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PU만으로는 칩 완성 못 해 … 국산 AI칩 승부처 연산보다 연결정부 지원 팹리스로 시작되지만 산업 현장 일감은 IP 기업 확산오픈엣지는 메모리 연결, 퀄리타스는 초고속 인터페이스로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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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챗GPT
AI(인공지능) 반도체 국산화의 직접 수혜처는 겉으로 보면 팹리스(반도체 설계전문)다. 정부가 국산 NPU(신경망처리장치)와 AI칩 설계를 밀어주기 위해 정책 자금을 본격 집행하면 돈은 먼저 설계사로 들어간다. 그러나 시장은 이미 그 다음 단계를 보고 있다. 칩 개발이 실제 양산으로 넘어가려면 메모리와 연산 블록을 잇는 인터페이스, 컨트롤러, PHY(피지컬 레이어) 같은 설계 자산이 필수이기 때문이다. 팹리스 육성책처럼 보이지만, 산업 현장에서는 설계 생태계 전반으로 일감이 번지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국산 AI칩 승부처는 연산보다 연결업계가 주목하는 지점은 AI칩의 구조다. 박희철 교보증권 책임연구원은 9일 "AI ASIC(주문형 반도체)이 NPU만으로 구성되지 않으며, 칩 내부 인터커넥트 로직과 메모리 컨트롤러, 제어용 CPU(중앙처리장치), 칩 간 통신용 인터페이스까지 함께 맞물려야 비로소 하나의 완성 칩이 된다"고 짚었다. 단일 칩 성능이 높더라도 칩과 메모리, 칩과 칩 사이 데이터 이동에서 병목이 생기면 실제 시스템 성능은 기대에 못 미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AI 반도체 경쟁의 본질을 ‘연산’보다 ‘연결’에서 찾는 배경이다.이 흐름은 글로벌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AI 추론 시장은 2025년부터 2034년까지 연평균 17.7%, 반도체 IP 시장은 같은 기간 연평균 11.4%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AI 수요가 커질수록 칩 자체뿐 아니라 이를 연결하는 설계 자산의 가치도 함께 커질 수밖에 없다는 의미다.◇정부 돈은 팹리스로, 실질 수혜는 IP로 번진다정책 자금의 흐름도 이 구조를 뒷받침한다. 국민성장펀드는 2026년 한 해 약30조원 규모로 조성되고, 이 가운데 약6조원이 AI 분야, 약4조원이 반도체 생태계 구축에 배정됐다. K-온디바이스 AI 반도체 개발 사업도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총1조원 규모로 추진되며, 자동차·IoT·가전·기계·로봇·방산 등 4대 전략 분야에서 국산 AI 반도체 탑재와 실증을 목표로 한다.실제 자금도 이미 움직이고 있다. 국내 AI 반도체기업 리벨리온이 약6400억원 규모 프리IPO 성격 자금을 유치했고, 퓨리오사AI는 1700억원 규모 시리즈C 이후 최대7000억원 규모 프리IPO를 준비 중이다. 딥엑스는 1100억원, 모빌린트는 700억원 규모 시리즈C를 각각 유치했다. 그러나 팹리스가 돈을 받았다고 곧바로 칩이 완성되는 것은 아니다. 설계 고도화와 검증, MPW(멀티 프로젝트 웨이퍼), 테이프아웃, 양산 대응 과정에서 NRE(설계 용역)와 IP(설계) 라이선스 비용이 연쇄적으로 발생하기 때문이다.결국 정부 돈이 먼저 팹리스에 들어가고, 팹리스가 칩 개발을 시작하면 그 다음부터는 IP(설계) 기업에 발주가 붙는 구조다.특히 국내 정책 자금이 국내 밸류체인 중심으로 집행될 가능성이 큰 만큼, 추가 NRE를 위한 IP 투자가 국내 IP 기업의 직접 수혜로 이어질 수 있다.IP 대표 기업으로는 오픈엣지테크놀로지와 퀄리타스반도체가 꼽힌다. 오픈엣지는 NPU, 온칩 인터커넥트, 메모리 컨트롤러, PHY를 갖춘 통합형 IP 기업으로, LPDDR(저전력D램) 기반 메모리 서브시스템에서 강점을 보인다. 퀄리타스는 SerDes(서데스) 기반 PHY 기술을 바탕으로 초고속 인터페이스 IP를 공급하며 차세대 연결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AI 반도체 국산화는 생산시설 몇 개 더 짓는 사업이 아니라 설계 생태계 전체를 새로 짜는 작업에 가깝다"면서 "정책 자금은 먼저 팹리스에 꽂히겠지만 산업의 실질 수혜가 메모리 연결과 인터페이스를 담당하는 IP 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