반의 가격 상승, HBM과 고용량 서버D램, 엔터프라이즈 SSD 중심의 고부가 제품 비중 확대가 동시에 작용했다.

    D램 평균판매가격은 60%대 중반 상승했고, 낸드는 70%대 중반 올랐다. 특히 AI 서버 투자가 확대되면서 서버D램과 기업용 SSD가 가격 상승을 주도했다. 메모리 수요가 특정 제품에 국한되지 않고 시스템 전반으로 넓어지고 있다는 점이 이번 실적의 핵심이다.

    ◇AI가 바꾼 수요 구조 … 낸드까지 호황권 진입

    이번 사이클의 본질은 AI가 메모리 수요의 결 자체를 바꾸고 있다는 점에 있다. AI 산업이 대형 모델 학습 중심에서 추론과 에이전트형 서비스 단계로 이동하면서 처리해야 할 데이터와 저장해야 할 데이터가 동시에 늘고 있다. 그 결과 HBM뿐 아니라 서버D램, 고용량 모듈, eSSD, 낸드까지 수요 기반이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향후 3년 동안 고객들이 요청한 HBM 물량이 자사 공급능력을 웃도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고객들이 가격보다 물량 확보를 우선시하는 배경도 여기에 있다. HBM이 AI 연산의 핵심 메모리라면, 서버D램과 eSSD는 연산과 저장을 지속시키는 필수 인프라에 가깝다. 단일 품목의 일시적 호황이 아니라 메모리 전반의 구조적 수요 확대가 진행되고 있다는 뜻이다.

    메모리 효율화 기술을 둘러싼 해석도 달라지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압축 기술이나 최적화 기술이 메모리 수요를 줄일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그러나 SK하이닉스는 오히려 같은 자원으로 더 많은 서비스를 가능하게 해 전체 AI 시장을 키우는 방향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더 긴 문맥 처리, 더 많은 동시 추론, 더 다양한 서비스가 가능해질수록 총 메모리 수요는 오히려 늘어날 수 있다는 판단이다.

    업계 관계자는 “AI 수요 확대와 공급 제약, 장기공급계약 확산이 맞물리면 메모리 업체의 수익 구조 자체가 달라질 수 있다”며 “가격 상승세는 점차 완만해질 수 있지만 장기계약이 자리 잡으면 공급업체의 이익 기반은 오히려 더 안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