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환율·고물가 속 '전쟁 추경' … 위기 대응 쓰임 맞나 근본 질문
  •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10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 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한국은행
    26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이 국회 통과를 눈앞에 둔 가운데,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추경 배분 구조에 대해 재검토 필요성을 제기했다. 추경 항목을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공개적으로 문제의식을 드러낸 셈이다.

    10일 국회와 정부에 따르면 여야는 이날 본회의에서 26조원대 추경안을 처리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정부가 제출한 26조2000억원 규모 틀을 유지한 채 감액 범위 내에서 일부 증액하는 방식으로 막판 조율이 진행 중이다. 추경안이 통과되면 곧바로 국무회의를 거쳐 집행에 들어갈 예정이다.

    이처럼 추경이 사실상 집행 직전 단계에 들어선 상황에서 이 총재는 기계적인 예산 배분 구조의 적절성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날 기준금리를 동결한 금융통화위원회 회의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이번 추경은 적자 국채 발행이 아닌 초과 세수를 활용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면서도 "경기 대응이 필요한 상황에서 초과 세수가 발생했다고 이를 기계적으로 초·중·고 교육 재정으로 배분하는 것이 과연 목적에 부합하는지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초과세수 활용이라는 전제는 인정하더라도, 그 재원을 어디에 어떻게 쓸 것인지는 다시 따져봐야 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셈이다.

    이 총재가 지목한 핵심은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의 자동 배분 구조다. 현행 제도는 내국세의 일정 비율을 교육 재정으로 의무 배분하도록 설계돼 있어, 경기 상황이나 정책 우선순위와 무관하게 예산이 배정되는 특징을 갖는다.

    그는 "과거에는 인재 양성과 의무교육 확대 측면에서 바람직했을 수 있다"면서도 "고령화가 진행되고 노인 빈곤 문제 등 다양한 정책 수요가 커진 상황에서 지금도 동일한 구조가 적절한지는 검토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는 정책 대응의 경직성을 지적한 발언이자, 고환율·고물가 등 거시 불안 요인이 누적되는 상황에서도 '전쟁'이라는 명분 아래 편성된 추경이 실제 위기 대응에 부합하는 방식으로 쓰이고 있는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을 던진 것이기도 하다.
     
    정치권에서도 추경 사업의 적절성을 둘러싼 논쟁이 이미 본격화된 상태다. 

    송언석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전쟁과 무관한 현금 살포성 사업은 과감히 조정해야 한다"며 독립영화 제작비, 단기 일자리 예산 등을 문제 삼고 "직접 피해 계층에 대한 핀셋 지원으로 재원을 재배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교육부는 이날 4조8000억원 규모의 지방교육재정교부금 추경 재원을 냉난방비, 통학 지원, 취약계층 교육복지 등 민생 안정 분야에 투입할 방침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