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내 조달 비중 강화… 외부 기업 현지화 압박한화에어로, 호주 이어 루마니아에 현지공장 착공현대로템, 3차부터 K2 폴란드 생산 비중 늘어날 듯
  • ▲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 2월 호주 현지 공장에서 AS9 자주포를 첫 출하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지난 2월 호주 현지 공장에서 AS9 자주포를 첫 출하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미-이란 전쟁을 계기로 유럽의 재무장 기조가 한 단계 더 진화하고 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 부족한 무기를 빠르게 채우는 데 집중했던 1차 확충 국면을 지나 공동조달과 현지 생산을 중심으로 산업 기반 자체를 다시 짜는 2라운드에 들어섰다. 

    최근 중동 지역 긴장과 이란 전쟁 여파로 해상 물류와 에너지 공급망 불안이 다시 부각되면서 유럽은 외부 공급망 의존을 줄이고 역내 생산 역량을 높이는 방향으로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러한 조달 방식 변화에 맞춰 K-방산의 성장축 역시 단순 수출 확대에서 현지 생산거점 확보와 후속 MRO 체계 구축으로 옮겨가는 모습이다.

    13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유럽연합(EU)은 SAFE 기금을 통해 프랑스와 체코를 포함한 주요 회원국 국방 투자 계획을 승인하며 공동조달 자금 집행을 본격화했다. 

    먼저 프랑스는 2030년까지 국방비를 대폭 늘려 포탄과 장거리 미사일, 방공체계, 드론 전력 재고 확충에 나설 계획이다. 예산 확대보다 더 중요한 변화는 조달 방식이다. 영국 역시 2027년까지 방위비를 국내총생산(GDP)의 2.5%로 끌어올리고 3% 조기 달성까지 검토하고 있다. 

    공동조달 장비의 역내 조달 비중 요건이 강화되면서 외부 기업은 현지 생산과 공급망 편입 없이는 대형 후속 사업 수주가 갈수록 어려워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유럽 방산 시장의 경쟁 기준이 가격과 납기 중심에서 현지 생산과 산업 생태계 기여도로 옮겨가는 흐름이다.

    국내 기업 중에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현대로템이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한화에어로는 올 2월 루마니아에 K9 자주포 생산 시설을 착공해 유럽내 현지 생산 거점을 구축했다. 현지 공장(H-ACE Europe)에서는 K9 자주포 및 K10 탄약운반장갑차의 생산을 비롯해 향후 조립·통합·시험과 정비(MRO) 지원체계를 갖추게 된다. 향후 현지화율을 80%까지 높이는 것을 목표로 삼고 있다. 

    한화에어로는 최근 호주 현지 공장에서 AS9 자주포를 첫 출하했다. AS9은 K9의 호주형 모델이다. 이곳에서는 호주 육군에 공급될 AS9 30문과 AS10 15대가 각각 생산된다. 

    현대로템 역시 폴란드 K2 전차 사업을 계기로 현지화 요구가 한층 커지고 있다. 현대로템은 폴란드와 K2 전차 1000대 규모의 기본계약을 맺었고, 현재까지는 1차 180대와 2차 180대 등 모두 360대 규모의 실행계약이 체결됐다. 

    특히 2차 계약은 폴란드 현지 생산 비중이 대폭 높아진 것이 특징이다. 1차 계약이 한국 생산 물량의 신속 인도에 초점이 맞춰졌다면, 2차 계약은 유럽 내 생산기지와 기술 이전을 포함한 장기 협력 구조로 성격이 바뀌고 있다는 평가다. 2차 계약 물량 중 초도생산은 국내 창원공장에서 진행한 뒤 2028년 이후에는 61대는 폴란드 글리비체의 부마르-라벤디 공장에서 생산하게 된다. 

    지난해 8월 체결한 2차 실행계약부터는 폴란드 국영 방산기업 PGZ에서 조립되는 폴란드형 K2 모델인 K2PL이 포함됐다. 2028년 국내에서 K2PL 초도 3대를 먼저 생산해 기술 이전을 진행한 뒤, 2029년부터는 폴란드 현지 조립이 본격화될 예정이다.

    미국 거점 확보 경쟁도 같은 맥락이다. 최근 LIG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LIG D&A)가 미국 현지법인 'LIG Defense U.S. Inc.'를 설립한 것은 단순 판매 채널 확보가 아니라 지역별 산업정책 변화에 대응하는 거점 전략으로 해석된다. 유럽은 역내 생산, 미국은 현지 파트너십과 조달 네트워크가 중요해지면서 K방산 역시 지역별로 생산·기술 거점을 분산하는 구조로 변화를 꾀하는 기류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최근 유럽의 재무장 기조는 단순 예산 확대보다 산업 생태계 재편 성격이 더 강하다"며 "국내 업체들의 추가 수혜도 신규 수주 규모보다 동유럽 생산거점 확보와 후속 MRO 허브 구축 속도에 따라 갈릴 가능성이 크다. 실제 경쟁력 기준도 가격과 납기에서 현지 생산 능력과 정비 체계로 빠르게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