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의 선제 투자, 美 멤피스 765kV 선점작년 영업이익률 20%… 올해 영업익 1조원 기대美 전력장비 수요 6년 새 274% 급증
  • ▲ 효성중공업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 ⓒ효성중공업
    ▲ 효성중공업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 ⓒ효성중공업
    경제가 참 어렵습니다. 중동전쟁으로 수출도, 내수도 모두 순탄치 않습니다. 기업들은 투자 속도를 조절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위기 뒤에는 언제나 거대한 '기회'가 숨어 있기 마련입니다. 인공지능(AI) 혁명으로 전 세계가 들썩이는 지금, 데이터센터라는 거대한 공장을 돌리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에너지의 혈관'을 장악하며 독보적인 성장을 기록 중인 기업이 있습니다. 바로 효성중공업입니다.

    최근 국내 증시에서 가장 뜨거운 종목 가운데 하나를 꼽으라면 효성중공업을 빼놓기 어렵습니다. 15일 오전 기준 효성중공업 주가는 302만8000원에 거래되고 있습니다. 1년 전과 비교하면 약 600% 급등한 수준입니다. 최근 증권가에서는 목표주가를 400만원 이상으로 제시하는 리포트도 잇따라 나오고 있습니다.

    도대체 1년 사이 효성중공업에는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요.

    답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시장이 AI를 반도체와 GPU의 이야기로 볼 때, 효성중공업은 그보다 먼저 전력망이라는 더 큰 병목을 읽었습니다. 데이터센터가 늘수록 결국 가장 먼저 부족해지는 것은 서버가 아니라 전기라는 점을 꿰뚫어 본 겁니다.


    ◆ 숫자가 먼저 보여준 체질 변화

    숫자는 이미 방향을 보여줍니다. 효성중공업의 지난해 연결 기준 매출은 5조9685억원, 영업이익은 7470억원으로 사상 최대를 기록했습니다. 특히 4분기만 놓고 보면 매출 1조7430억원, 영업이익 2605억원으로 분기 기준 최대 실적을 새로 썼습니다.

    더 중요한 변화는 수익성입니다. 중공업 부문 4분기 영업이익률은 20.2%로 처음 20%대를 넘어섰습니다. 미국 초고압 변압기와 차단기 등 고마진 제품 비중이 빠르게 높아지면서 실적의 질까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지난해 미국이 관세로 으름장을 놨지만 대형 변압기는 현지 전력망 확충에 필수적인 전략 장비로 분류되며 세율 부담을 덜었습니다.  

    효성중공업은 이미 멤피스 현지 생산거점을 확보해 사실상 관세 영향이 제한적이었고, 공급자 우위 시장 덕분에 가격 협상력까지 거머쥐고 수익성을 더 끌어올릴 수 있었습니다. 

    곧 발표될 1분기 실적 전망도 밝습니다. 시장에서는 매출 1조30000억원에 영업이익이 1725억원 수준으로 보고 있습니다. 전년 동기 대비 70%이상 늘어난 규모입니다. 올해 연간 영업이익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어설 수 있다는 기대가 커지고 있습니다. 
  • ▲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효성
    ▲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 ⓒ효성
    ◆ 조현준의 혜안 … AI 시대 전기 길목 먼저 봤다

    효성중공업 성장의 분기점은 조현준 회장의 선제 투자 판단이었습니다.

    지금 시장이 가장 높게 평가하는 자산은 단연 미국 멤피스 공장입니다. 이 기반은 우연히 만들어진 것이 아닙니다. 조 회장은 2020년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의 초고압 변압기 공장을 인수하며 북미 전력망 시장에 과감하게 베팅했습니다. 당시만 해도 지금처럼 AI 데이터센터가 전력망 병목의 핵심 변수로 떠오르기 전이었습니다. 시장이 반도체와 서버 투자에 집중하던 시점에, 효성은 결국 전기가 먼저 부족해질 것이라는 구조 변화를 읽은 셈입니다.

    결과는 숫자로 돌아왔습니다. 멤피스 공장은 현재 미국 765kV 초고압 변압기 생산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미국에서 가장 진입장벽이 높은 초고압 시장을 선점하면서 AI 데이터센터 확장과 노후 송전망 교체 수요를 동시에 흡수하고 있습니다. 최근 미국 전력 장비 납기가 2년을 넘길 정도로 공급 부족이 심화한 상황에서  현지 생산 기반을 확보한 효성중공업의 경쟁력은 더 커지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남들이 GPU를 볼 때 조현준 회장은 전기를 먼저 봤습니다. 지금의 300만원 주가와 11조 수주잔고는 그 선제적 판단이 시장에서 얼마나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숫자입니다.


    ◆ 해외가 먼저 인정한 '전력망 해결사'

    해외 시장의 평가는 더 분명합니다. 미국에서는 AI 데이터센터와 제조업, 전기차 공장 증설이 동시에 진행되며 전력 장비 부족이 심화하고 있습니다. 최근 6년간 미국 발전용 승압변압기 수요는 274% 급증했고, 대형 전력변압기 납기는 평균 128주를 넘어섰습니다. 공급 부족이 길어질수록 이미 현지 생산거점을 확보한 기업이 유리할 수밖에 없습니다.

    효성중공업은 미국에서 AI 데이터센터 전력망 수요를, 유럽에서는 재생에너지 확대와 노후 전력망 교체 수요를 동시에 잡고 있습니다. 영국과 북유럽 초고압 시장에서도 존재감을 키우고 있습니다. 기술 보수성이 강한 유럽 전력 시장에서 대형 송전 프로젝트를 잇달아 수주했다는 점은 효성중공업의 기술 신뢰도를 보여주는 대목입니다.

    이 기업의 강점은 변압기 하나에 그치지 않습니다. 차단기, GIS, 리액터, HVDC까지 전력망 상단 전체를 공급할 수 있는 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는 데이터센터와 제조업, 전기차 공장 증설로 전력 장비 수요가 폭증하고 있고, 유럽에서는 국가 간 송전망과 재생에너지 연계 투자가 확대되고 있습니다. 효성중공업은 두 시장의 핵심 길목을 동시에 선점하고 있습니다.


    ◆ 효성중공업, 액면분할 고려 안한다  

    효성중공업의 현재 가치는 결국 시장이 미래 매출의 가시성에 붙여준 숫자입니다.

    현재 시장이 보는 핵심은 실적보다 수주 구조입니다. 중공업 수주잔고는 이미 11조원을 훌쩍 넘어섰습니다. 미국 765kV 초고압 변압기, 유럽 초고압 프로젝트, 차단기와 HVDC 증설 효과가 함께 반영된 결과입니다. 한번 공급망에 들어가면 쉽게 교체되지 않는 초고압 장비 특성상, 지금 확보한 수주는 향후 수년간 안정적인 고수익 매출로 이어질 가능성이 큽니다.

    일각에서는 LS일렉트릭처럼 액면분할로 투자 접근성을 높여 기업가치를 더 키워야 하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나옵니다. 실제 LS일렉트릭은 5대 1 액면분할 이후 거래 재개 첫날 10%대 급등에 이어 이틀 연속 강세를 보이며 단기적으로 주가가 30% 안팎 뛰었습니다.

    하지만 효성중공업은 아직 이런 방식을 고려하지 않는 분위기입니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지금 시장이 효성중공업에 붙여주는 프리미엄은 유동성 효과보다 AI 시대 전력망 슈퍼사이클이라는 본질적 성장 스토리에 더 가깝기 때문입니다. 주식을 쪼개서 가격 부담을 낮추기보다, 실적과 수주로 지금의 기업가치를 더 키우겠다는 자신감이 읽힙니다.